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 개인정보 '대리인' 제대로 책임지고 있나

박서연 기자 입력 2022. 8. 3. 10:28 수정 2022. 8. 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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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리인 있지만 시민단체들, 메타에 '의견서'도 전달 못 해
"형식적 운영 아닌 한국 이용자 개인정보 불만 처리할 수 있어야"
지난 5월 개인정보 한국지사 담당의무법 입법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국내 대리인제도가 한국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불만을 처리하는 컨택 포인트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 메타에 시민사회의견서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찾아가도 만날 수 없었다. 한국 이용자가 메타의 개인정보처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화를 해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개인정보처리 책임자가 해명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28일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가 '맞춤형 광고'를 위한 강제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을 시 계정 사용을 못 하게 공지한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 회사)에 '시민사회 의견서'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국내대리인을 만나지 못하고 우편함에 의견서를 꽂아두는 형태로 입장을 전달했다. 메타 측 국내대리인에게 사전에 방문할 것을 예고했음에도 만나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가 '맞춤형 광고'를 위한 강제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을 시 계정 사용을 못 하게 공지한 메타에 '시민사회의견서'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사진=진보넷 유튜브채널 화면 갈무리.

한국지사 아닌 다른 법인 내세워 유명무실

대리인제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개인정보 담당자를 두지 않을 경우 이 업무를 담당하는 대리인을 임명토록 하는 제도다. 2018년 국회는 국내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해 사업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기업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정보통신망법을 입법했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가 있던 2014년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자신의 구글 메일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제공된 내역을 요구했지만 구글코리아는 “한국에는 개인정보 담당 조직이 없다”며 미국 본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2019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한 국내대리인지정제도 안내서에 따르면 국내대리인은 △이용자 고충 처리 등 정보보호책임자로서 업무 △개인정보 유출시 사실 통보 △정부조사 시 자료제출을 비롯한 협조 등을 맡는다. 대리인은 법무법인 또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자격을 갖춘 법인을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대리인제는 메타, 구글, 애플 등에 적용된다.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은 대리인제 적용 대상을 △전년도 전체 매출액이 1조 원 이상인 자 △정보통신서비스 부문 전년도 매출액이 100억 원 이상인 자 △저장 관리되는 일일 평균 이용자수 100만 명 이상인 자 △자료제출을 요구받은 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리인 지정을 거부할 경우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 액수가 높지는 않지만 과태료 부과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방식으로 규제 장치를 마련했다는 게 방통위 측 설명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캠페인 갈무리.

그러나 국내 대리인제도는 취지와 달리 허점이 있었다. 법무법인 또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자격을 갖춘 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더니,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와 같은 유명무실한 법인을 설립해 제대로 된 일 처리를 하지 않는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구글과 페이스북은 국내에 법인이 있음에도 개인정보 업무를 제 3자 기업에 맡겼다. 네이버가 개인정보처리책임자와 부서를 회사 내에 둔 것과 달리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코리아유한회사가 아닌 국내 대리인 사무소 기업을 별도로 지정한 것이다.

사실상 1~2개 기업이 여러 업체의 대리인 업무를 겸임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 조사 결과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트위치, 링크드인, 페이팔, 나이키 등 총 9개 외국계 기업의 대리인들이 모두 동일한 건물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오병일 대표는 “현 국내대리인제도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개인정보처리 보호책임자는 CEO로부터 독립적으로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수행하고 보고해야하지만 일종의 총괄 책임의 역할을 맡는데 실제로 그런 역할을 맡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보라미 법무법인 디케 변호사도 “먼저 현 국내대리인 제도는 책임 소재가 굉장히 불분명하다”며 “법인을 페이퍼컴퍼니로 만들다 보니 연락이나 자료제공, 소장 송달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해당 글로벌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다시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 국내대리인 자체는 유명무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시민단체들이 '맞춤형 광고'를 위한 강제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을 시 계정 사용을 못 하게 공지한 메타에 '시민사회의견서'를 직접 전달하려고 했지만, 만나지 못해 우편함에 의견서를 넣었다. 사진=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제도 개선 예고, “개인정보문의 직접 처리해야”

제도 개선이 예고된 상황이지만, 해외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글로벌기업이 대리인을 해당 사업자의 '국내 법인'으로 변경하게 강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입법돼 내년 5월까지 글로벌기업들은 한국지사로 대리인을 변경해야 한다.

페이스북의 경우 서비스 내에서 이용자가 개인정보 관련 직접적으로 문의할 수 있는 창구가 사실상 없다. 메타 국내 법인이 대리인이 되더라도 직접 문의창구가 마련되거나, 보다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시스템이 마련될지는 의문이다. 오병일 대표는 “그 나라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기에 (국가별로) 그 역할을 명확하게 하는 사람을 둬서 책임을 지워야 한다”며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유럽이 해외사업자들이 유럽에서 돈을 벌면서 세금은 제대로 안 내는 구멍을 경험 합심해 대응하고 있다”며 “이처럼 글로벌기업의 문제에 관해선 국제적으로 대응하고 합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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