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산모 '임신성 고혈압' 위험, 저용량 아스피린 먹어야

입력 2022. 7. 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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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성 고혈압’은 임신 20주 이후 고혈압이 발생하거나 임신 전 만성 고혈압이 임신 중 악화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중 단백뇨, 부종, 두통, 시야 이상 등의 증상이 동반되면 ‘임신중독증(전자간증)’이라고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40세 이상의 고령 초산모가 증가하고 있는데, 고령 산모는 만성질환 동반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에 임신성 고혈압 위험요인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10년 동안 임신성 고혈압이 2배 이상 늘었으며, 국내에서도 임신중독증 환자 수가 최근 5년 새 약 40% 증가했다.

임신중독증의 위험인자로는 ▶초산모 ▶비만 ▶다태임신 ▶당뇨 ▶보조생식술 임신 ▶이전 임신에서의 임신중독증 ▶조기 태반박리 ▶자궁 내 태아 사망 과거력 ▶35세 이상 고령 임신 등이 있다. 기저질환으로 만성 고혈압, 만성 신질환, 루푸스, 항인지질항체증후군 등도 영향을 준다.

임신중독증, 산모 사망 3대 원인

주요 발병 기전은 상당히 복합적이다. 임신 초기 태반세포에 대한 산모의 면역 반응, 자궁 내 혈관의 리모델링 과정의 문제, 혈관 형성에 관여하는 인자들의 불균형, 혈관 벽 세포들의 비정상적 염증반응 등과 산모의 부적절한 심혈관계 변화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 후기로 갈수록 임신부의 혈액량이 급상승하는데, 임신 초 정상적인 자궁 내 혈관 리모델링 및 심혈관계의 정상적 변화를 거친 혈관들은 잘 이완돼 정상혈압을 유지한다. 하지만 임신 초기 부적절한 태반 형성 및 혈관 변화를 거친 경우 임신 후기에 증가한 혈액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혈압이 상승한다.

태아에게 태반은 폐·간·신장의 역할까지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이런 태반 형성 과정의 문제는 태아가 작을 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태아가 성장함에 따라 더욱 필요해지는 산소와 영양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태아의 자궁 내 성장이 저하되고 저체중, 저산소증에 빠질 수 있으며, 극단적으로는 자궁 내 태아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이런 조기 태반박리는 산모의 혈압이 급상승하는 임신중독증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태반의 폐 기능 소실로 태아에게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자궁 내 태아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는 응급상황이다. 산모에게도 출혈과 쇼크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중증 합병증이다. 하지만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조기 태반박리를 동반하지 않더라도 임신중독증은 색전증, 산후출혈과 함께 모성사망 3대 원인 중 하나다. 임신성 고혈압이 발생한 여성은 장기적으로도 심근경색·뇌졸중·신장질환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며, 임신 전부터 혈압이 높았다면 그 위험이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출산 후에도 정기검진과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신중독증의 치료는 임신을 종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른 임신 주수에 진단될수록 산모와 태아의 위험도는 증가한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고혈압, 부종, 복수, 혈액응고장애, 폐부종, 간 또는 신기능 저하 등으로 조기분만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산모의 증상보다 태아의 자궁 내 태아발육 지연의 정도가 심해 조기분만 후 신생아를 중환자실에서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임신중독증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관리에도 주목해야 한다. 임신 관련 합병증 위험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임신성 고혈압의 위험이 일반여성의 약 3.5배, 자궁 내 태아발육지연 위험이 약 2.5배, 자궁 내 태아 사망의 위험이 16.5배에 이를 정도다. 루푸스 신염 또는 만성 고혈압이 동반되면 위험도가 더 커진다.

루푸스 환자, 임신 합병증 위험 높아

따라서 임신 전 가장 중요한 것은 질환의 활성도 관리다. 6개월 정도 루푸스 활성도가 낮은 상태로 안정적이라면 류머티스내과 주치의와 상의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이것이 임신 예후를 좋게 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하이드록시 클로로퀸과 같은 항말라리아 약제는 임신 중 질환의 악화를 막는 데 도움을 주고 태아에 대해서도 밝혀진 위험도가 없다. 따라서 임신 중 지속해서 복용하는 것이 도움된다. 또 일반여성은 약 7%에 불과하지만 루푸스 환자는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 항인지질항체 보유자의 경우 자궁 내 태아 사망, 중증 전자간증, 태아발육지연, 습관성유산의 위험이 크다. 따라서 항인지질항체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항인지질항체가 동반된 경우에는 저용량 아스피린과 함께 저분자량 헤파린 주사를 임신 중 병용하는 것이 합병증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현재까지 효과가 증명된 임신성 고혈압 예방법은 저용량 아스피린뿐이다. 이전 임신에서 임신중독증이 있었던 경우 만성 고혈압, 당뇨, 신장질환, 자가면역질환, 다태임신 중 하나 이상의 고위험요소가 있다면 임신 12~28주부터(가급적 임신 16주 이전부터) 임신 후기까지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이 권장된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임신중독증의 중등 위험인자를 초산모, 35세 이상의 고령, 체질량지수 30 이상, 임신중독증 가족력으로 꼽고, 이 중 2개 이상의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에도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권장한다.

임신중독증 예측에는 임신 중 진찰소견에 따라 혈관인자의 불균형, 자궁동맥의 혈류에 관련된 검사가 도움되기도 한다. 세계산부인과학회는 하루 칼슘 섭취가 800㎎ 미만으로 부족한 여성은 하루 1.5~2g 이하의 추가 칼슘 섭취를 권장하며, 기존 임신중독증 위험인자, 혈관인자, 임신 초기 자궁동맥의 혈류박동지수 수치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임신중독증 위험도를 예측하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을 권장한다.

고현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에서 태아 치료를 주제로 연수했고, 현재까지 태아 치료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2010부터 비정상 태반착상과 관련된 국책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임신성 고혈압을 포함한 임신합병증의 한국형 예측 모델 개발 및 임신성 당뇨 관리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고위험임신·선천성질환 등이 전문분야다. 대한산부인과학회 JAPAN-KOREA-TAIWAN 위원회 위원, 질병관리청 PHWR 편집위원, 대한모체태아의학회 임신성당뇨연구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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