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의 '돌검공화국', MB의 노동 배제·탄압을 반복하려 하는가

2022. 7. 2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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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는 23일 희망버스 출발.."대우조선해양 노동자의 절규에 응답하라"

[이도흠 한양대 교수]
사진 한 장의 충격과 이어지는 분노가 오랜 동안 가시지 않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은 가로, 세로, 높이 모두 1미터인 0.3평의 철 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안에 겨우 몸을 구겨 넣은 채 시위하고 있었다. 쏘아보는 눈빛은 분노로 가득하고 날카로운 콧날을 중심선으로 하여 모여진 근육들은 서늘할 정도로 결연한 의지를 뿜어내고 있다. 오른 손으로는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있고, 구조물을 쥐고 있는 왼 손 팔뚝엔 핏줄이 곤두서있다. 무엇 때문에 그는 이 무더위에 지상지옥을 만들고 자신을 가두었을까?

한 마디로 지금 대우조선해양이 더한 생지옥임을 말하기 위해서다. 2016년의 연봉은 4000만 원 중반 정도를 받았는데 지금은 3천만 원 초반대로 줄어들었다. 세금 공제를 하고 실제 가져가는 월급은 200만 원 남짓인데 물가와 금리는 치솟고 있다. 2021년에 선박건조 및 수리업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는 3125명이고 그 중 40명이 사망하였다. 만인율(사망자 수에 1만을 곱하여 노동자 수로 나눈 값)은 2.92명으로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건설업의 2.32명보다 높다. 게다가 2015년부터 조선소에서 쫓겨난 하청노동자가 7만 명이 넘는다. 진보적인 인사조차 임금 인상 30%는 과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는데, 임금인상이 아니라 그동안 빼앗긴 것을 되돌리고자 하는 것이자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 없어 최소한의 생존을 요구하는 것이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7월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독(도크) 화물창 바닥에 스스로 용접한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3월 26일의 풍경이 겹쳐진다. 11시에 서울대 본관 앞에서 희망버스 참석 등을 이유로 김세균 교수를 명예교수에서 배제하려는 것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끝내자마자 서울검찰청 앞으로 달려갔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넉 달 사이에 3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사망하고 9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기업은 몇 백 만 원조차 아까워하며 아무런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고 조사도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 이에 검찰청 앞에서 1시부터 책임자 고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학계 대표로 발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참석했는데 참담했다. 곳곳에 하소하다고 또 하다가 아무런 응답이 없어 그래도 언론에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멀리 거제도에서 왔는데 단 한 명의 기자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MB 정권 때의 그 지독한 노동 배제와 탄압이 다시 반복되려 한다. SY(윤석열)는 '돌검공화국'(돌덩이처럼 무능한 검찰공화국)을 이참에 실험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노동자가 아니라 SY를 위해서도 빨리 협상타결에 힘을 보탤 것을 권한다.

첫째, 지금 경제 위기 상황인데 이를 극복하는 지름길은 불평등의 완화이기 때문이다. 불평등이 극대화한 상황에서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까지 닥쳤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62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106.1%에 이른다. 이 상황에서 인플레를 잡기 위하여 금리를 올리면 '영끌'이나 자영업자만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원리금 상환 부담에 놓이고 경제는 장기침체를 면하지 못한다. IMF때는 기업이나 금융이 망한 것이기에 공적 자금 투자로 회생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대다수 서민과 노동자가 생존위기에 놓여 소비를 줄이는 바람에 불황이 온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IMF조차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면 낙수효과는 틀렸고 서민과 노동자의 소득을 늘리는 '분수효과'가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표명했고 실험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둘째, 하청노동의 모순과 부조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책임이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의 평균 월급이 333만 6000원인데, 비정규직은 176만 9000원이다. 산재사망사고의 90% 이상이 비정규직·하청 노동자에게서 발생한다. 혹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돈이 많이 들어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2011년 당시에 30대 기업의 경우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당기순이익의 1.5%에 지나지 않았다.(<시사저널>, 2012년 10월 31일) 공기업의 경우 오히려 국민의 혈세를 아끼게 된다. 2012년 6월 인천공항파업 때 노동계의 요청을 받고 민교협이 주최하여 국회에서 토론회를 하였다. 당시 의장이던 필자가 사회를 보고 노동위원장이던 김성희 교수가 발표를 하였다. 이 발표에 따르면, 완전 정규직화할 경우 처음에는 적자이지만 3년차부터 편익이 증대하였다. 두 배에 가까운 임금이 드는데 어찌 이런 마법이 가능한가. 마름 구실을 하는 하청업체의 업주들의 관리비가 터무니없이 많았고 매년 평균 7% 정도 용역단가를 인상해주고 있었는데 정규직 직원들의 연봉 인상만큼만 지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조사해보아야 알지만, 대우조선해양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보는데, 이런 부조리를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해결할 것인가.

셋째,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작년부터 대화를 요청해왔으나 응하지 않은 것은 원청과 정부다. 그럼에도 SY는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라고 전혀 엉뚱한 말을 하며 공권력 탄압을 시사하고 있다. 영웅도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면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하물며 정치력도 상당히 부족하고 의식도 범인보다 낮은 이가 지나간 독재정권의 국가폭력을 반복한다면 그 끝은 불을 보듯 환하다. 더구나, 취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지지율이 30%대에 이르고 무능과 독선으로 각인된 이 정권이 이를 단행할 경우 정권붕괴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번 주 토요일인 23일에 거제도로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정부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직무유기를 중단하고 이제 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에 응답하기 바란다. 시민들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성원과 지지와 참여로 화답하시리라 믿는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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