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2만명 직고용 땐 수조원 추가 부담..車·철강 등 제조업 비상

강경민/곽용희 2022. 7. 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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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하도급 쓰지 못하면
고용 유연성 심각한 타격"
대법원이 협력업체 근로자를 포스코가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린 28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 사옥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옥 앞에는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에서 내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병언 기자


“사내도급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철강, 조선, 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 생태계의 뿌리를 뒤흔든 결정입니다.”

대법원이 포스코 하청 근로자를 원청(포스코)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번 판결의 효력은 당장은 소송을 제기한 59명의 근로자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다른 직원들의 ‘줄소송’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2만여 명의 하청 근로자의 정규직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기아·현대제철·한국GM 등 비슷한 소송이 진행 중인 다른 제조업체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불법파견 증거라는 전산시스템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하청 근로자의 원청 직고용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현대위아 하청 근로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6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포스코가 지닌 상징성이다.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하청 근로자는 2만여 명에 달한다. 철강은 조선 자동차 등과 함께 사내도급을 적극 활용하는 대표 업종이다.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상 제조업은 파견근로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파견법에 따르면 경비와 청소 등 32개 업종에서만 파견근로가 허용된다. 제조업체는 고용 유연성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내하청(도급)을 활용한다. 다만 원청은 협력사 근로자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는 순간 불법파견이 되기 때문이다. 도급과 파견근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청이 근로자에게 지휘·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다.

철강은 상대적으로 원청과 하청(협력사) 업무가 분리된 공정 특성상 불법파견 논란이 적었다. 원청은 압연·제강 등 철강생산의 핵심 공정을 맡고 협력사는 원료 준비, 포장, 운송 및 청소 등 부수적 업무나 자동화가 어려운 업무를 맡아왔다. 하지만 대법원이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지휘·명령을 내린 근거로 전산관리시스템(MES)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MES는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차 등 제조업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불법파견 소송이 진행 중인 현대제철에서도 MES가 핵심 쟁점이다.

대법원은 포스코가 도입한 MES를 통해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작업 정보를 전달한 것은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라고 간주했다. 원청이 MES에 정보를 입력한 것을 직접적인 지시로 본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조업 정규직화 후폭풍 불가피

포스코는 대법원 판결 직후 “결과를 존중하며 그 취지에 따라 후속조치를 이행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당장은 소송을 제기한 59명의 근로자 중 정년이 지난 4명을 제외한 전원을 직고용해야 한다. 이들 외에도 800여 명의 사내 하청근로자 역시 같은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는 이날 판결 직후 “지회에 가입된 포스코 1만8000여 명의 사내 하청근로자가 불법파견 추가 소송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비춰볼 때 나머지 집단소송에서도 사측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하청근로자의 정규직화가 사실상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만 명의 포스코 하청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평균 연봉을 가정할 때 2조원 넘는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각종 후생복지 비용까지 고려하면 정규직화에 따른 비용 부담은 더욱 불어난 전망이다. 

기업들은 대법원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내하도급 인력을 쓰지 못하고, 이들을 전원 정규직화하면 가격경쟁력과 고용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더욱 빠르게 자동화·무인화 공정을 도입하면서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논란도 거셀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국내 대형 제조업체 중 최초로 협력사 비정규직 전원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려고 했지만 50일간에 걸친 노조 불법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협력사 노조가 자회사가 아니라 현대제철의 직고용을 원했기 때문이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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