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정치 전사' 펠로시, "결국 대만 간다"

금기종 kum2001@mbc.co.kr 2022. 8. 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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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 (사진제공 : 연합뉴스)

요즘 국제 뉴스의 중심으로 떠오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 대만을 ‘갈까 말까’ 말이 무성했는데 가는 걸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방문 날짜는 바로 오늘(2일). 로이터통신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2일 밤을 대만에서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대만 언론들은 현지 시각 오늘 밤 10시 30분에 도착해 내일 오전 8시 차이잉원 총통과 면담하고 오전 10시에 떠날 것이라고 매우 구체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당초 일부 외신들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가더라도 미·중 간 긴장을 고려해 몇 시간 있다 떠날 거라고 예측했는데 이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은 1997년 4월 뉴트 깅그리치 이후 25년 만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어제 싱가포르에 도착했고,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한국에선 오는 4일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중국, 강력 반발..“결연히 반격할 것”>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하나’ 즉 대만은 중국의 일부인데, 외부 세력이 간섭해서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범한다는 거죠. 지난달 28일 미·중 정상 통화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불장난하면 타 죽는다“고 한 거친 발언은 널리 알려졌죠. 통상 정상 간 통화는 세세한 내용이 비공개인데도 말이죠. 중국 외교부, 국방부 대변인들은 연일 ”마지노선에 도전하면 결연히 반격할 것“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대만 해협 군사적 긴장 고조> 중국은 말로 안 되면 주먹이라도 휘두를 기세입니다. 지난달 30일 대만에서 가까운 중국 남부 푸젠성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했고, 오늘(2일) 0시부터 오는 6일 자정까지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하겠다고 예고해 놓고 있습니다. 중국 공군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공군의 다양한 전투기는 조국의 보물섬을 돌며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함을 수호하는 능력을 향상했다”고 말했습니다. ‘조국의 보물섬’은 대만을 지칭합니다. 당시 외신들은 중국 전투기들이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내에선 중국군이 전투기를 출격시켜 펠로시 의장이 타고 있는 항공기를 저지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관변 매체인 환구시보의 전 총편집인 후시진은 인터넷 게시글에서 중국 군용기를 대만 상공에 투입하는 방안부터 펠로시 의장의 항공기를 향한 경고 사격까지 거론했습니다.

<펠로시는 누구? 오바마가 본 낸시 펠로시> 낸시 펠로시는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 의장으로 유명합니다. 낸시 펠로시는 어떤 인물인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눈으로 볼까요. “정치인들이 낸시를 과소평가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었다. 그녀가 권좌에 오른 것은 결코 요행이 아니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볼티모어 시장의 딸로 태어나 동부에서 자란 그녀는 어릴 적부터 소수민족 정계 보스와 항만 노동자의 방식을 익혔으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냉혹한 정치적 전술도 마다하지 않았다. 남편 폴과 함께 웨스트코스트로 이주하여 그가 기업인으로 성공하는 동안 집에서 다섯 자녀를 키운 낸시는 결국 자신이 받은 정치적 조기교육을 활용하여 캘리포니아 민주당과 의회의 계단을 꾸준히 올라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 의장이 되었다. (중략). 사실 그녀보다 더 강인하거나 노련한 의회 전략가는 없었다. 그녀는 신중함, 모금 실력, 누구든 약속을 어기면 망신을 주는 독한 성격을 발휘하여 코커스를 일사불란하게 이끌었다.” (오바마 자서전, <약속의 땅> 중에서)

1991년 미국 의원들의 톈안문 광장 추모 행사 (낸시 펠로시 트위터 캡처)

<펠로시의 중국 저격>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중국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1991년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2년 전 유혈 진압된 톈안먼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에게’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고 추모 성명을 낭독했다가 공안에 붙들려 구금됐습니다. 톈안먼 33주년인 올해는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을 억압 정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엔 조시 W 부시 대통령에게 개막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촉구했고, 올해 베이징 겨울 올림픽 때는 신장 위구르족 탄압을 이유로 외교 보이콧을 주도했습니다. 중국은 “거짓말이 가득하다”고 펠로시 의장을 맹비난했구요.

<바이든·시진핑 난감한 숙제 받아> 바이든 행정부는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 안전한 방문을 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향후 어떠한 긴장 고조에도 관여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표명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곧이곧대로 듣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2018년 무역전쟁으로 표면화된 미·중 전략 경쟁은 이제 군사적 긴장 국면을 맞는 양상입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으로선 풀어야 할 외교적 난제를 받은 셈인데, 양측 다 곧 중요한 정치 행사가 있어서 양보가 쉽지 않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오는 10월 중국공산당전국대표대회(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에서 3연임을 하려 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를 선출하는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결국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미·중 대결 양상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거란 전망입니다.

금기종 기자 (kum2001@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2/world/article/6394389_356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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