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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비둘기가 무서울까.. '특정 공포증'의 실체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8. 05. 10:02 수정 2022. 08. 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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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벌레 등 특정 대상 만났을 때 극심하게 두려워야 공포증
특정 대상에 공포 느낀 경험 때문에 주로 발생
일상생활 힘들면 병원 내원해야
어릴 때 비둘기에 쪼이는 등 관련된 경험이 있었거나, ​어릴 때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비둘기를 봤거나, 위생적이지 않다고 주의를 많이 받았거나, 단순히 비둘기가 무서워 피하다보니 실제로 증상이 나타날 만큼 무서워졌을 수 있는 것 등 다양한 이유로 비둘기 공포증이 생길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난 '이것'을 만나는 상황이 오면 너무 무섭고, 피하고 싶어. 아무래도 '이것' 공포증이 있는 것 같아." 여기서 '이것'엔 '새, 벌레, 터널, 높은 곳' 등 다양한 게 들어가곤 한다. 대답은 꽤 높은 확률로 "와, 나도 그렇다"다. 공포를 느끼는 특정 사물이나 공포를 '이것'이라 한정 지을 수 있는 공포증을 특정 공포증이라고 하는데,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 우리나라 특정 공포증 평생유병률은 5.6%로 알코올의존장애와 비슷하다. 주변에서 매우 쉽게 만날 정도는 아닌 것. 그런데 왜 주변엔 비슷한 공포증을 앓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걸까?

◇특정 대상 만나 신체 증상 나타나야 공포증
우리는 살아남으려고 특정 상황에 단순 공포를 느끼도록 진화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떨어질 수 있어서, 뱀 등에 물리면 죽을 수 있어서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라도 자연스럽게 특정 물체에 어느 정도 공포심을 느낀다. 이 때문에 단순히 싫거나 꺼려지는 대상에 공감대를 형성하긴 쉽다. 그러나 불안 장애로 간주되는 공포증은 단순히 특정 대상을 꺼리거나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신체적 반응이 나타나는 증세를 말한다. 예를 들어 새만 보면 긴장해 심장이 쿵쾅거리고, 비둘기는 물론 참새, 병아리 등 작은 새가 다가와도 극심한 두려움과 함께 전신에 소름이 돋고 호흡이 가빠지면 조류 공포증인 것.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실제 공포증이 있으면 특정 대상을 봤을 때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전대상피질의 연결성이 떨어지고, 두려움을 유발하는 편도체와 해마는 과활성화돼 자율신경계, 내분비계 등이 극도의 공포와 불안 증세를 보인다"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이 떨리고, 땀이 나고, 가슴이 아프고, 메스껍고, 어지럽고,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증상 중 몇 가지가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공포증은 크게 ▲사회 ▲광장 ▲특정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이렇게 특정한 상황이나 사물에 6개월 이상 지속해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두려움을 느낀다면 특정 공포증이다. 사회공포증은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 때 지나치게 불안하거나 긴장하는 것이고, 광장공포증은 광장이나 공공 장소 등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장소에 도움 없이 혼자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특정 공포증은 종류가 매우 많아, 다시 ▲동물형(뱀, 개, 조류, 벌레 공포증 등) ▲상황형(고소, 폐소, 터널, 비행, 치과 공포증 등) ▲자연환경형(악천후 공포증 등) ▲혈액·주사·손상형(피, 선단, 주사 공포증 등) ▲기타형(구토, 큰 소리, 광대, 거울, 액세서리 공포증 등)으로 나뉜다. 조서은 교수는 "아무래도 무서운 대상을 일상생활에서 피하기 힘든 상황형 공포증을 앓는 사람이 진료받으러 가장 많이 온다"고 말했다.

◇공포, 학습되고 두려울 때마다 피해도 생길 수 있어
특정 공포증은 왜 생기는 걸까?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같은 대상에 공포심을 느껴도, 생기게 된 원인이 다를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건 아무래도 공포를 느끼는 대상에 위협을 느낀 경험이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건석 교수는 "동물에게 공격당하거나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등 심리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는 사건, 주변 누군가가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것을 목격한 이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대다수 특정 공포증 환자분들이 시작된 특정 원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기억을 못 하는 이유는 특별한 경험 없이도 공포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서은 교수는 "어릴 때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여겼던 사람이 무서워하는 모습을 봤거나 반복적으로 위험하다고 과잉 주의를 받으면 공포가 학습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벌레, 뱀, 비둘기, 고소 공포증 등이 보통 여기에 속한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타인과 관계 맺는 능력이 커지는 오이디푸스기(3~6세)에 특히 두려움, 공포 반응이 커지고 악몽을 꾸곤 하는데, 이때 환경에서 억압, 공포를 느끼면 관련된 대상에 방어기제로 공포증이 생기기 쉽다. 단순히 두려운 대상을 계속 회피하다 보면 대상을 맞닥드렸을 때 실제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공포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회피 반응이 반복되면 뇌에서 불안 요소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둘기 공포증이 있다면, ▲어릴 때 비둘기에 쪼이는 등 관련된 경험이 있었거나 ▲​어릴 때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비둘기를 봤거나 ▲위생적이지 않다고 주의를 많이 받았거나 ▲단순히 비둘기가 무서워 피하다보니 실제로 증상이 나타날 만큼 무서워졌을 수 있는 것. 주사 공포증은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 증세에 취약할수록 공포증이 잘 나타난다. 밝혀진 위험 인자로 ▲어린 시절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았거나 ▲주 양육자를 상실하는 경험을 했거나 ▲신체적·성적 학대를 받았거나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경우가 있다. 불안, 공포를 잘 느끼는 만큼, 두 개 이상의 공포증을 겪는 경우도 많다. 다만, 흔히 공포증으로 알려진 환공포증은 특정공포증에 속하지 않는다. 이건석 교수는 "환공포증은 학술적인 용어가 아니며, 특정공포증 분류에 들지 않는다"며 "공포라기보다는 혐오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 성별, 시대에 따라 앓는 유형 달라져
특정 공포증은 나이, 성별, 시대에 따라 많이 앓는 유형이 달라진다. 소아는 보통 동물형, 자연환경형, 주사·혈액·손상형 공포증을, 성인은 상황형 공포증을 많이 겪는다. 조서은 교수는 "증상도 다른데, 소아에서 공포증을 겪으면 보통 저절로 없어지고, 공포 대상을 맞닥드리면 소리 내서 울거나 목이 따끔하거나 두통을 느끼는 정도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성인은 20대에 호발하는데, 수년간 장기간 지속됐다면 공포 증상으로 심장 두근거림, 흉통, 공황발작 증상 등 심각하게 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포증은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동물, 자연환경, 상황에 대한 공포는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주사·혈액·손상형 공포는 남녀 비슷하게 발생한다. 공포증은 아무래도 주변 환경에 학습되는 영향이 있어 시대에 따라서도 호발하는 유형이 달라진다. 이건석 교수는 "최근에는 아무래도 코로나 시대다 보니 감염, 주사·혈액·손상형 공포증으로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단계적 노출로 증상 치료할 수 있어
공포증으로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병원을 내원해 치료받는 것이 좋다. 이건석 교수는 "치료는 일반적인 불안 증상에 초점을 맞춰 치료하는데, 우선 약물로 평상시 불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며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난 이후에는 점진적으로 공포 대상을 노출하는 탈감작법이나 인지치료 등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탈감작법은 공포 대상을 귀여운 캐릭터, 그다음은 사진, 그다음은 모형 등 단계적으로 노출해 공포에 적응하도록 하는 과정이다. 인지 치료는 왜 그 대상에 두려운지 근원을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공포 증상이 나타났을 땐 크게 3초 들이쉬고, 5초 숫자를 세면서 내쉬면 근육이 이완돼 두려움 완화에 도움이 된다.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공포 대상을 평소 쉽게 만나기 쉬운 환경이라면, 커피는 자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커피 속 카페인이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과한 공포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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