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베르사유 궁전처럼 꾸민다.. 거대한 미술관으로 재탄생

정상혁 기자 2022. 7. 2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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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활용 구상안 발표
원형 보존 전제 문화·예술 공간으로
올 가을 첫 '청와대 컬렉션 특별전'
문화체육관광부 측이 "고품격 미술품 전시장"으로 조성 계획을 밝힌 청와대 영빈관 풍경. 이르면 올 가을 첫번째 '청와대 컬렉션' 전시가 열린다. /문화재청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처럼 청와대 공간을 재구성하겠다.”

청와대가 거대한 미술관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지난 5월 청와대 일반 개방 이후 각계의 이견이 분분했던 공간 활용 방안이 처음 구체적 윤곽을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일 청와대 미래 청사진에 대한 사전 설명회를 열고 “건물의 원형 보존이라는 대원칙 하에 문화·예술이 접목된 ‘청와대 아트 콤플렉스’ 계획을 추진하겠다”며 “새로운 청와대는 새 정부의 핵심 브랜드이자 상징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 같은 내용의 첫번째 대통령 업무보고를 21일 진행했다. 각 기관 별 청와대 관련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속셈으로도 풀이된다.

청와대에 소장된 600여점의 미술품을 활용해, 청와대 본관·관저·영빈관·춘추관을 ‘프리미엄 근·현대미술 전시장’으로 단장한다는 게 큰 골자다. 본관은 1층 로비와 세종실(335㎡)·충무실(355㎡)·인왕실(216㎡), 관저는 본채 거실과 별채 식당, 춘추관은 2층 기자회견장(450㎡)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주요 외빈을 위한 행사장으로 활용됐던 영빈관(496㎡)의 경우 “특별 기획전시장으로 꾸미겠다”고 했다. 내부홀의 10m 높이 층고를 장점으로 적극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박보균 장관은 “오랜 세월 소수의 권력자만 은밀하게 즐겼던 고품격 작품을 온국민이 향유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가 크다”며 “베르사유 궁전처럼 원래 공간은 훼손하지 않고 전시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 걸려 있던 한국화 거장 서세옥 1990년작 ‘백두산 천지도’ (119.8×159.2㎝).

이르면 올 가을 ‘청와대 컬렉션 특별전’이 열린다. 허백련·장우성·이상범·김기창·서세옥 등 한국화 거장 24인의 작품 30여점이 그 대상이다. “1948년 경무대 시절 이승만 대통령 당시부터 기증받은 당대 최고의 한국화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현재 작품 선정 작업과 도록 제작이 이뤄지는 중이고, 해당 작품이 어떻게 청와대에 들어갔는지 그 경로를 추적하는 스토리텔링 구축도 병행된다. 해당 작업은 국립현대미술관 등 공공기관 및 외부 전문가의 민관 협력 체제로 이뤄진다.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는 다음달 장애인 미술 특별전이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택과 대통령실에 그림을 걸어둘 만큼 아끼는 발달장애 화가 김현우 등의 작품 50여점이 나올 예정이다.

역대 대통령의 자취를 들여다보는 ‘대통령 역사문화 공간’도 본관과 관저 등에 마련한다. 최고 권력자의 자취가 오롯이 남은 이 현장에서 “역사적 결단의 순간마다 대통령의 선택은 무엇이었는지 회고하고 관련 사료를 모아 전시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역대 대통령 자녀 및 인친척 등으로 자문위원을 구성했는데, 조혜자(이승만 대통령 며느리)·윤상구(윤보선 대통령 아들)·박지만(박정희 대통령 아들)·노재헌(노태우 대통령 아들)·김현철(김영삼 대통령 아들)·김홍업(김대중 대통령 아들) 등이다. 1939년 준공돼 조선총독 관저로도 사용됐다가 1993년 철거된 구(舊) 본관은 모형으로 복원을 추진한다.

청와대 경내에 있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건축물 '침류각'을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문화재는 부분 폐쇄없이 현 상태로 보존·연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청와대의 또 다른 미적 재산은 정원이다. 수령 740년이 넘는 최고령 주목(朱木) 등 180여종 5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목원 관리와 함께 이 곳에 야외 조각 공원을 조성해 청와대 소장 조각품을 상시 전시할 예정이다. 1900년대 초 전통 가옥 침류각(枕流閣), 오운정(五雲亭), 왕을 낳았던 조선 후궁 일곱 명의 위패를 모신 칠궁(七宮), 석굴암 본존불을 계승한 신라 불상 석조여래좌상(보물 1977호) 등 청와대 내부에 자리한 문화재 및 건축물은 장기적으로 연구·보존한다는 방침이다.

문화 공간 변신 이후 배가될 혼잡은 숙제다. 개방 두 달만에 관람객 130만명이 다녀간 만큼, 훼손 우려도 심각한 상황이다. 미술 전시 외에 상황에 따라 야외 콘서트 등의 공연 행사도 운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잦은 ‘쇼’가 자칫 청와대의 위상을 격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장관은 “청와대 공간이 결코 놀이터가 돼선 안된다”며 “아무나 뛰노는 곳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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