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그들' 없이 스스로 빛난 KF-21..최강 무장 달고 진짜 데뷔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입력 2022. 7. 20. 10:09 수정 2022. 7. 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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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대 초음속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첫 비행을 기다리며 어제(19일) 많은 이들이 손에 땀을 쥐었습니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활주로 주변으로 이른 오전부터 KAI 직원, 항공 동호인, 시민, 유튜버 등 'KF-21 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사천 하늘에 구름이 드리워지면서 당초 계획했던 오전 10시 비행은 취소됐습니다. 좀 불안했습니다.

다시 잡힌 시간은 오후 3시 30분. KF-21이 제시간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천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서울 용산 국방부로 현장 소식과 사진, 짧은 영상들이 속속 전송됐습니다. 3시 40분 가볍게 이륙, 33분간 비행, 4시 13분 안전하게 착륙. KF-21의 역사적인 첫 비행이었습니다. 최첨단 국방과학의 총아라는 초음속전투기 8번째 개발국 등극의 큰 고비를 넘겼습니다.

국방장·차관, 안보실장·차장, 방사청장, 공군참모총장은 어제 사천에 가지 않았습니다. 정치인들도 첫 비행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권력자들이 없으니 KAI 낙하산 사장을 노리는 캠프 출신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투기에 진심인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로 족했습니다. KF-21은 스스로 빛났습니다. 현존 최강의 공대공미사일 미티어(Meteor) 4발을 장착해 막강 전투기의 위용을 과시하며 외국 공군과 글로벌 항공업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미티어에 이어 장거리 공대지까지 적절히 채택하면 야무진 4.5세대 전투기가 탄생하리란 기대가 커졌습니다.
 

KAI 등 개발진에 경의를

KF-21 개발의 산증인 KAI의 류광수 부사장

KAI는 KF-21 20년 개발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류광수 부사장(고정익사업부문장)의 소감으로 첫 비행 성공의 감회를 대신했습니다.
 
"지난 2002년 T-50의 꿈을 이루었고, 2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또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국내외 엔지니어와 생산인력의 피와 땀이 배인 결과물입니다.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도전의 성과를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 있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KF-21 최초 비행 성공은 또 다른 시작입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난관을 뚫고 완벽한 KF-21을 개발해내겠습니다."

2002년 11월 정부와 군이 F-16보다 상위급 전투기 개발을 결정한 이래 부침이 심했습니다. 국책연구기관들이 2003년과 2007년 잇따라 "사업 타당성 없음"이라는 연구용역 결과를 내놔 나락에 빠지는 듯했습니다. 2009년에야 "경제적 타당성 있음" 결론의 연구용역이 나와 불씨가 살아났습니다. 2011~2012년 탐색개발을 마무리했지만 2015년 미국의 4가지 핵심 기술 이전 거부 통보에 또 한 번 위기를 맞았습니다. 핵심 기술 독자 개발을 결정하고 2015년 말부터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첫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KF-21 개발에 헌신한 KAI와 국방과학연구소,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시스템 직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미티어 장착 비행은 신의 한 수


신의 한 수는 미티어 장착이었습니다. 미래가 불투명한 시제기가 아니라 공격력이 보장된 전투기의 진면목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앞다퉈 KF-21 첫 비행 성공을 보도한 유력 군사 전문지 등 해외 언론들도 미티어 장착 비행에 주목했습니다. 미티어는 상대가 한번 걸리면 회피할 수 없는 마하 4.5, 사거리 200km의 공대공미사일입니다. 스텔스전투기 F-35의 공대공인 AIM-120보다 더 멀리 더 빨리 날아갑니다. KAI 핵심 관계자는 "KF-21과 미티어의 체계 통합을 완료했다", "양산 1호기부터 미티어를 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통 폭발력과 정확도가 높은 공대지미사일까지 갖추면 KF-21의 상품 가치는 치솟습니다. 적 전투기를 먼저 보고 먼저 쏠 뿐 아니라 600km 밖 지상·지하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면 가히 무적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국산 장거리 공대지를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독일 타우러스시스템스의 장거리 공대지 타우러스 개량형 한·독 공동 개발이 신속 획득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서울 아덱스에 참가한 요아킴 크노프 타우러스시스템스 회장은 "3년 내에 KF-21, F-15K, FA-50 등 한국의 전투기에서 장착할 수 있는 타우러스350K-2(개량형)를 적은 비용으로 공동 개발할 수 있다", "한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made-in-Korea' 미사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산 장거리 공대지는 개발되는 대로 KF-21에 장착하고, 타우러스 개량형은 KF-21 양산 1호기부터 장착할 수 있도록 개발해 조기 수출을 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빛 좋은 개살구' 출고식…'그들 없이 빛난' 첫 비행

작년 4월 KF-21 출고식은 떠들썩했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 국방장관, 공군참모총장, 방사청장에 인도네시아 국방장관까지 집결했습니다. 여야 국회의원도 다수가 참석했습니다. 행사의 초점은 민족주의적 자긍심 고양에 맞춰졌습니다. 마케팅을 위한 행사인데 '마케팅 없는 기이한 출고식'이란 촌평이 해외 항공업계에서 돌았습니다.

어제 첫 비행은 출고식과 정반대였습니다. 국방장·차관, 안보실장·차장, 방사청장, 공군 참모총장 중 누구도 사천에 가지 않았습니다. 정치인도 없었고, 꼭 참석하리라 예상됐던 KAI 차기 낙하산 사장을 노리는 이들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완전한 무관심이었습니다. KF-21을 세계에 제대로 알리는 자리였지만 별도 행사는커녕 방사청의 예고도 없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어제 오전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여러 기자들이 국방부와 방사청에 영상과 사진의 제공을 번갈아 부탁했을 정도입니다.

현존 최강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 4발을 달고 이륙하는 KF-21

KF-21 첫 비행은 충분히 멋졌습니다. KAI 직원들이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이 적잖이 씻겨지는 것 같았습니다. 고위직과 정치인, 낙하산 희망자의 행사용 박수는 없어도 그만입니다. 그들의 부재 덕에 KAI 직원들은 오히려 편하게 최초 비행을 지켜봤다고 합니다. KF-21은 4년 동안 2천200회 이상의 살얼음판 같은 비행 시험을 치릅니다. 앞으로 4년을 KF-21에 관심 없는 정치와 낙하산은 빼고, 어제처럼 온전히 KAI에 맡긴다면 라팔, F-15, F-35 부럽지 않은 KF-21 개발 최종 성공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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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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