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건희 여사가 정조대왕함 진수줄 절단했을까
19세기 초 빅토리아 여왕재위 시절부터 전통으로
28일 진행된 해군의 차기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함께 참석했다. 진수식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진수줄 절단은 김건희 여사가 했다. 김 여사는 황금색 소형 손도끼로 정조대왕함과 연결된 진수줄을 잘랐다. 이어서 가위로 테이프를 절단해 샴페인 병을 선체에 부딪혀 깨뜨리는 ‘안전항해 기원의식’에도 참여했다.
진수식(進水式)은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을 수상에 처음으로 띄우는 행사로, 선박마다 고유의 이름과 선체번호를 부여하는 명명식(命名式)과 함께 진행된다. 이날 진수식에서도 이종호 해군 참모총장이 함명을 정조대왕함으로 공식 선포했다.
진수식은 배의 안전 항해를 기원하는 의미가 크다. 기원은 유럽 북부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북유럽 바이킹족이 활동하던 중세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로 건조한 선박을 출항하기 전에 제단을 차려놓고 희생이나 제물의 의미로 포도주를 따르며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안전을 기원했다. 이 같은 의식은 카톨릭의 세례의식과 접목돼 19세기 초 영국 빅토리아 여왕 재위 시절부터는 여성이 진수줄을 자르는 것이 전통으로 정립됐다. 이는 태어난 아기의 탯줄을 자르듯 새로 건조한 함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다. 행사를 주관하는 여성을 대모로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액체’가 든 병을 깨뜨리는 의식은 전통적으로 ‘레드와인’을 주로 사용했지만 위스키 등을 사용하기도 했다. 배를 만든 지역의 바닷물이나 강물을 사용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20세기 이후는 샴페인이 대세로 굳었다.
미국도 1827년 포함(砲艦) 콩코드호 진수식을 여성이 주도했다. 일본에서는 여성을 대모로 고집하지는 않지만 행운을 가져온다는 의미를 담아 은(銀)도끼로 테이프를 끊는 관습이 있다.
한국에서도 ‘전통’이라는 이유로 여성이 진수식의 대모 역할을 해왔다. 현대중공업이 1974년 6월 처음 진수한 26만㎥급 원유운반선 애틸랜틱 배런호 대모를 박정희 대통령 부인인 고 육영수 여사가 맡았다. 2005년 11월 유조선 유니버셜퀸호 진수식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대모가 됐다. 2018년에는 김정숙 여사가 한국 최초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진수식에서 손도끼로 진수줄을 잘랐다.
전통이라는 이유로 배를 건조하고 운항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대통령 부인이 진수줄을 자르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중세 초에 시작돼 19세기에 자리를 잡게된 진수식 형식은 달라진 의식과 환경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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