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 '안타깝다'더니..尹 "내부 총질 당대표" 본심 들통?

신진환 2022. 7. 27. 0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성동 원톱 체제 논란 불가피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간 문자메신저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

윤석열 대통령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난하는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이 대표의 징계 과정에서 제기돼온 이른바 '윤심(尹心)'이 실린 것 아니냐는 '축출설'이 힘을 얻게 됐다.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본희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국회사진기자단에 포착됐다. 촬영된 사진을 보면, 윤 대통령은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이를 확인한 윤 대통령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이모티콘을 보내 화답했다. 권 원내대표는 "강기훈과 함(께)"라는 메시지를 썼지만, 손가락에 가려 정확한 메시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저장된 상대방은 권 직무대행에게 '우리당도 잘 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국회=남윤호 기자

권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사건 경위에 대해 "대통령께 국민의힘의 통 큰 양보로 국회가 정상화됐고, 대정부질문에서도 의원들 한 분 한 분의 열띤 질의를 통해 국민께서 힘들어하는 경제난을 이겨내려 애쓰고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대통령께서도 당 소속 의원들의 헌신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함께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 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으로 생각된다"며 "오랜 대선기간 함께해오며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며 "다시 한번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선배, 동료 의원들께도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오해'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윤 대통령이 언급한 '내부 총질'은 누적된 감정이 드러난 대목으로 볼 여지는 충분히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관계는 출발부터 좋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이 대표가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는 사이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기습 입당'으로 '이 대표 패싱론'이 불거졌다.

대선 과정에서도 이 대표가 선대위를 보이콧하며 돌연 잠행에 들어가는 등 공개적으로 갈등을 노출하기도 했다.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역할과 인선 등을 두고 이견을 보였던 것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논란이 커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던 것이 이유다. 갈등과 봉합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차질이 생겼다.

징계 처분으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잠행에 들어간 이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는 이 대표와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포옹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그동안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징계와 관련해 당무 언급은 부적절하다며 거리를 둬왔지만, 이번 사진 공개로 이 대표에 대한 의중이 표출됐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징계에 윤 대통령의 불편한 감정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이 대표 징계 이후 권성동 '원톱' 체제에 대한 논란과 견제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표는 징계 전 이른바 '윤핵관'과 갈등은 지속됐다. 친윤계 맏형격인 정진석 의원은 온라인상에서 설전을 벌였고, 배현진 최고위원과도 최고위원 인선 등 문제를 두고 공개적으로 갈등을 노출했다. '윤핵관'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친윤계에 밀착하는 안철수 의원을 향해 '간장 한 사발'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당권을 향한 내부 권력 투쟁은 수면 위로 올랐고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일부 의원들의 세력 간 갈등이 격렬해질 조짐을 보였다. 또한 '친윤계' 박성민 의원은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손절'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윤리위 전 여러 차례 '익명 관계자' 보도를 두고 친윤계를 의심했고, 자기를 흔들려 한다는 취지로 방어했다. 지난 5일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윤핵관'과 갈등과 관련해 "윤리위와 관계없이 윤핵관이라는 세력에서 (공격이)들어오는 게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만 "윤 대통령은 당무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드러난 것만 보면,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 징후가 없다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이 대표가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국민의힘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고 했다.

징계 처분으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잠행에 들어간 이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방문 비용에 관한 언론 보도 직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의 메시지 사진이 보도된 이후 울릉도에 방문한 글과 사진만 올렸다.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