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칩4' 압박받는 정부 "'열린 느낌' 명칭에 中 공급망 강화"

이다해 2022. 7. 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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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외교부에서 열린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정무 담당 차관과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의 회담. 이 자리에서 양측은 반도체 동맹, 이른바 ‘칩4;의 공식 명칭 제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외교부 제공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 이른바 ‘칩(Chip)4’ 참여를 검토 중인 가운데 외교 당국이 미국과 중국 양측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전략 검토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채널A가 확인했습니다. 미국과는 중국 반발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칩4의 공식 명칭을 만들고, 칩4 참여에 노골적으로 반발을 드러내는 중국에는 ‘당근책’으로 한중 간 공급망 강화를 제안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미중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적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구체적인 ‘검토 안’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9일 한미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2박3일(26~28일) 일정으로 방한한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정무 담당 차관이 27일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을 만나 칩4의 공식 명칭 제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를 한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뉼런드 차관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 공급망 탄력성 대화 워킹그룹(Semi Conductor Cupply Chain Resilience Dialogue Working Goup)'을 칩4의 공식 명칭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타적인 성격이 강한 ‘동맹’은 빼고 대신 중립적인 느낌이 강한 ‘대화 워킹그룹’을 넣은 겁니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 당국도 큰 틀에서 동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는 그동안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반도체 동맹’이라는 표현 사용도 자제해 왔습니다.

고위 외교 당국자는 채널A에 “공식 명칭이 길어 조금 손을 봐야하겠지만 지금 현재로선 큰 틀에서 ‘반도체 대화’라는 표현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중립적인 명칭을 통해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등 최대한 ‘소프트랜딩(연착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과는 첨단 소재 등의 공급망을 강화하는 협력 방안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채널A에 “첨단 소재 생산으로 대표되는 첨단 산업을 비롯해 기후환경 대응, 디지털 산업, 실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며 “중국과의 공급망 안전 관리 채널을 강화해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과 중국에 대한 투자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달 중순 경 박진 장관의 중국 방문도 조율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박 장관의 중국 방문 이전에 반도체 대화 참여에 대해 실무급 차원에서 중국 측에 설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양해를 구하는 차원이 아닌 설명하는 차원”이라며 “오해를 불식하고 중국과 함께한다는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칩4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의 원활화를 위해 한국과 대만, 일본과 만들겠다고 밝힌 ‘반도체 공급망 동맹’으로, 미국과 갈등 관계인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성격의 동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 참여 여부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수출의 60%(홍콩 포함)를 차지하는 중국은 한국의 칩4 참여를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강도 높은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이다해 기자 can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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