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러니 주가 바닥" 한투증권, 삼전 2500만주 공매도위반

김지훈 2022. 7. 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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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공매도 위반종목 및 수량' 문서 입수
3년간 삼성전자만 2552만주 불법공매도
공매도 규모 5.9조원, 과태료는 10억


한국투자증권이 2017~2020년 3년여 동안 삼성전자 주식 2500만여주를 공매도하며 제한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진짜 매도인 것처럼 속이고 거래 행위를 한 것이다. 한투증권은 현대차(88만주) 한국전력(196만주) KB금융(244만주) 등 다른 대형주도 이런 식으로 공매도했다.

시장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힌 행위지만 금융당국의 처벌은 과태료 10억원에 불과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대형 증권사가 투자자를 장기간 속이며 주식 매매를 해왔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3년간 1억4089만주 공매도 제한위반
국민일보가 27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를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공매도 위반 종목 및 수량’ 문서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2017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3년3개월간 938개사 1억4089만주(5조9504억원어치)에 대해 공매도를 실행하며 제한규정을 위반했다. 이 증권사의 공매도 규정위반 종목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한투증권은 지난 2월 해당 혐의로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과태료 10억원을 부과받았다.

증선위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공매도 실행 대상 주식을 일반 매도 물량으로 표시하고 거래했다. 공매도된 주식이 일반 매도로 둔갑해 시장에 대거 풀린 셈이다. 이 경우 주가는 하방 압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최대 피해자 삼성전자, 2552만주 ‘공매도 폭탄’
공매도 제한위반이 가장 많이 일어난 주식은 삼성전자였다. 3년간 2552만주가 대상이 됐다. 리스트를 보면 공매도 제한위반 수량이 1000만주를 넘긴 종목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2위는 SK하이닉스로, 385만주가 실매도인 것처럼 공매도됐다. 기아차(179만주) 셀트리온(109만주) 신한지주(279만주) 미래에셋대우(298만주) 삼성중공업(285만주)도 실매도인 것처럼 시장에 나왔다.


한투증권이 공매도 제한을 위반한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7년 11월 286만1000원(수정주가 5만7220원)을 기록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 하락 영향이 겹치며 2020년 3월 4만2500원까지 급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다. 합법적인 공매도도 주가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데 비정상적인 공매도까지 덮치니 평가손이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이번에 드러난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특정 기관만의 문제가 아닌 증권사·금융당국의 총체적인 시스템 부실 문제”라고 말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공매도 호가 표기를 하지 않아 마치 실매도인 것처럼 시장에 물량이 나온 사고”라며 “주가조작·시세조종 등 목적이 아닌 직원의 단순 실수가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무차입공매도가 아니었다는 점과 삼전 하루 거래량이 700만주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사고가 주가에 실질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걸려도 솜방망이 처벌, 기관명 공개도 안돼
자본시장의 고질병인 불법 공매도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과 비공개 관행이 거론된다. 당국은 그동안 이를 적발해도 과태료 등 낮은 수위의 처벌만 단행했다.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2021~2022년 적발된 22개 기관은 모두 과태료를 부과받았을 뿐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은 피해갔다. 개정안은 공매도 관련 법규 위반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해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징역 또는 벌금형 선고도 가능하도록 했다.

당국이 해당 기관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달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입수한 ‘최근 12년간 불법 공매도 조치 현황’ 문서를 보면 기간과 위반자 수, 과태료 액수 등은 표시돼 있지만 정작 어떤 기관이 불법 공매도를 했는지는 비밀에 부쳐졌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조사과정 외 정보는 누설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불법 공매도 행위에 대한 처벌은 과태료 등 벌칙으로 치렀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시장에 영향을 얼마나 미쳤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 공매도는 그 자체로 시장교란 행위”라며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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