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본색' 국민의힘..민주노총 때리기, 전방위 감세, 북풍몰이까지

2022. 7. 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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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정책·메시지 '우회전'..국면 전환 노림수?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를 맞은 정부‧여당이 '보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소재는 '민주노총 때리기'와 '감세 추진', '북한 이슈몰이'다. 정책·메시지 우회전으로 국면 전환에 나서겠다는 심산으로 보이지만, 이를 통해 정부‧여당이 지지율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정부‧여당의 '민주노총 때리기' 희생양은 임금 30% 인상, 노조 전임자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와 MBC‧KBS 등 공영방송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길 출근길에 '대우조선과 관련해 공권력 투입을 생각하고 있냐'는 질문에 "산업현장,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 용인되선 안 된다"고 해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제 해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 공동 명의로 발표한 담화문에도 "노사 간에 대화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불법적인 점거 농성을 지속한다면 정부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표현이 나온다.

여당도 발을 맞췄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지역 경제 테러"라고 규정한 데 이어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불법은 종식되고 합법은 보장돼야 한다. 정부는 더이상 주저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업 중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은 하청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원청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의 처우를 실질적으로 결정할 힘은 대우조선해양에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장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함께 참석했다. ⓒ연합뉴스

공영방송 공격하면서도 "민주노총이 문제"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차지할 명분을 쌓기 위해 공영방송 보도를 문제삼으면서도 권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을 때렸다. 

그는 지난 1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민주당에서 과방위원장을 여당이 차지하면 공영방송 장악 우려가 있다고 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KBS를 비롯해서 MBC 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니냐. 우리가 어떻게 장악을 하나. 사장 임명권이 대통령한테 있지만 사장이 임명했다고 해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사장 말 듣겠나"라고 답했다.

다음날에도 권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기자 개인의 양심을 부정한 것 아니냐'고 묻는 KBS 기자에게 "어디 기자냐"라고 묻는 등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유지했지만, 이후 공영방송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삼가고 있다. 여당 대표가 '갈라치기'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민주노총 때리기'를 통한 공영방송 비판은 이어졌다. 박성중·윤두현 의원이 "언론노조는 민주당과 한패가 돼 과방위 장악에 온힘을 쏟고 있다"(박성중), "MBC는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장악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윤두현) 등 발언을 통해 측면 지원에 나선 것이다.

소득세·부동산세·법인세 인하…'전방위 감세' 카드도

다른 한편 정부‧여당은 보수 진영이 즐겨 써온 경제정책인 '전방위적인 감세'도 꺼내들고 있다. 전날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당정협의회'에서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 해외발 요인에 의한 고물가 상황"에 대한 대응책으로 당정이 "소득세 부담 완화", "부동산 세제 정상화", "법인세 인하"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힌 것이다.

구체적으로 당정은 소득세와 관련해 1200만 원 이하 6%, 1200만 원 초과 4600만 원 이하 12%, 4600만 원 초과 8800만 원 이하 구간 24% 세율인 현 과세표준구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 인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세와 관련해서는 종합부동산세‧재산세‧양도소득세 등에 대한 세율 인하나 감면 특례 확대가 유력하다. 법인세는 OECD 평균 법인세율이 21.5%라는 점에 근거해 현행 최고 25%인 세율을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인 22%로 되돌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밖에 당정은 △ 중소‧중견기업 상속세 공제 확대 △ 노동자 식대 비과세 한도 현행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인상 등을 논의 중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2022 세제 개편안 당정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일종 정책위의장, 권 대표 직무대행, 추 부총리,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文 정부 대북 관련 사건도 재조명

정부·여당이 '서해 공무원 북한 해상 피격 사건',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을 재조명한 것도 '북한 문제'를 활용해 불리한 정치적 국면을 타개하려는 보수 진영의 고전적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해양경찰청과 국방부는 지난달 16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2020년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 해상에서 피격된 사건에 대해 월북을 시도하다 발생한 일이라는 전 정부 발표를 뒤집고 '공무원의 월북 의도를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3일 뒤 국민의힘은 하태경 의원을 단장으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TF를 발족했다.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권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2019년 11월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서 나포한 북한 선원 2명을 닷새 뒤인 7일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이다. 당시 이들 2명은 동해에서 조업 중이던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등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통일부가 전날 2019년 탈북 어민 북송 당시 영상을 공개하는 등 발을 맞추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신북풍몰이', '대대적인 사정정국의 신호탄' 등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인사·경제위기…'우회전'으로 지지율 반등될까

그러나 '민주노총 때리기', '감세 추진', '북한 이슈몰이' 등이 지지율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로 나타나는 윤석열 정부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는 인사 문제, 경제위기 등이 지목되는데, 정부·여당의 '우회전'을 이에 대한 직접적 처방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인사 문제에 대한 여론은 최근 오히려 악화됐다. 권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인이자 권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강릉시 선관위원인 우모 씨의 아들을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으로 추천해 실제 임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권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우 행정요원이)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한 10만 원 더 받는다"며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 강릉 촌놈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붓는 효과만 낳았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경제 3중고의 원인으로는 코로나 시기 세계 각국의 양적 완화 여파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등 외부 요인이 꼽히는데 이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정부·여당이 들고 나온 '감세'가 서민‧취약계층의 경제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찍힌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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