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러 온 사람이 대뜸 2억 깎네요"..광명 집주인들 '열불'

오세성 2022. 7. 2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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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vs 매수자, 집값 온도차 커
중개사들 "집주인은 전고점, 수요자는 분양가만 본다"
벌어진 눈높이에..매물 늘고 거래는 줄어
광명시 일직동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아파트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며 '서울 옆세권'으로 인기를 끌었던 경기도 광명 집값도 하락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매물 가격을 수억원씩 낮추고 있지만, 수요자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입장차가 크다보니 거래도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푸르지오'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이사를 계획하며 집을 매물로 내놨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A씨는 "집을 보러 온 사람 중 한 명이 대뜸 2억원을 깎아달라고 요구한 일이 있었다"며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내놨는데, '그래도 많이 벌지 않았느냐'며 너무 당당하게 요구하는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이 2014년이었다. 정부에서도 빚내서 집 사달라고 할 정도로 내 집 마련이 외면받던 시기"라며 "당시 경쟁률도 4대 1이 채 되지 않았다. 집주인들은 집값 하락의 위험성을 감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값이 분양가 아래로 내려가면 분양가에 맞춰 값을 더 쳐줄 것이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광명역이 위치한 광명시 일직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은 2015년 전후로 분양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입주가 이뤄졌다. 분양가는 전용 84㎡ 시작가 기준 '광명역파크자이' 3억8900만원, '광명역써밋플레이스' 4억1000만원, '광명역센트럴자이' 4억3000만원, '광명역푸르지오' 3억8000만원, '광명역유플래닛' 4억3000만원이었다.

이 지역 아파트 단지들의 입주가 끝난 이후 전국 집값이 들썩였다. 지난해에는 일직동 일대 모든 단지 전용 84㎡ 실거래가격이 14억원을 넘어섰고, '대출 금지선'인 15억원 돌파하기도 했다. 광명역유플래닛 전용 84㎡는 지난해 6월 1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2019년 12월 입주하고 1년 반 만에 가격이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광명시 일직동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단기간 집값이 급등하며 매수심리가 식어 매물 적체와 가격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광명역이 위치한 광명시 일직동 아파트 매물은 연초 대비 37.5% 증가한 271건을 기록했다. 이 지역 매물이 270건에 달한 것은 일대 개발이 이뤄진 이후 처음이다.

매물 적체에 가격도 내려갔다. 광명역파크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14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12억원으로 낮아졌다. 광명역써밋플레이스 전용 84㎡는 13억원에 매물이 등록돼 있다. 이 면적은 지난해 14억9000만원에 실거래된 바 있다.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췄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일직동 B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매매가에 비해 호가를 1억~2억원씩 낮춘 경우가 많다"면서도 "매수세가 줄어 월에 2~3건이 겨우 체결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그나마도 신안산선 광명역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매수세가 다소 유입된 결과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거래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그는 "가격을 낮추는 집주인들의 기준은 신고가이지만, 수요자들이 보는 가격은 분양가"라며 "집주인이 가격을 낮춰도 수요자는 비싸다고 한다. 가격 자체가 비싸다는 반응도 있지만, 그보다는 단기간에 몇 배씩 상승했다는 데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의 주택 매매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발표한 '2022년 6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3.0으로, 전달의 109.4보다 6.4포인트(p) 하락했다. 수도권의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도 101.0으로 전달의 108.9보다 7.9포인트 내리며 2개월 연속 보합국면에 머물렀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112.9에서 103.4로 9.5포인트, 경기가 108.1에서 100.9로 7.2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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