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도 못 따라할..민주 비지지층 비하 고질병 [한기호의 정치박박]

한기호 2022. 8. 5. 11: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당 대표 예비후보자로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근거한 서울 25개 자치구별 제20대 대통령선거 다수득표자 현황 자료. 붉은계열색이 윤석열 국민의힘 당시 대선후보(현 대통령) 득표율, 파란계열색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후보 득표율.<연합뉴스 그래픽 자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이재명 의원이 지난 8월4일 제주상공회의소 회의장에서 열린 당원 및 지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가 아는 바로는 고학력·고소득자 등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들은 우리(더불어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다… 저학력에 저소득층이 국힘(국민의힘) 지지가 많다. 안타까운 현실인데, 언론 환경 때문에 그렇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의 주인공인 이재명 민주당 의원(당 대표 후보)이 지난달 29일 최고위원 후보인 박찬대 의원과 동승한 차량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중 꺼냈다가, 일주일째 도마 위에 오른 발언이다. 지난 3일 국민의힘의 한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대상으로 삼기까지 했다.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는 보수정당 지지층을 저학력·저소득층으로 일반화해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탓이다. 발언 이튿날(지난달 30일) 이재명 의원은 이런 논란에 "지금도 제 발언 '앞뒤'를 자르고 왜곡해 공격한다"며 "정보를 왜곡·조작하는 일부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언론 탓으로 넘겼다. 물론 이 의원의 최초 발언의 '앞'에는 "우리가 서민층과 중산층이 아니라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가야하는 거 아니냐"는 전제를 깔았고, '뒤'에는 "부자를 배제할 필요가 없다…함께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결론도 제시했으니 당 지지층 외연확장이 주된 의도였을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대정부질문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소득·법인세 감세 세제개편안을 "친(親)부자, 반(反)서민적"이라고 규정하고, 세율 인하로 조세수입과 '재정'이 줄어든다는 전제로 "'국가를 거덜'낼 정책"이라고 전통적 프로파간다를 벌였는데 이 의원의 톤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비(非)지지층 비하라는 논란을 피해가지 못하는 건 이 의원의 '무의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일종의 '무성의'가 덧대진 탓도 있을 것이다. 부자를 배제할 필요 없다는 발언이 진정한 믿음을 주려면 보수정당의 감세정책 일체를 '부자감세'로 몰아세우는 선전 방식이나, "공정국가 건설을 위한 재벌해체에 제 목숨을 걸겠다"(2017년 1월15일 '손가락 혁명군' 출정식 당시) 등 자신의 과거 발언에서 '이유있는 반전'을 보여줬으면 됐을 일이다. 상위권 부자들을 그저 상속재산으로 군림하는 이들처럼 묘사하거나, 노동 외 소득 일체를 불로소득으로 칭하며 '빼앗긴 걸 찾아오자'는 뉘앙스의 '환수(還收)'를 즐겨써온 것, '억강부약(抑强扶弱)'을 키워드 삼고 "독일은 유명한 세계적 메이커는 없는데 조그마한 중소기업들이 강하다"는 무리한 논거를 들거나 토지보유에 별도 세금을 매겨 기본소득 살포에 쓰겠다고 공약했던 것 등에서 달라졌다고 볼만한 어록이 떠오르진 않는다.

다시 '무의식'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지칭당하는 자체로도 일종의 열패감을 줄 수 있는 '저학력·저소득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밝히지 않은 채 상대당의 주된 지지층으로 끌어다 붙인 태도가 문제다. 3·9 대선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부터 집값이 높은 순서대로 윤 대통령에게 높은 득표율을 안겼다는 분석이 유명한데, 사실관계부터 의구심을 자아낸 발언이었다. "안타까운 현실"과 "언론 환경 때문에"같은 추임새마저 붙었으니 '못 배우고 못 벌어서 언론에 휘둘리는 사람들'이라고 때린 것인지,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발언 이튿날 이 의원은 '월소득 200만 원 미만 10명 중 6명 尹(윤석열 대통령) 뽑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안타깝지만 실제 현실은 이렇다"고 했다.

지난 1일 강성파인 추미애 민주당 전 대표는 "저학력, 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실논쟁으로 좁히는 노력에 가세했다. 그러면서도 추미애 전 대표는 "다만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현상일 뿐 실제로는 저학력·저소득층에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많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며 "본질을 제쳐두고 갈등만 부추기는 정치 환경에선 설령 이재명이 '노인층이 국민의 힘을 지지한다'고 말했더라도 또한 '노인 폄하'라는 비난이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상대당 지지층을 '노인층'이란 틀에 가두면 발언의 질(質)이 달라진다는 뜻일까. 추 전 대표는 만으로 64세이고, 이 의원은 만 60세가 2년 앞이다. 당권경쟁자로서 이 의원을 비판한 박용진·강훈식 의원을 향해선 "박용진 후보는 '저소득층은 저학력, 그래서 사리판단을 못 한다는 식의 선민의식이며 빈자 혐오'라고 이재명을 힐난했다. 강훈식 후보도 '선악을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인식'이라고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면서 "젊음을 무기로 정치교체를 내세우면서 정작 말꼬리 잡는 소동"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비지지층을 싸잡는 비하 논란이 잊을만 하면 재발해왔다. 지난 2004년 유시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중앙대 특강에서 "비록 30·40대에 훌륭한 인격체였을지라도 20년이 지나면 뇌세포가 변해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 제 개인적 원칙은 60대가 되면 가능한 책임있는 자리에 가지 않고, 65세부터는 절대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곤욕을 치렀다. 소위 '60대가 되면 뇌가 썩는다'고 말했다고 잘못 알려진 사건이다. 그러던 그는 60대 진입이 코앞이던 2018년 12월 서울 대학로 강연 중, 20대 남성들의 문재인 당시 대통령 지지이탈과 반대 성향이 강해진 이유가 뭐냐는 청중 질문에 군필 20대 남성의 피해의식을 논하면서 "'자기들은 축구도 봐야 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자기들은 롤(LOL)도 해야 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하지. 모든 면에서 우리가 불리하다'는 거다"고 재단했다가 논란을 자초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만 66세이던 2019년 2월 한 매체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20대 남성층에서 여성보다 낮은 이유' 질문을 받고 "기본적으로 교육의 문제도 있다", "이분(20대)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10년 전부터 집권세력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지금 20대를 놓고 보면 그런 교육이 제대로 됐나 하는 의문은 있다"고 해 설화를 낳았다. '86세대' 일원인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같은달 국회 토론회에서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그 당시 학교 교육이란 것이 거의 반공(反共) 교육이었다"며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 교육으로 그 아이들에게 (대북) 적대 의식을 심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생활 중 2010년 북한군의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을 목도했거나 유사사태 재발을 우려한 경험,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하고 친북·친중 논란이 겹친 문 전 대통령에 거부감을 지닌 이들을 교육 잘못받은 아이들로 치부한 셈이다.

페미니스트 지향이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혐의와 유고 사태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던 박영선 당시 민주당 후보도 여론조사상 20·30세대의 낮은 지지율에 "20대의 경우 과거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40대와 50대보다는 경험치가 낮지 않냐"고 대응해 설훈·홍익표 의원 논란까지 재조명돼 홍역을 치렀다가 패했다. 국민의힘 후보였던 오세훈 현 서울시장에게 과반 득표 승리와 출구조사상 20대 남성 72.5% 지지율을 안겨준 채 퇴장했고, 올해 3·9 대선과 6·1 지방선거 결과까지 여파가 가시지 않았다고 본다. 광역단체장 성추문 등으로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했던 여심(女心)은 이제 어느 정도 수복했지만, 지지를 주지 않는 유권자층에 공격적인 태도가 이 의원의 발언으로 재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집권 석달도 안 돼 국정지지도가 30%선 밑으로 떨어지는 진기록을 낳은 윤 대통령과 여당 주류도 이런 식의 비지지층 비하 논란을 자초하진 않았다.hkh89@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