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울어버린 임은정 "나는 바리케이드"

김종훈 입력 2022. 8. 1.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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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부고발 10년의 기록 <계속 가보겠습니다> 출간한 임은정 검사

[김종훈, 손가영, 권우성 기자]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인터뷰 도중 임은정 검사가 눈물을 참으며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 권우성
 
"쉽지가 않아요.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너무 힘들어요. (눈에) 밟히는 사람들은 많고 앞으로 해야 될 사건들도 있으니까. 사건 조사하고 기소도 해야 되는데 그러면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할 사람이 없잖아요. 이런 것에 대해 누가 대신해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7월 30일 서울 중구 메디치미디어 출판사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임은정 대구지방검찰청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눈물을 보이며 한 말이다. 그는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설명을 조목조목 이어갔다. 하지만 이내 "나도 이렇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끄러운 순간들은 계속 쌓였다"면서 인터뷰 도중 코끝이 빨개지며 끝내 눈물을 훔쳤다.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인터뷰 도중 임은정 검사가 눈물을 닦고 있다.
ⓒ 권우성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은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수수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재소자 신분이었던 핵심 증인들에게 증언 연습을 시켜 2011년 초 법정에 서게 한 사건이다. 2020년 4월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정서가 법무부에 제출됐고, 검찰은 논란 끝에 감찰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임 검사는 2020년 9월부터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조사했지만 수사권이 없는 상태라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2021년 2월 법무부 인사를 통해 임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되면서 수사권을 갖게 됐지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대검 감찰부 3과장을 사건 주임검사로 지정하며 임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했다. 그러던 사이 '모해위증' 혐의의 공소시효(10년)가 다가왔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당 의혹 사건은 무혐의 처분이 났다. 

임 검사는 윤석열 당시 총장을 '수사 방해 의혹'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했고, 공수처에는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과 함께 수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공수처는 지난 2월 해당 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3개월 뒤인 지난 5월 서울고법은 공수처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낸 임 검사의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아래는 임 검사와 나눈 대화 주요 문답이다. 앞서 7월 22일 그는 새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메디치미디어)를 선보였다. 책 후반부에는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이 약 40페이지에 걸쳐 주요하게 다뤄졌다. 

"작가, 설레면서도 무서운 말... 시민들이 '전보'에 응답해줬다"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 권우성
 
- 책 나오고 진행된 방송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대구에서 온 임은정 작가'라고 소개했다. 

"작가, 조금 이상한 게 사실인데 한편으론 설레면서도 무서운 말이다. 그런데 일단은 책 <계속 가겠습니다>를 세상에 알리려고 썼으니까, 인터뷰에서는 스피커로 나간 거니까, 검사로 소개하는 것보다 작가라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작가라고 말하니 되게 웃기더라. 말할 때마다 어색해서 혼자 웃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뿌듯한 것도 있어서 솔직히 좋다."

- 그럴 것 같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 들인 거니. 

"언젠가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내부망(이프로스)에 글 쓰는 것만으로도 미친 사람이 됐고 헛소리 한 사람이 됐기에 밖에서 사람들한테 물어보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져서다. 솔직히 게시판(이프로스)에 글을 쓰다 보면 정치 검사들에 맞서서 다른 검사들도 어느 정도 합류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안 나오더라. 그래서 다른 곳에 가서 구원병을 불러오자는 생각에 '전보(새책)'를 친 거다. 내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지키고 있을 테니 어서 도와달라고." 

- 판매지수만 보면 시민들이 '전보'에 크게 응답한 분위기다. 

"워낙 책에 실명이 많이 들어간 탓에 검찰 내부에서 크게 반발이 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위에서 '대응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는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검사게시판인 '이프로스'도 눈에 보이는 반응은 아직 없는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뜨겁게 반응해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솔직히 반응이 뜨겁지 않으면 (구원군이 전보에 응답하지 않는 것이니) 내가 죽는다고 생각했다. 검사게시판에 글을 쓰거나 페이스북에 글을 쓴다고 징계하지 않을까 매일 걱정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낸 책이니, 정말로 모든 걸 걸고, '검찰실록'을 쓴다는 마음으로 썼다. 기소하려면 기소해라. 법정에서 무죄받으면 된다는 생각까지 했다."

"성폭력 위협당한 후 변호사 개업하라는 말... 빡 치더라"

- 책에서 '헤이그특사'로 알려진 이준 열사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런데 대한민국 검찰 역시 항명 검사 이준을 매우 존경하고 있지 않나. 

"대한민국 검찰은 실제 어떤 사람들이 역사에서 존경받고 국민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안다. '헤이그특사' 이준 열사의 경우, 항명했다지만 대한민국 검찰에 항명한 건 아니지 않나. 검사 생활을 아주 짧게 한 검사가 법무부장관(친일파 이하영)을 고발했다가 쫓겨난 거다.

그런데 이런 이준 열사가 지금 대한민국에 오면 순식간에 쫓겨난다. 신입 검사가 조직에 항명했다는 이유로.  북부지검 관내(수유동)에 이준 열사 묘가 있다. 개인적으로 북부지검에 갔을 때 이준 열사 묘에 가서 신랑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그랬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괜히 존경하는 사람과 이것저것 갖다 붙이지 않나. 이준 열사 분사일(7.14)이 내 생일과 같다. 혼자만 한 생각이지만 '이준 열사가 돌아가시고 끊어진 검찰의 맥을 잇겠다'는 자부심이 들더라. 검사 이준을 흉내 내다보면 조금은 닮아가지 않겠나."

- 검찰 조직과 별다른 충돌 없이 10년 동안 일하다가 2012년 9월 '박형규 목사 민청학련 재심 사건'을 시작으로 검찰 조직 내의 불온한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알리고 고발하고 싸우고 있다. 왜 싸우나? 무엇을 위해?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책에도 썼는데, 2003년도에 (상관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할 뻔하고 오히려 선배로부터 '소문나면 네가 죽는다. 여검사가 다 죽는다. 여기 와서 (변호사) 개업하라'라는 소리를 들었다. 빡 치더라. '가해자가 있는데 내가 왜 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갈 생각이 1도 들지 않았다. 

2012년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 재심사건을 두고) 공판검사실 출입문을 걸어 잠갔을 때도 그랬다. 백지구형을 명령한 너희들은 검사가 아니다. 공판 검사석에 앉을 수 있는 검사는 나밖에 없다. 검찰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도 들더라. 이런 상황에서 왜 나가나. 힘든 건 맞는데 나갈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임 검사는 지난 2012년 12월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반공법 위반 재심사건에서 검찰 수뇌부의 '백지 구형' 지침을 무시하고 '무죄 구형'을 했다. 이 일로 임 검사는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검사 적격심사에서 퇴출 위기까지 겪었다. 5년 소송 끝에 2017년 대법원의 징계 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임 검사는 지난 5월 다시 한번 퇴직 명령이 가능한 '심층 적격심사' 대상자로 분류됐다.

"존경할만한 검사 선배가 어딨나?"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 권우성
 
- 새 책을 출간한 메디치미디어 인터뷰 영상에서 임 검사를 '진짜 검찰주의자'라고 평가했다.
"이런 말 하면 욕먹겠지만 내가 봤을 때 내 동기를 포함해 선배들을 보면 내 기준에는 검사가 아니다. 검사 이준을 제외하고 존경하는 선배가 없는 이유인데, 검사선언은 그렇게 멋들어지게 만들어놓고 그 기준에 맞는 검사가 과연 대한민국 어디에 있나? 각자 우수한 능력들이 있는 건 아는데, '조직의 결단' 앞에 수긍하면서 안전하게 출세하고 싶은 욕심만 채워가고 있다."
 
<검사선언>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두움을 걷어내는 용기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듯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이해와 신뢰를 얻어내는 믿음직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여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 흔들리거나 어려웠던 순간은?

"나도 이렇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끄러운 순간들은 계속 쌓였다. 특히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에서 몇 번 그랬다. 대검 부장 회의 때마다 몇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혼자 서류를 다 써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공소장 초안도 내가 써야 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공격이, 나를 설득하기 위한 대검 부장회의가 계속됐다. 결국 마지막 회의에서 '뭐 더 없냐' 묻는데 '아, 더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상황이 됐다. 내가 지쳐버렸다. 해봐야 소용이 없으니까.

그런데 한만호씨나 (모해위증 교사 의혹을 문제 제기한) 민원인을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수사권이 부여된 상황에서,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어도 기소를 강행할 수 있었는데 고민만 하다 결과적으로 타협해 버렸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대검 확대회의에서 불기소 결론이 났다. 머릿속에서는 남은 공소시효 기간에 기소를 강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이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한 이상 팀플레이를 벗어날 명분이 없었다. 이후는 정말 지옥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한만호씨와 민원인에게) 너무 미안해서." 

- 그럼에도 검찰 쇄신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왔고, 최근에는 정부가 '총경 집단행동'에 대해 징계 방침을 밝히자 검사 집단행동에 대해 감찰 청구까지 했다.

"생각해 보면 검찰이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거다. 그렇게 하면 사법 불신이 초래된다. 검사선언문에 적힌 것처럼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우리한테 지휘를 받는 경찰한테 무슨 대의명분을 댈 수 있나. 우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할 순 없어도 최소한 같은 잣대로 처리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집단행동에 대한 감찰 청구를 했다."

- 그에 따른 검찰 내부의 반응은?

"책에 나오는 '목계지덕(나무로 만든 닭)'의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절대 대거리 하지 않고 있다. 결국은 내년에 (적격심사 때) 몰려오겠지만. 당장은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목계지덕의 모습을 취하는 거 같다."

- 한동훈 장관은 최근 대정부질문에서 박범계 전 장관이 법무부 인사검증위에 대해 비판적으로 묻자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전임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것도 모두 위법이라고 맞받았다. 소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잘 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한동훈 장관을 처음 봤을 때가 2009년이다. 눈이 출세와 야망, 권력욕에 불타 오르더라. 그런데도 놀란 건 보통 그런 사람들은 그 열기에 들뜸이 있기 마련인데, 너무나 두꺼운 방열 유리로 막혔는지 온도가 전해지지가 않았다. 진실됨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이야 보수언론에서 띄어주니 (스타 장관 등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앞으로 지켜보면 알 거다. 한 장관이 얼마나 검찰스러울지. 특수 수사 이런 걸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권력을 과시할 거다. 원래 검찰 역할이 정권의 홍위병 혹은 방패였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그걸 잘하는 사람들이 전진 배치됐다. 앞으로의 모습도 그대로 갈 거다."

"윤 대통령, 스스로에게 좀 더 엄격해야"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 권우성
 
-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정치검사들을 내쳐야 한다는 이메일을 직접 보냈다고 책에 밝혔다. 기대가 있었나.

"보내기는 보냈는데 절대 안 들을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럼에도 메일을 보낸 건 아랫사람으로서 나는 내 할 도리를 다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일종의 경고인데, 당신이 듣지를 않으니 나 역시 어쩔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요즘 윤 대통령 지지율이 자꾸 떨어져서 사람들이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는데, 비전을 보여주지 못할 거다. 원래 그런 사람이다. 옛날에 윤 대통령과 술자리나 밥을 몇 번 먹은 적 있다. 윤 대통령은 옛날이야기 밖에 안 한다. 검찰총장 혹은 검사장이어도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그러질 않았다."

- 그럼에도 윤 대통령에 조언을 한다면.

"물론 안 들으시겠지만 인사가 만사다. 사람의 그릇을 좀 제대로 보고 임명했으면 좋겠다. 비전도 좀 가져주시고. 스스로에게 좀 더 엄격하셨으면 좋겠다. '검사선언'이 검사한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인 지금도 적용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 자리에서 발생하는 불행은 본인에게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한때 속했던 검찰을 비롯해 대한민국 전체가 위험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제발 지금이라도 스스로 돌아봤으면 좋겠다."

이날 임은정 검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자신의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가 "법조인들에게, 공무원들에게 선택의 순간 공직자가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해 고민을 던져주는 책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면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하는 예습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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