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손보험 '구멍' 막았더니..백내장 수술 95% 줄었다

신찬옥 입력 2022. 7. 31. 17:33 수정 2022. 7. 3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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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금 지급기준 강화
3월 9천건 넘었던 수술 건수
7월엔 450건으로 대폭 감소
입원치료 기준 깐깐해지며
최대 5천만원 받던 보험금
통원기준 수십만원으로 '뚝'
'과잉진료 주범' 다초점렌즈도
500만원서 300만원대로 하락
보험사·소비자 분쟁 늘어날듯
실손의료보험에서 나오는 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되면서 백내장 다초점 렌즈 수술이 넉 달 새 95%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내장 수술비를 최고 1600만원까지 올라가게 만들었던 다초점 렌즈 가격도 지난 3월 511만원(개당 가격)에서 7월 373만원으로 27% 떨어졌다. 보험 업계는 일부 안과에서 실손보험금을 노리고 조직적으로 과잉 수술을 해온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9일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A손해보험 실손보험금 청구 자료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9343건에 달했던 백내장 수술 건수는 7월 450건(추정)으로 95%나 줄었다. 최근 3년간 이 회사 백내장 실손 청구 건수가 월평균 2000~3000건이었음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으로 급감한 수치다. 다른 보험사들도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은 백내장 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를 앞두고 일부 안과에서 '절판 마케팅'을 벌이면서 수술 건수가 평소의 3~4배로 급증했던 시기다.

7월 들어 백내장 수술이 급감한 것은 6월 대법원이 '백내장 수술을 입원치료로 일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린 영향이 컸다. 통상 실손보험 약관상 입원치료 보험금은 최대 5000만원까지 지급되지만, 통원치료일 경우 회당 25만~30만원을 넘을 수 없다. 통원치료로 인정되면 양쪽 눈을 모두 수술해도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수십만 원으로 줄어든다. 입원치료 인정 기준이 깐깐해지면서 그동안 '실손 가입자라면 본인부담금 '0원'으로 백내장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면서 환자들을 모으고, 1000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청구해왔던 일부 안과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환자 알선을 위해 브로커를 동원한 정황이 있는 서울 강남과 서초구 일부 안과의 수술이 7월 들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A보험사 자료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상위 50개 안과 중 강남·서초구 비중은 3월 34곳에서 7월 17곳으로 반 토막 났다. 일부 안과들은 서울 강남과 광주, 부산 등에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지점을 운영하면서 많게는 매달 100억원 이상씩 백내장 실손보험금을 독식해왔다.

이들이 주로 활용한 수법은 다초점 렌즈 가격 부풀리기였다. 백내장 수술은 삽입하는 인공수정체 종류에 따라 단초점 렌즈와 다초점 렌즈로 나뉘는데, 단초점 렌즈를 이식하고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경우 50만원 미만으로도 백내장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다초점 렌즈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보건복지부 비급여 진료비용 자료에 따르면 일부 안과의원에서는 한쪽 눈당 831만원을 받은 곳도 있었다. 상급종합병원에서는 312만원, 종합병원에서도 최고 가격이 430만원 수준인데 '동네 병원'이 두 배가 넘는 가격을 매긴 것이다.

7월 들어 실손보험금 지급에 제동이 걸리자 다초점 렌즈 가격도 300만원대로 떨어졌다. A보험사 청구 건수를 분석해보면, 3월에는 다초점 렌즈 수술 비중이 90%에 달했던 반면 7월에는 70%로 줄었다. 60대 미만 젊은 환자의 수술 비중도 3월 55%에서 7월 37%로 줄었고, 같은 기간 양쪽 눈을 모두 수술하는 비중도 95%에서 79%로 감소했다. 백내장 수술이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당국과 업계는 지급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보험사기 신고 포상기간을 늘리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4월부터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고, 검사 서류를 반드시 첨부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서울경찰청도 브로커를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안과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꼭 필요해서 백내장 수술을 받고도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백내장 보험금을 놓고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들은 일단 고객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문제의 안과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맘모톰 시술 관련 실손보험 지급 여부를 놓고 논란이 커지자, 대법원은 3월 채권자대위권 관련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이 최종 판결에 따라 백내장 실손보험금을 둘러싼 논쟁의 판세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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