'프랑스 자존심' 베르사유궁 확 열어젖힌 UAE의 '오일파워'

김태훈 2022. 7. 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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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의 힘'은 역시 대단했다.

프랑스가 산유국 아랍에미리트(UAE) 국가원수를 접대하기 위해 베르사유궁까지 활짝 열어젖혔다.

1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를 방문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을 베르사유궁 내 별궁 '그랑 트리아농'으로 초청해 국빈 만찬을 베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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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대통령 위한 국빈 만찬, 베르사유궁서 열려
佛 언론 "매우 이례적인 결정.. 제대로 환대했다"
세계 에너지 대란 속 '산유국의 힘' 확실히 입증
1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이 부인 브리지트 여사(오른쪽),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왼쪽)과 나란히 베르사유궁 내 국빈 만찬장으로 이동하며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르사유=EPA연합뉴스
‘석유의 힘’은 역시 대단했다. 프랑스가 산유국 아랍에미리트(UAE) 국가원수를 접대하기 위해 베르사유궁까지 활짝 열어젖혔다. 파리 서쪽에 있는 베르사유궁은 프랑스의 최고 보물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데 성대한 국빈 만찬을 위한 무대로 깜짝 변신한 것이다.

1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를 방문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을 베르사유궁 내 별궁 ‘그랑 트리아농’으로 초청해 국빈 만찬을 베풀었다. UAE는 7개 토후국으로 구성된 연방국가인데 그중 아부다비의 군주가 연방 대통령을 맡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지난 5월 UAE 대통령 겸 아부다비 군주이던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그의 동생 셰이크 무함마드가 아부다비 군주직을 승계하고 동시에 UAE 대통령에도 선출됐다.

프랑스는 UAE 대통령을 환대하기 위해 그야말로 지극정성을 베풀었다. 국빈 만찬에는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여사는 물론 ‘2인자’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브루노 르 메르 재정경제부 장관 등 내각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베르사유궁의 보도에 레드카펫을 깔고 손님인 셰이크 무함마드 대통령이 도착할 때까지 건물 밖에서 기다리는 성의를 보였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를 방문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앞줄 왼쪽)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의 안내로 베르사유궁의 화려한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베르사유=EPA연합뉴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외국 기업 총수 회의나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회의가 종종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적이 있으나, 특정 국가 정상을 위한 국빈 만찬장으로 활용된 건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이번이 두 번째”라며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2018년 1월 당시 일본 왕세자이던 나루히토 현 일왕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베르사유궁에서 국민 만찬이 열렸다고 덧붙였다.
프랑스가 UAE 정상을 이토록 환대한 것은 한마디로 ‘석유’ 때문이다. 중동의 대표적 산유국인 UAE는 셰이크 무함마드 대통령의 방불 기간 프랑스와 ‘에너지 협력’ 관련 합의문을 체결했다. 이는 프랑스가 필요로 하는 석유를 UAE가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내용이 핵심인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유가가 고공으로 치솟는 등 불안한 상황에서 마크롱 외교가 거둔 중요한 성과로 여겨진다. 프랑스 정부는 성명에서 “현재 에너지 수급 상황이 극도로 불확실한 가운데 이번 프랑스·UAE 간 합의는 장기적 협력의 기틀을 닦고 새로운 산업 진출을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반겼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서쪽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 도중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왼쪽)과 건배하고 있다. 베르사유=A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 들어 프랑스와 UAE는 부쩍 가까워졌다. 지난해 UAE는 프랑스 전투기 ‘라팔’을 무려 80대나 구매하기로 하는 등 190억달러(약 23조원)어치 무기 도입 계약을 프랑스와 체결했다. UAE가 셰이크 무함마드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문 대상국으로 프랑스를 선택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하지만 프랑스가 UAE와 밀착하는 것, 특히 마크롱 대통령이 셰이크 무함마드 대통령을 베르사유궁으로 초청해 국민 만찬을 베풀 정도로 환대한 것을 바라보는 인권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UAE는 반체제 인사들을 억압하고 이를 위해 인터넷 검열제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로뉴스는 “셰이크 무함마드 대통령 방불에 맞춰 인권단체들이 일제히 ‘UAE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라’며 마크롱 대통령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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