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ILO협약보다 먼저 제정..실효성 높여야"

직장갑질119·국제노동기구 등, '갑질금지법 3주년' 국제심포지엄

직장갑질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일의 세계에서 모든 사람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과 괴롭힘을 비롯한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존중하고, 촉진하고, 실현해야 한다." ('ILO 노동세계의 폭력과 괴롭힘 협약' 제4장 제1조)

이 같은 내용의 국제노동기구(ILO) 190호 협약(C190)을 담당하고 있는 발렌티나 전문담당관은 22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 화상으로 참석해 이 협약의 의미와 세계적인 추세를 발표했다.

발렌티나 담당관에 따르면 ILO 190호 협약은 이달 20일 기준으로 19개국이 비준했다. 2020년 6월 12일 우루과이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소말리아, 그리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등이 협약에 가입했다.

발렌티나 담당관은 "사용자 및 노동자대표 조직과 협의해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을 위한 포용적·통합적·성인지적 접근을 도입해야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촉진해야 하며, 노동권과 노동의 기본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협약 내용을 설명했다.

한국은 ILO 190호 협약을 비준하진 않았지만, ILO가 협약을 채택한 시점(2019년 6월 21일)보다 앞선 2019년 1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을 제정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ILO 협약보다 먼저 한국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만들어진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기업과 조직 곳곳에서 발생한 소위 '갑질'에 대한 분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래로부터의 요구와 상호 작용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법이 시행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법 시행 3년의 과제로 ▲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 특수고용노동자·플랫폼 노동자 등에 적용 ▲ 정부 당국의 제대로 된 법 집행 등을 꼽았다.

이진아 노무사는 2020∼2021년 산재 인정 사망자 수와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직장인 1천 명 중 296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고 그중 34명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 중 산재(순직)를 신청해 인정받은 노동자 수는 2020년 87명, 지난해엔 114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노무사는 "괴롭힘은 줄었지만 심각한 괴롭힘은 줄지 않고 있다"며 "직장생활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았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나 고객 폭언 및 업무과다 등으로 발생한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신고 시 조치 의무를 위반하는 사건,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행정당국이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심포지엄은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 김영주·강은미·용혜인 의원실이 공동 개최했다. 강 의원은 "ILO 190호 협약 비준을 위해 국회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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