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줄이고 수당 통폐합.. 하반기 예산 7000억 삭감

최형석 기자 2022. 7. 30.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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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해진 공공기관 인력·예산 다이어트
직무 난이도 따라 임금 차등 지급, 도입 안하면 성과급 삭감도 검토
내년부터 정원 단계적 감축 시작.. 청년층 신규채용 감소는 최소화
휴양림 숙소 운영·수질 관리 등 민간이 대체 가능한 사업은 축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기재부 제공). ⓒ 뉴스1

정부가 인력·예산 등 5대 분야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한다. 민간과 중복되는 기능은 민간으로 넘기고, 예산은 10% 정도 삭감하고, 불필요한 자산과 방만한 복리후생 제도를 정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2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이 같은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새 정부 들어 공운위가 9차례 열렸는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에 처음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등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5년간(2017년 5월~2022년 5월) 공공기관 인력은 11만5000명(34.4%) 증가했다. 부채는 84조원 늘어나 작년 말 사상 최대(583조원)였다. 이에 따라 기재부·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6월 일반 국민, 공공기관 직원 등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5% 정도가 “공공기관 방만 경영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일반 국민의 72%는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봤다.

각 공공기관들은 가이드라인에 따른 혁신 계획을 다음 달 중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올해 말까지 기관별 혁신 계획이 확정되면 분기별로 실적을 점검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한다. 350개 전체 공공기관이 대상이다.

◇하반기 예산 10% 이상 삭감, 직무급 확대

하반기부터 업무추진비·여비 등 비용 예산의 10% 이상을 삭감한다. 기재부는 7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에도 업무추진비를 10% 이상 줄인다.

유사 수당을 통폐합하고, 수당 신설을 억제하는 등 인건비 효율화도 꾀한다. 임직원 보수는 경제 상황과 공공기관 재무실적 등을 고려해 엄격하게 관리한다.

특히 직무 난이도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는 직무급제를 확산시킨다. 현행 대부분 공공기관들은 연차에 따라 보수가 자동 상승하는 호봉제를 따르고 있다.

기재부는 직무급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 향후 경영평가 시 낮은 점수를 부과하고 성과급을 삭감하는 등 조치를 고려 중이다. 이미 2020년 11월 직무급을 자율적·단계적으로 도입하도록 노사 합의했기 때문에 더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산하 공공기관 혁신 성과를 주무 부처 업무평가에도 반영해 부처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인력, LH 10% 감축 사례 참고

기재부는 내년 공공기관 정원을 원칙적으로 감축한다고 밝혔다. 정원과 현원을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원 1000명 조직에서 현원이 900명이면 정원을 900명으로 맞춘다. 작년 말 정원(44만명)과 현원(41만명)을 고려하면 정원이 최대 3만명 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현원이 정원을 초과하는 기관은 정년 퇴직 등 자연감소를 통해 단계적으로 인력을 줄인다. 정부는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작년 10월 10% 이상 인력을 감축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우가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공공기관 예산을 10% 줄이고, 내년 정원을 감축하는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 라인’을 의결했다. /뉴스1

신규 채용 감소는 최소화한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전체 정규직의 3% 이상을 채용해야 하는 공공기관 청년의무고용제는 작년 말 종료 예정이었는데, 내년 말까지 2년 연장했다”고 말했다. 올해 예정된 공공기관 청년인턴 2만2000명 채용도 그대로 진행한다. 공공기관 인력 조정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외 과도한 간부직 비율을 축소한다. 목적이 불분명한 타 기관 파견 인력도 줄인다.

◇민간·지자체로 대체 가능한 사업은 손 뗀다

당초 공공기관이 제공했던 서비스이지만, 민간이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은 축소한다. 휴양림 숙소 운영 등이다. 지방하천 수질 관리, 낙후지역 개발 등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것이 적절한 기능도 공공기관이 손 뗀다. LH가 진행 중인 ‘공공 도심복합사업’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업무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대체 가능한 업무도 줄인다. 아직 대상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톨게이트 요금 수납 업무 등이 거론된다.

필요성이 줄었으나 기존 조직·인력이 남아있는 경우도 축소 대상이다. 대단위 간척지 조성, 저축은행 부실자산 회수, 일자리안정자금 운영 등이 해당된다. 골프장 운영 등 공공기관 고유의 목적과 상관없는 사업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공공기관 혁신 과정에서 노조와 정치권의 저항은 걸림돌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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