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수출 Q&A] 러시아 오데사항 폭격에 협상이행 '안갯속'

박상현 2022. 7. 2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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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 협상 타결 하루 만에 '날벼락'..합의 깨졌다고 보긴 어려워
서방, 러 공격 부정에도 맹비난..우크라 "계속해서 수출 추진"
러시아 미사일 공격 받은 우크라이나 오데사 (오데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에 2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떨어져 연기가 나고 있다. 2022.7.24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우크라이나 남부에 묶여 있던 곡물의 수출길을 열어줄 협상안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23일(현지시간) 주요 곡물 수출항에 러시아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합의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는 전날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진행한 4자 협상을 통해 흑해에 안전 항로를 마련하고 이곳을 지나는 수출입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 합의는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밀을 대거 운송하는 선박의 운항을 재개하도록 해 세계 식량난 해결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오데사 항구에 급작스럽게 감행된 미사일 공격으로 어렵게 타결된 협상안이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전망을 뉴욕타임스(NYT) 기사 등 외신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그래픽]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안전항로'(종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흑해로 수출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의 4자 협상이 타결된 이튿날인 23일(현지시간) 수출항 중 한 곳의 기반 시설에 대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이 감행됐다. yoon2@yna.co.kr

-- 협상안 골자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경로는.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흑해 연안에 군함을 배치하고, 우크라이나는 항구 방어 목적으로 바다에 많은 기뢰를 설치했다. 이로 인해 선박 운항이 어려워졌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인 오데사, 유즈니, 초르노모르스크를 출발한 배는 합의에 따라 정해진 안전 항로를 거쳐 이스탄불 공동 조정 센터에 들른다. 지도를 보면 흑해를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스탄불이 있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야 한다.

이번 협상에 임한 국가들과 유엔 관리가 함께 근무할 공동 조정 센터는 선박에 무기나 위험 물질이 있는지 검사한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선박이 귀항할 때 무기를 실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당사국들은 선박과 항구가 적대 세력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흑해 항로가 열리면 매달 5백만t 분량의 곡물을 실어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이번 공격과 같은 위험 요소는 없는가.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휴전에 합의하기 전까지는 선박이 전쟁 지대를 통과할 수밖에 없다. 선박이나 항구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위험 요소는 공동 조정 센터가 원활히 운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유엔과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잘 중재해야 하는 중요한 책무를 맡았다고 할 수 있다.

유엔은 오데사항 폭격 이후 곡물 협상이 반드시 완벽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서 자라는 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오데사항 공격을 합의 위반이라고 볼 수 있는가.

▲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격 목표와 곡물 관련 시설의 피해 상황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심 마르첸코 오데사 주지사는 부상자가 나왔고, 오데사항의 기반 시설이 파괴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이번 공격이 자국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튀르키예 국방부는 러시아 관리가 오데사항 폭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사실을 전했다.

다만 항구에 떨어진 미사일 중에는 러시아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이 일부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또 이번 공격이 러시아군의 소행이라 하더라도 군사 시설 타격이 목적이었다고 주장한다면 합의를 깼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유엔 관계자는 러시아가 곡물 수출항이 아닌 항구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이 세계 경제를 위해 흑해에 안전한 뱃길을 만들어 주자는 합의에 역행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쌓인 곡물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 반응은.

▲ 오데사항 폭격 사실이 알려지자 협상 당사자인 유엔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미국, 영국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합의 하루 만에 곡물 수출에 중요한 목표물을 공격한 것은 비난받을 만하다"며 "국제적 법과 약속에 대한 러시아의 완전한 무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는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건이 우리를 정말 걱정하게 만든다"면서도 공격을 부정한 러시아 입장을 고려해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애초부터 협상안 이행에 회의적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 관리는 합의 직후 러시아가 흑해에 안전 항로를 마련한다는 데 대해 부정적 평가를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미사일 공격을 규탄하면서 "러시아가 과연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지 심각하게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튀르키예, 우크라이나가 세계에 식량을 공급하려 했던 작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포기할까.

▲ 일단 우크라이나는 예정대로 곡물 수출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미콜라 솔스키 우크라이나 농업부 장관은 "미사일 공격으로 곡물 수출 관련 시설 중 일부는 파괴됐고, 수출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러시아와 전쟁 중이고, 합의는 러시아가 아닌 유엔·튀르키예와 했다"며 "합의가 효력을 발휘하는 한 곡물 수출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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