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상자산 분석업체 쟁글 대표 "주식 수준으로 정보 공개해야"

이정수 기자 2022. 7. 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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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투기는 한 끗 차이.. 이를 가르는 것은 '정보의 유무'
주식시장도 정보가 없었다면 투기판으로 전락했을 가능성 커
정보 충분히 공급해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 제공해야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주식 시장과는 다르게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정보와 데이터가 부족한 시장은 투자가 아닌 투기 양상을 보이기 쉽다.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고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김준우 쟁글 공동대표는 최근 조선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루나 사태의 원인 중 하나는 투자자들이 각자 투자를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서 너무나 빨리 시장이 커버린 것”이라며 “시장에는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는 이 부분이 미흡하다”라고 주장했다.

국내 가상자산 분석업체 쟁글은 지난 2018년 설립됐다. 지금까지 약 400개의 가상화폐를 분석해 정보를 제공해 왔다. 쟁글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몇 안 되는 가상화폐 정보지 역할을 해왔다.

쟁글의 주요 업무는 가상화폐 분석 및 가상자산 시장 내 프로젝트 해설 등이다. 지난해보다 직원 수가 2배 정도 늘었을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쟁글은 루나 테라 사태 6개월 전 그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쟁글을 이끄는 김 대표는 증권사 트레이더, 삼성전자 기업전략부, NXC의 투자 및 사업 개발 담당자로 활동했다.

다음은 김준우 대표와의 일문일답.

김준우 쟁글 공동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쟁글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상훈 기자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

“가상자산 시장엔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다 해도 활용하기가 어렵다. 과거 가상화폐 열풍이 불 때,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지인들에게 어떤 이유로 투자하게 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남들이 사니까’, ‘가격이 오르고 있으니까’ 뿐이었다. 기존 주식 시장과는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즉, 사람들의 투기를 투자로 바꾸고 싶었다.”

가상자산 시장이 투기판이라고 보나.

“투자와 투기는 한 끗 차이지만, 이를 가르는 것은 ‘정보’다. 투자는 정보와 데이터 등에 근거한 의사 결정 판단에서 이뤄지지만, 투기는 그렇지 않다. 가령 주식 시장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애널리스트 자료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은 좋은 상품은 있으나, 이러한 시스템들이 갖춰져 있지 않다. 만일 주식시장이 한국거래소와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만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봤다. 애널리스트, 전문가 의견 등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투기판’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가상화폐를 분석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많은 사람이 한국신용평가나 한국기업평가의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생각하곤 있는데, 이와는 다르다. 위 두 기관은 기성 기업 등을 대상으로 평가를 주로 해오고 있으나, 우리는 극 초창기 기업이나 가상화폐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벤처캐피탈(VC)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하다. 창업자, 프로젝트 내용을 보듯이 우리도 기술적인 내용, 탈 중앙성, 커뮤니티, 재무적 건전성, 정성 평가 등 6가지 항목으로 나눠 평가를 진행한다.”

가상화폐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명확한 기준표를 통해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명칭은 ‘XCR(Xangle Crypto Rating)’이다. 100점 중 85점 정도는 정량 평가로 진행한다. 누가 평가하더라도 같은 값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나머지 15점 정도가 정성 평가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역으로 다시 결과를 검증하는 절차도 진행한다. 등급은 AAA, AA 등 총 18개로 나뉘어 있다.”

김준우 쟁글 공동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쟁글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상훈 기자

정성 평가는 중립성 문제가 불거질 텐데.

“그런 우려를 줄이기 위해 여러 단계를 마련해뒀다. 정성 평가 내에서도 5가지 기준을 나누고 이를 상-중-하로 나누는 식이다. 또한 쟁글 애널리스트가 평가를 마치게 되면 이를 팀장급이 다시 평가를 하고, 마지막엔 경영진의 검증을 거친다. 또 이해 상충 문제도 불식하기 위해 컴플라이언스 체계도 운영 중이다. 관련 팀장급 임원도 최근 쟁글에 합류했다.”

루나 문제를 사태 발생 이전에 지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맞다. 루나 사태가 발생하기 6개월 전 코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여러 콘텐츠를 배포한 바 있다. 특히 루나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을 때에도 루나가 지닌 구조적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루나 사태를 막지 못했다. 루나가 성장하면서 문제점을 짚어준 곳이 별로 없어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제2의 루나 사태를 막기 위해선 이런 점들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루나-테라 사태의 원인은 무엇으로 보는가.

“루나 사태의 원인 중 하나는 투자자들이 각자 투자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너무나 빨리 시장이 커버린 것이다. 시장이 잘 될 때나 안될 때나 상관없이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어야 한다. 금융 상품의 경우 회계 법인이나 로펌 등이 검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러한 장치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가상자산 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해야 한다. 가상자산은 주식시장과 다르게 공시가 필수는 아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가상화폐나 프로젝트에 대한 사전 공지, 투자자 보호, 원활한 소통 부분 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투자자들이 사전에 더 대응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규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규제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좋은 규제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목적이 될 수 없다.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투자자 보호가 목적이라면 투자자 피해가 왜 발생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라고 믿는다.”

가상자산 시장의 암흑기가 길어질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가상자산의 쓰임새를 보여준다면 지금보다 나은 상황으로 개선될 여지는 있다. 과거 2018년부터 2020년 여름까지 있었던 암흑기를 돌아보면 코인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어 디파이(DeFi·탈중앙 금융) 등이 등장하며 코인이 쓰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자 다시 상승장이 시작됐다. 사실 이번 폭락장은 사람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측면도 있다. 기대치에 맞는 쓰임 용도를 보여준다면 신뢰가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쟁글이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더 많은 사람에게 정보와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개인에게는 지식의 허들을 낮추고 싶다. 또 투자 기회를 더욱 공정하게 주도록 하고 싶다. 또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웹 3.0 등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업 및 개인의 이해도를 높여주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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