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똑같아.. 이래도 '김건희 논문' 문제없나

박성우 2022. 8. 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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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국민대가 '검증 불가'라던 논문, 직접 확인해보니.. 영문 초록·결괏값까지 타 논문과 흡사

[박성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월 28일 오전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일 국민대학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게재논문 3편에 대해 연구 부정행위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특히 국민대학교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07년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에 대해서 "이론적 전개 과정 부분에서 인용 등 미흡한 점이 발견되었고, 이를 현재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다소 부적절한 논문이라고 판단될 여지도 있다"면서도 "해당 논문에 대해 연구 부정 행위를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해 검증이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검증 불가'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해당 논문을 확인해본 결과, 타인의 석사학위 논문을 베껴 쓰다시피 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미 해당 논문에 대해 <세계일보>는 지난해 7월, 2002년 발표된 다른 저자(김영진씨)의 석사학위 논문('인터넷 쇼핑몰에서 e-Satisfaction에 영향을 주는 요인 연구', 아래 A 논문)과 영문 초록 표절률이 94%에 달하는 등 유사한 점이 많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세계일보> 기사에는 김건희 논문의 영문 초록의 표절률과 인용 표시 없이 표절률이 높은 문장들만 보도되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영문 초록의 표절률이나 문장표절률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연구 결과와 데이터마저도 타인의 석사학위 논문을 베꼈을 가능성이 엿보였다. 

거의 동일한 영문 초록, 심지어 본문에 없는 가설 내용도 포함
 
 왼쪽은 김건희 논문 중 영문 초록, 오른쪽은 김영진씨의 논문 중 영문 초록이다. 오타를 제외한다면 빨간색 밑줄의 문장을 통째로 지웠을 뿐, 완전히 일치한다. 그러다보니 논문 본문에 없는 내용(파란색 밑줄 문장)이 영문 초록에 버젓이 실리기도 했다.
ⓒ 박성우
 
먼저 영문 초록의 유사성부터 살펴보자. A 논문의 영문 초록은 총 8문장인데 김건희 논문의 영문 초록은 일부 오타를 제외하면 그중 한 문장을 통째로 지웠을 뿐, 완전히 일치한다. 이렇다 보니, 논문 본문에 없는 내용이 초록에는 등장하기도 한다.

영문 초록을 보면 "그리고 소비자들이 과거에 한 번 이상 구매한 쇼핑몰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거래 보안에도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하지만 김건희 논문에는 거래 보안과 관련된 연구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는 A 논문과 해당 논문이 설정한 가설의 차이에 있다. A 논문은 ▲편리성 ▲사이트 디자인 ▲상품다양성 ▲정보제공성 ▲거래위험성 등 총 다섯 가지 항목이 소비자 만족도에 유의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 가정했다. 김건희 논문은 마지막 '거래위험성'을 제외한 네 가지 항목에 대해 똑같은 가설을 내세웠다.

이처럼 김건희 논문에는 A 논문에 쓰인 가설인 '거래위험성'에 대한 내용은 없음에도 정작 영문 초록에는 거래위험성과 관련한 내용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한편 A 논문의 결과에 따르면 다섯 가지 가설 중 거래위험성 가설만 기각되었다.

다른 표본으로 분석했는데... 소수점 아래 셋째, 넷째 자리까지 똑같다니
 
 왼쪽 표는 김건희 논문에 실린 신뢰도 계수 표, 오른쪽 표는 A 논문에 실린 신뢰도 계수 표다. 다른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신뢰도 계수(Cronbach's alpha)가 소수점 아래 넷째 자리까지 정확히 일치한다.
ⓒ 박성우
 
또한 김건희 논문은 표본 데이터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신뢰도 계수나 모형분석, 분산분석 결과가 A 논문과 소수점 아래 자리까지 정확히 일치한다. 두 논문 모두 설문지 조사 방식을 통해 표본을 추출했다. 그 결과 김건희 논문은 290부, A 논문은 213부의 설문지를 분석에 이용했다. 응답자의 성비와 직업 분포도도 달랐다.
문제는 이렇듯 표본 데이터가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결괏값이 똑같다는 점이다. 위의 왼쪽 표는 김건희 논문에 실린 신뢰도 계수 표, 오른쪽 표는 A 논문에 실린 신뢰도 계수 표다. 다른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편리성 ▲상품 다양성 ▲정보 제공성 ▲e-Satisfaction 신뢰도 계수(Cronbach's alpha)가 소수점 아래 넷째 자리까지 정확히 일치한다. 사이트 디자인의 경우 A논문은 0.7250, 김건희 논문은 0.7520으로 다르긴 하지만 숫자 자체는 유사하다. 표의 구성도 전술한 '거래위험성' 가설을 제외하면 같다.
 
 이 역시 표본 데이터가 다름에도 제곱 합, 자유도, 평균제곱 등 분산분석 결괏값은 소수점 아래 셋째 자리까지 일치한다. 특히 자유도 합계를 보면 둘 모두 212로 동일함을 알 수 있는데 김건희 논문은 설문지 290부를 표본 데이터로 이용했기에 합계 자유도는 289여야 한다.
ⓒ 박성우
 
위 사진도 왼쪽 표는 김건희 논문에 실린 분산분석 표, 오른쪽 표는 A 논문에 실린 분산분석 표다. 이 역시 표본 데이터가 다름에도 제곱 합, 자유도, 평균제곱 등 분산분석 결괏값은 소수점 아래 셋째 자리까지 일치한다.

특히 자유도 합계를 보면 둘 모두 212로 동일함을 알 수 있다. 분산분석의 합계 자유도 계산식은 N-1로 표본 개수에서 1을 뺀 수다. A 논문의 경우 설문지 213부를 표본 데이터로 이용했기에 합계 자유도가 212인 게 맞다. 하지만 해당 논문은 설문지 290부를 표본 데이터로 이용했기에 합계 자유도는 289여야 한다.

위 내용들을 종합해봤을 때 김건희 논문은 타인의 석사 학위 논문에 실린 내용과 결과들을 그대로 발췌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국민대학교는 해당 논문을 "연구 부정 행위를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검증 불가로 결론지었다. 8개월의 기간 동안 이처럼 표절 가능성이 상당한 논문을 검증하는 것이 그토록 불가능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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