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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달러 밑으로 떨어진 油價..짙어지는 침체의 그림자

김은정 기자 입력 2022. 08. 05. 16:50 수정 2022. 08. 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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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88달러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가격
인플레이션 대응 금리 인상 도미노로 수요 감소, 경기 침체 우려
지난달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유정에서 석유 생산 시설이 작동하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올 2월 이후 반 년 만에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2.3%(2.12달러) 내린 배럴당 88.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종가가 9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지난 2월 10일(89.88달러) 이후 처음이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는 10월물 브렌트유가 2.75%(2.66달러) 하락한 배럴당 94.1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고,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2.71%(2.67달러) 떨어진 95.73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배럴당 120달러대로 치솟았던 3대 유종(油種) 가격이 최근 일제히 급락해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경기가 둔화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 미국 휘발유 소비량은 하루 평균 854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978만배럴)보다 12.7% 줄었다. 7월 마지막 주를 포함한 직전 4주간 평균 소비량도 하루 859만배럴로 1년 전보다 8.8% 감소했고, 코로나가 터져 경기가 크게 위축됐던 2020년 7월 평균치(866만배럴)보다도 줄었다. 41년 만의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인들이 석유 소비를 눈에 띄게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에서 동시에 벌어지면서, 석유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에 접어들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만 해도 하루 평균 세계 석유 수요가 공급보다 60만배럴 많았지만, 2분기와 3분기에는 역전돼 수요보다 공급이 100만배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각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석유 수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6월과 7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자이언트 스텝) 인상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11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27년 만에 빅스텝에 나섰다. 영란은행은 “영국 경제가 4분기부터 침체에 빠져 5개 분기 연속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휘발유 가격도 내림세다. 지난 6월 중순 갤런(1갤런은 3.785L)당 5달러를 웃돌았던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달 들어 4.2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6월 말 사상 최고치인 L당 2144.9원을 기록했던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7월부터 시행된 유류세 인하 폭 확대까지 영향을 끼치며 5일 오후 기준 1860.5원까지 하락했다.

향후 유가 전망은 엇갈린다. 여름휴가철이 지나면 휘발유 수요가 감소해 유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드 모스 시티그룹 원자재부문 대표는 지난 1일 블룸버그에 “연말이면 브렌트는 80달러대 중반, WTI는 8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유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지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되면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수석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브렌트유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연말에는 13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현물인 두바이유가 선물인 브렌트유나 WTI보다 강세를 보이는 것은 여전히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라는 의미”라며 “유가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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