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공들인 '33분의 비행'..세계 8번째 '초음속기' 개발 쾌거

민병권 기자 2022. 7. 19. 17: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F 21 비행시험 성공]
공대공 미사일 4발 날개에 장착
시속 400km 속도로 시험 진행
2026년까지 2200회 비행테스트
2026~2032년 120대 양산 계획
공군 5.5세대 '블럭3'개발 적극 검토
KAI, 경항모용 함재기로 개량 희망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가 19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를 이륙하며 성공적인 첫 비행시험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방사청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가 19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를 이륙하며 성공적인 첫 비행시험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방사청
[서울경제]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 21 보라매’가 드디어 창공을 날았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자체 기술로 국산 초음속 전투기를 만들어 날리는 데 성공한 여덟 번째 국가가 됐다. 개발 시작 후 약 7년 만에 이룬 쾌거다.

방위사업청은 19일 한국형 전투기(KF 21 보라매)의 최초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날 비행시험은 공군의 비행시험 조종사로 선발된 안준현 소령이 보라매 시제 1호기를 타고 33분간 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산전투기 보라매가 19일 실시한 첫 비행시험의 시각 및 위치. 연합뉴스 자료

시제 1호기는 이날 오후 3시 40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를 이륙한 뒤 무사히 비행을 마치고 오후 4시 13분 착륙했다. 방사청은 첫 비행시험 성공의 의의에 대해 “4.5세대 첨단 전투기의 국내 개발 능력이 첫 비행으로 실현되는 순간”이라며 “국내 항공 기술의 새로운 도약과 첨단 강군으로의 비상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보라매의 비행시험은 이날부터 2026년까지 총 2200여 회(이륙 횟수 기준)에 걸쳐 진행된다. 보라매는 이번 첫 비행시험에서는 공대공미사일인 ‘미티어’ 네 발을 날개에 장착한 상태로 날았다. 첫 비행인 만큼 경비행기 수준인 시속 400㎞ 정도의 속도로 시험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적외선 추적탐지장비(IRST)와 같은 다른 주요 장비들도 첫 비행에는 탑재되지 않았다. 비행 속도와 탑재 장비는 후속 비행시험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가 19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를 이륙하며 성공적인 첫 비행시험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방사청
KF 21 사업일정. 자료제공=방사청

◇개발 과정 되짚어보니=보라매 개발 사업은 2015~2028년 총 8조 8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F 16 이상의 성능을 갖춘 4.5세대 세미스텔스 전투기 및 주요 장착 무장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당초 개발 프로젝트명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 X)’였다. 이후 지난해 4월 첫 시제기가 출고되면서 ‘KF 21 보라매’라는 정식 전투기 명칭이 부여됐다.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현재까지 총 6대의 시제기(단좌기 4대, 복좌기 2대)를 제작해 출고한 상태다.

정부는 8조 8000억 원의 개발 예산과 별도로 9조 8000억 원의 양산 비용을 투입해 보라매 총 120기를 생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조기 전력화를 위해 공대공 무장 등 기본 비행 성능을 갖춘 ‘KF 21 블록Ⅰ’ 모델 40기를 2026~2028년에 양산한다. 이어 추가 무장을 통해 공대지 공격 능력까지 갖춘 ‘KF 21 블록Ⅱ’ 모델 80기를 2028~2032년에 양산하기로 했다.

앞서 우리 정부가 국산 전투기 개발 의지를 공식 표명한 것은 2001년이었다. 그해 3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고 해당 정부 임기 말 국방부와 우리 군이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 X)’를 국내에서 연구개발(R&D)하기로 결정했다. 이어진 노무현·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사업 타당성 여부를 놓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불씨를 살려 2015년 12월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에 착수했다. 따라서 이번 첫 비행 성공은 전투기 국산화 추진 선언 시점 기준으로는 약 21년, 사업 착수 시점으로는 약 7년 만의 성과로 평가된다.

KF 21전투기사업의 주요 개발 항목. 자료제공=방사청

◇향후 전망·과제는=공군은 당초 목표대로 보라매를 4.5세대의 세미스텔스기로 완성할 경우 적의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아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억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이 이미 완전한 스텔스 성능을 갖춘 5세대 전투기를 개발했고 추후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할 가능성도 있어 우리 군도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특히 보라매의 ‘블록Ⅱ’ 개발도 성공할 경우 이를 바탕으로 5.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연구 용역을 실시하는 방안도 공군은 적극 검토하고 있다. 완전한 스텔스 성능에 더해 무인기와 편대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기체를 개발하는 방안이다. 이는 2028년 이후 보라매를 ‘블록Ⅲ’로 개량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고, 보라매에서 얻은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아예 새로운 기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제조사인 KAI는 이와 별도로 보라매를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수 있는 함재기형(가칭 ‘KF 21 네이비’)도 개발할 역량을 갖췄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결정된 해군의 경항공모함 개발 사업을 윤석열 정부가 그대로 승계할 경우 함재기는 미국산 수직이착륙기인 F 35B형을 도입하는 것이 유력했다.

다만 예산상의 제약, 기술 확보 등을 감안할 때 현 정부가 경항모 사업의 개발 기간을 좀 더 늦출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국산 함재기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게 방산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수직이착륙 방식은 단기간 내의 개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함상 갑판 위를 활주하며 이착륙하는 방식으로 기체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