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더 뛸것" 기대인플레 4.7% 역대최고

박민우 기자 입력 2022. 7. 28. 03:01 수정 2022. 7. 28.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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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악화]
물가 불안 더 커져 소비심리 급랭
정부 "물가, 10월경 정점 이를 것"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를 넘어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해 하반기(7∼12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전달(3.9%)보다 0.8%포인트 올랐다. 200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폭도 전달(0.6%포인트)보다 확대되며 두 달 연속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6%까지 유례없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하반기에도 물가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기업, 가계 등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로 실제 물가 상승세의 가속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10월경 물가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례없는 고물가에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크게 악화됐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0으로 전달(96.4)보다 10.4포인트 떨어졌다. 2020년 9월(80.9)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소비심리 22개월만에 최저… 경제수석 “물가 10월이 정점” 진화


7월 기대인플레 4.7% 역대 최고… 금리 빅스텝, 인플레 불안 못재워
“물가, 앞으로 더 오를것 같아… 수박 한 통 사는것도 부담스럽다”
한은 “금리 효과 서서히 나타날것”… 소비자심리지수 3개월째 뒷걸음
‘경기침체속 물가 상승’ 우려 커져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이모 씨(69·여)는 최근 손자와 함께 먹을 수박 한 통을 고르러 마트에 갔다가 2만5000원이 넘는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결국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600g짜리 조각 수박을 구입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 씨는 “남편이 은퇴한 이후 씀씀이를 줄이고 있지만 수박 한 통을 사는 것도 부담스럽다”면서 “그런데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6%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이 올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물가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는 임금 상승 등의 과정을 거쳐 실제 인플레이션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물가와 함께 경기에 대한 전망도 동시에 악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 공포 역시 나날이 커지고 있다.
○ 빅스텝도 꺾지 못한 물가 불안

한국은행의 이번 기대인플레이션율 조사는 이달 11∼18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것은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13일이었지만 한은의 ‘빅스텝’ 결심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그전부터 사실상 예고돼 있었다. 결국 물가를 잡기 위한 한은의 초강수도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심리를 꺾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소비자들의 물가 불안 심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던 2008년 6월∼2009년 7월, 또 동일본 대지진과 유럽 재정위기 등이 겹친 2011년 4월부터 1년간 4%대를 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그때보다도 높은 4.7%를 기록했고, 심지어 5% 이상으로 예상한 비중도 절반에 가까운 44.0%나 됐다. 앞으로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품목으로는 석유류제품(68.0%), 공공요금(48.5%) 등이 꼽혔다.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도 오히려 물가 불안심리가 확산되자 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다행히도 유가가 진정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한국을 포함해 물가는 10월 정도가 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도 “지속해서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언급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영향이 앞으로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물가 전망도 개선될 것이라는 뜻이다.
○ 하반기 ‘S의 공포’ 커진다

더 큰 문제는 물가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소비심리도 계속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석 달째 하락하며 낙폭을 점점 키우고 있다. 올 5월까지만 해도 100을 웃돌았던 CCSI는 두 달 만에 16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2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의 계속된 금리 인상 행진으로 금리수준전망지수(152)도 사상 최고치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이자 부담이 늘어 가계의 소비 여력도 떨어진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민간소비는 최대 0.1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도 문제지만 수출 부진이 더 큰 문제”라며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국 수출이 둔화하면서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서영경 한은 금통위원도 이날 한은 금요강좌 기념 특강에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필요하다”며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통화정책 리스크 요인 등은 다양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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