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안 하고 정치만".. TK는 왜 尹에게 등 돌렸나 [이슈+]

김건호 2022. 7.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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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윤 대통령 긍정 평가(40%) < 부정 평가(47%)
팬덤 부재한 윤 대통령에게 쉽게 등 돌리는 TK 시민들
편향된 인사, 김건희 여사 논란, 사적 채용 등 이유는 각양각색
당은 내홍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슈는 현재진행형

“일하라고 뽑아 줬더니 정치만 하더구먼. 그러니 누가 지지를 하나.”

대구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김모(63)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일하는 건 보이지 않고 매일 논란거리만 있으니 누가 좋게 보겠나”고 말했다. 10여년 넘게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일해온 김씨지만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에서부터 사적 채용, 최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의 문자 파동 등 민생은 신경 쓰지 않고 정치적 논란거리만 자초한 윤 대통령에 대해 지지가 돌아섰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는 “하루가 멀다고 각종 논란거리가 윤 대통령을 따라다니는데 누가 지지 의사를 계속 표시하겠느냐”고 말했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자처했던 TK의 민심이 심상찮다. 항상 보수층을 지지해온 이른바 ‘집토끼’, 대구·경북 시민들이 윤 대통령 지지에서 이탈하고 있다. 보수정권의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TK가 이탈하고 있다” 흔들리는 윤석열 지지층들

지난 29일 20%대로 하락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여권의 기반인 TK와 고령층에서 낙폭이 컸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29일 발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28%, ‘잘못하고 있다’는 62%였다. 특히 TK 지역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40%)보다 부정 평가(47%)가 높았고, 연령별로 60대(40%)와 70대 이상(48%)도 지지율이 50%에 못 미쳤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51%로 절반에 턱걸이했고 중도층은 24%였다. 지난 26∼28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1.1%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어떤 상황에도 TK는 받쳐준다”는 공식이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TK에서는 이런 이탈 현상이 예견돼있었단 인식이 강하다. 즉 보수층 팬덤이 부재한 윤 대통령의 경우 쉽게 보수층의 이탈 가능성이 높다는 게 TK 정계의 평가다.

지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TK의 상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47.85%의 득표율로 홍 시장(41.5%)에게 승리했지만 그 속 사정을 보면 승리라고 단정 짓긴 힘들다. 윤 대통령은 홍 시장에게 국민여론조사에서 10% 포인트 이상 뒤처졌고,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23% 가까운 격차를 확보해 당 대선 후보직을 거머쥐었다.

즉 시민은 홍 시장을, 당원은 윤 대통령을 선택했다. 당시 경선은 당원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윤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기우는 상황에서 당원들은 안전한 길을 택했다는 게 TK 정가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TK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정책과 논란 등 스캔들에 쉽게 돌아섰다. 경북의 한 지자체장은 “최근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건희 여사 문제에서부터 검찰 출신 인사들의 중용, 오르는 물가 등 여러 이유로 등을 돌린 지지자들이 많다”며 “대구와 경북 시민들이 어떠한 상황에도 지지해줄 거란 믿음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보수의 심장’ TK는 왜 윤 대통령에게 돌아섰을까

그렇다면 TK는 왜 윤 대통령에게 돌아섰을까.

이번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를 보면 특정 원인이 아니라 총체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응답자들은 인사(21%), 경험·자질 부족(8%),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8%), 독단적·일방적(8%), 소통 미흡(6%), 경찰국 신설(4%), 여당 내부 갈등·권성동 문자 노출(3%) 등을 부정평가 이유로 답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자신의 친정인 검찰 출신들을 대거 기용한 문제에서부터 전문성보다는 친분에 의존한 인사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 여전히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석이고, 검찰 인사는 검찰총장 없이 진행됐다. 지인 아들에서부터 6촌 친척, 김 여사의 회사인 코바나컨텐츠 직원까지 둘러싼 사적 채용 논란도 문젯거리다. 최근 일선 경찰과의 갈등의 불씨를 지핀 경찰국 신설과 권 대행의 문자 파동은 윤 대통령을 직접 겨눴다.

조사를 진행한 갤럽 측은 “경찰국 신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과 주고받은 문자 노출로 증폭된 여당 내 갈등이 부정평가 이유로 새로 포함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전 정부들의 20%대 지지율 하락세를 보면 마냥 손 놓고 있긴 힘들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약 2년 후인 2015년 1월 말에 처음 20%대를 기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4년 차인 2021년 4월에 최저치인 29%를 찍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은 건 핵심 지지층도 상당수 이탈했다는 의미”라며 “국민 4명 중 3명이 등을 돌린 상황은 국정 운영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지지율 하락 끝이 아니다” 여전히 남은 논란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하락이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국민의힘은 지도체제를 두고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문자 파동의 당사자인 권 대행은 자신의 원톱 지도체제를 고집하고 있고, 초선의원들과 당내 일부 계파는 비대위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80여 일이 되도록 국민 기대감을 충족해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 속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문구가 노출되면서 논란이 퍼지자 현 체제로는 더는 당을 끌고 갈 수 없으니 새로운 지도체제로 대체하자는 문제 제기다.

여기에 국민의힘 일부 초선의원은 “최선의 방법은 권 대행 체제의 종료와 신속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라고 했다. 권 대행은 “최고위원 일부 사퇴로 비대위가 구성된 전례는 없다”고 했다가 “요건이 맞으면 비대위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최고위원 몇 명이 사퇴해야 하는 것이냐 등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당권에 관심 있는 의원들은 연일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권 직무대행의 재신임이 되지 않는다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 한다”고 했고, 김기현 의원은 “비대위를 한다고 조기 전당대회가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당 지도체제를 놓고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검찰을 친정으로 두고 있는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를 기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후 무혐의를 둘러싼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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