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문샷(Moonshot)’

박건형 논설위원 2022. 8. 5.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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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케이 밸러드가 발표한 재즈곡 ‘다시 말해서(In other words)’는 당시에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1964년 프랭크 시나트라가 첫 가사 ‘나를 달로 데려가주오(Fly me to the moon)’로 제목을 바꿔 앨범에 넣으면서 불멸의 히트곡이 됐다.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케네디 대통령의 아폴로 계획으로 미국 전역이 흥분해 있을 때였다. 1969년 아폴로 11호 우주인들이 달에 착륙할 때 달 궤도를 돌던 사령선에 이 노래가 울려 퍼졌다.

다누리를 탑재한 미국 스페이스X의 팰콘9이 미우주군기지 40번 발사장에서 기립하고 있다./뉴스1

▶아동문학가 윤석중은 아폴로 11호 달 착륙을 본 이듬해 동요 ‘앞으로’를 썼다. ‘아폴로’를 ‘앞으로’로 표현한 언어유희적 제목의 이 곡에는 ‘온 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 그 소리 들리겠네/ 달나라까지’라는 소절이 나온다. 달 탐사가 미국인들의 자긍심을 높여준 것은 물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역할까지 한 것이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쓴 쥘 베른은 1865년 달에 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담은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발표했다. 베른은 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지구의 자전 속도를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 포탄을 대포로 쏘아 올려 달로 보낼 수 있는 궤도 등을 묘사했다. 미 나사(NASA) 발사장인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의 위치는 베른의 소설에서 대포가 발사된 곳과 놀랄 만큼 비슷하다. 로켓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과학자 치올콥스키는 30년 뒤 이 소설의 내용을 검증하면서 이론을 확립했다.

▶아폴로 계획은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과 국민적 성원 덕분에 10년도 되지 않아 성공을 거뒀다. 이후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문샷(moonshot)이라고 부른다. 미국·영국·일본 같은 나라는 물론 기업들도 앞다퉈 문샷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인터넷 기업 구글은 문샷을 전담하는 비밀 조직 ‘구글X’를 만들어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선도했고 인간 수명을 500세까지 늘리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53년 전 아폴로 11호가 발사됐던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공군 기지에서 오늘 한국의 첫 달탐사선 다누리가 발사된다. 당장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이용하지만 8년 뒤에는 발사체부터 탐사선·착륙선·로버까지 모두 국산화하는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이미 오래전 간 길을 뒤늦게 간다고 폄훼하면 안 된다. 스페이스X가 설립 20년 만에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우주 기업이 된 것처럼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 우주를 무대로 한 대항해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박건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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