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북한 핵·미사일에 '괴롭히기' 전략 필요한 때

이흥석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사무총장 입력 2022. 8. 1. 08:30 수정 2022. 11. 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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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냉전 시기 '신호정보 수집' '고고도무인기 전략화' 집중
옛 소련보다 영토 좁고 장비 부족한 북한엔 더 효과적일 듯
이흥석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사무총장. ⓒ 뉴스1

(서울=뉴스1) 이흥석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사무총장 = 윤석열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통일부는 최근 북한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담대한' 경제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감시·정찰(ISR) 역량을 확충하면서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을 도약적으로 확보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를 도모하는 데 필요한 'DIME(외교·정보·군사·경제) 요소'를 통합한 행보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강 대(對) 강'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28일 소위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선제타격'론 등 과거 발언에 대해 "망언과 추태"란 원색적 비난을 가했다. 또 그는 "군사적 긴장 고조시 응징" "전멸의 대가를 치를 것"이란 수사적 위협으로 대응했다. 북한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자체 진단한 뒤 최고지도자가 직접 공세적 대남전략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미동맹 공고화를 견제하는 동시에 8월 예정된 한미 연합연습을 계기로 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공세적 행보나 후원국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국면으로 비핵화 대화 재개는 당분간 여의치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첨단화는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생존성을 약화시키는 '괴롭히기(stalking)' 전략이 필요한 때다.

냉전 당시 미국은 소련의 확증 보복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담대한 계획을 추진했다. 1985년 소련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SS-24·25를 배치하자 미국은 '국가안보결정지침(NSDD·National Security Decision Directive)-178'을 통해 소련의 이동식 ICBM의 50~75%를 파괴하기 위한 신호정보(SIGINT) 수집 강화 및 스텔스 기능을 보유한 고고도무인기(UAV) 전략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미국의 신호정보 수집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기지와 상급부대, 그리고 TEL 지원부대 간 통신 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해 발사 징후와 위치를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었고, 고고도무인기는 신호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출처의 정보와 융합해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미사일의 정확한 위치를 표적화하는 데 유용했다.

이런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지리적으로 북한 영토는 소련에 비해 훨씬 좁고, 2016년 기준으로 ICBM이 기동할 수 있는 도로는 약 10%에 불과하다. 우리가 정보능력을 확충해 북한 도로망 감시범위를 확대한다면 이동식 미사일의 은폐 가능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북한이 보유한 TEL은 미사일 보유량에 비해 부족하다. 북한이 전략작전적 목적에 따라 TEL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약점을 활용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정찰감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호정보와 무인기는 기술적으로 크게 발전 중이다. 인공위성을 접목한 지리정보를 융합한다면 북한 핵·미사일 '괴롭히기' 전략은 군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다양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먼저 군사적으로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생존성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최근 북한이 언급한 선제 핵공격 옵션을 주저하게 만들고, 북한으로부터의 공격이 임박해 선제타격이 필요할 때, 혹은 반격 작전시 생존한 제2격 능력에 대한 표적정보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다. 우리가 한국형 3축 체계를 전력화하더라도 표적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센서'(sensor)와 '슈터'(shooter)를 실시간 연계·통합할 수 있어야 맞춤형 억제의 신뢰성을 배가할 수 있다.

또 정치적으로 보면 '괴롭히기' 전략은 북한 스스로 핵·미사일 능력의 한계성을 인식하게 만들어 비핵화 회담을 촉진하는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은 3대 세습을 통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만제의 보검'으로 선전할 만큼 체제 유지와 대외협상의 절대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핵·미사일의 생존성이 취약해 체제 유지에 영향을 준다면 북한은 아마도 '비핵화'란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다. 북한 핵·미사일 '괴롭히기' 전략의 지향점은 김정은이 핵·미사일의 편익비용을 고려하게 함으로써 체제 유지를 위해 비핵화에 나서는 단초를 제공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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