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펠로시 패싱' 논란에 "尹이 펠로시 무시했다"

오경묵 기자 2022. 8. 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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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중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을 놓고 주요 외신들이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무시한(snub) 것”이라는 기사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펠로시 하원 의장이 대만 순방으로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후 다음 방문지에서 훨씬 적은 ‘팡파르(환영)’를 받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통신은 “집권 3개월 만에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만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전화통화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의 휴가로 예방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미국에 사전 설명했고 펠로시 의장 측도 충분히 이해했다”며 “모든 것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통신은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 도중 직접 만나지 않은 유일한 국가지도자가 됐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한국을 제외한 방문국에서는 국가 정상과 만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리셴룽 총리, 말레이시아에서는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 대만에서는 차이잉원 총통과 회동을 가졌다. 5일 방문하는 일본에서도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2007년 펠로시 의장이 하원 의장에 취임한 이후 모든 한국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을 만나왔다”며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정치인 중 한 사람인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은 것은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두연 미국 신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중추국가이자 민주국가 그룹의 중요한 일원이라는 본인 선언을 지킬 수 있는지, 자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해 워싱턴(미국)이 심각한 의문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영국 가디언도 “윤 대통령이 중국을 적대시하는 것을 피하려고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대통령이 펠로시를 무시했다”고 했다.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한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페이스북

다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꼭 만날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4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우리가 (펠로시 의장을) 초청한 것도 아니고 미국 정부의 메시지를 들고 온 것도 아니다. 굉장히 개인적인 정치 측면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펠로시 의장이 청나라, 명나라 사신인가. 조선시대 정서가 아직도 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그래도 만나야 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있으니 결국 전화통화를 했다. 제가 봤을 때는 이게 신의 한 수”라며 “쉽게 봤을 때는 내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나주기도 뭐 한 상황에서 묘책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도 블룸버그에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외교적 무례’로 보일 수는 있지만, 한미동맹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양 명예교수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서 논란을 일으킨 시기에 대통령실은 정치적 갈등과 거리를 두고 싶어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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