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 비례 의원 총사퇴하세요"..피켓 든 정의당 평당원들

황인성 입력 2022. 8. 5. 17:30 수정 2022. 8. 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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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 의원들, 당원·당을 위한 정치 아닌 '자기정치' 모습만"
"인적 쇄신 없이 국민 외면 계속될 것"
7일까지 비례대표 사퇴 권고 당원총투표 연서명 받는 중
사진=정의당 평당원 연대회의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점심 무렵이 되면 국회 정문 앞에서 노란 피켓을 들고 매일 1인 시위에 나선 이들이 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 국회 앞에서 본인의 생각을 표출하는 게 크게 주목받을 일이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이들의 외침은 다소 의외였기에 어느 구호보다도 눈길을 끌었다.

주중 매일 국회 앞 1인 시위를 펼치는 이들은 정의당 평당원들이다. 정의당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진보정당으로 존속하길 바라는 이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평당원 연대를 만들고, 순번을 정해 매일 국회 앞에서 절규의 외침을 내고 있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정의당 비례 국회의원 전원 사퇴하라!”라는 구호가 담겨 있다. 당원들이 본인이 지지하는 정당 소속 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하니 다소 이해가 어려운 일이다.

4일 쿠키뉴스가 만난 정의당 평당원 연대회의 의장 구혜림 당원은 “다음 선거 때 정의당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절박함에 자발적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비례대표 의원들은 그동안 당이 쌓아온 소중한 유산들을 망가뜨리고 있어 당원들이 비례 의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비례대표 사퇴 권고 당원 총투표 발의를 위한 연서명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호진 전 정의당 수석대변인을 비롯한 7명이 주축이 돼 처음 추진했고, 이들이 함께 뛰면서 1인 시위와 연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우리 당은 대선과 지선서 주권자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면서 “정치는 권한이자 책임으로 권한을 더 이상 주지 않겠다는 건 책임지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지도부의 총사퇴 등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없이 국민은 정의당에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음에도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 묻자 이미 다 시도해봤다고 답했다. 

구 당원은 “당원 게시판을 통해서든 SNS를 통해서든 어떠한 형태로든 당원들의 말을 전해도 그들은 묵묵부답일 뿐”이라며 “당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당심과 민심 모두 잃고 몰락의 길을 가고 있음에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에 더욱 분노한다”고 말했다.

1인 시위에 나선 당원들은 한결같이 정통성 있는 진보정당의 당원이라는 자부심으로 매달 적지 않은 당비를 납부해 후원하면서 당을 지켜왔는데 최근 정의당 소속 의원들의 모습에서는 당원들이 원하는 진보정당으로서의 모습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비례대표로 선출된 정의당 소속 의원 5인은 진보정당의 가치를 가장 잘 실천해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자기 정치’에만 매몰돼 당원들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류호정 의원의 문신사법 촉구 기자회견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이들은 부정적으로 봤다. 진보정당으로서 그동안 가졌던 진정성 있는 모습이 아닌 자기정치 행보라는 것이다.

류 의원을 통해 전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문신사법의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이미 법안을 발의하거나 준비 중이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류 의원이 낸 법안은 화려한 퍼포먼스에 비해서는 짜임이나 내용, 법의 완결성 측면에 있어 허점이 많았다고 말하고 있다.

구 당원은 “류 의원의 ‘문신사법’ 법안 퍼포먼스뿐 아니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조문거부 사태, 장혜영 의원의 지역주의 발언 등 당원들이 납득하기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모습과 행보가 너무 많았다”며 “이러한 본인의 자기정치만 하는 행보들은 결국 정의당에 대한 비호감도를 높였고, 당의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역설했다.

정의당이 다시 쇄신하고 사는 길은 기득권을 철저히 내려놓고 밑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뿐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원내에서 비상대책위를 꾸려 고심 중이지만, 이미 책임이 있는 이들이 어떤 혁신과 쇄신안을 내놓더라도 한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도 강조했다.

또 평당원 연대회의는 최근 정의당이 재정난을 겪게 된 이유도 작금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당원들이 원하는 진보정당으로서의 행보가 아닌 모습으로 일관하자 실망한 지지자들이 떠나갔고, 결국 당비가 급격히 줄면서 재정난에 허덕이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까지 3만5960명에 이르던 당비 납부 당원 숫자가 올해 2월에는 절반 수준인 1만8185명까지 줄었다. 21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당원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진=정의당 평당원 연대회의

연대는 오는 7일 오후 3시까지 비례대표 의원들의 총사퇴를 권고하는 당원 총투표 발의를 위한 서명을 받는 중이다. 정의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회 의결보다 우선하는 당의 최고 의사결정 방법은 당원 총투표다. 전체 당권자(당비 납부 당원) 5% 이상이 연서명하면 안건을 발의해 당원 총투표에 부칠 수 있다.

구 당원은 “이미 많은 당원이 탈당해 당비를 안 내셔서 당권도 없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도 5% 조금 못 미치는 당원분들이 이미 서명해주신 것은 얼마나 당심이 돌아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서명에 참여해주셔서 당헌 민주주의를 통해 우리가 다시 일어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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