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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방수폰' 광고하더니.. "침수되면 고객책임"

박순찬 기자 입력 2022. 08. 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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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바다서 사용 깨알글씨로 '금지'.. 수리비 등 피해 늘어

오모(43)씨는 지난달 말 강화도로 휴가를 가서 가족들과 물놀이를 하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가 낭패를 봤다. 방수가 된다는 광고만 믿고 사진을 찍었는데 고장이 난 것이다. 지난해 100만원 넘게 주고 산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이었다. 오씨는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방수 기능이 있지만 침수(浸水) 책임은 고객에게 있다고 하더라”며 “메인보드 등 부품을 다 교체하는 데 70만원이고 데이터는 모두 날아간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7, 갤럭시 S7 엣지 국내 출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홍보 도우미가 수중 촬영 및 방수가 되는 갤럭시 S7의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연합뉴스

알고보니 대대적으로 방수 기능을 광고해 놓고는 제품 사용 설명서엔 깨알 같은 글씨로 ‘바닷가나 수영장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등의 금지 사항을 적어둔 것이었다. 오씨는 결국 사설 수리 업체에 30만원을 주고 데이터를 겨우 복원했고, 침수 폰은 부품 값 5만원을 받고 폐기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고가의 스마트폰·워치 침수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삼성·애플이 내세우는 ‘IP68′ 같은 방수 등급을 믿고, 물에서 사용하다가 제품이 먹통이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지난 6월만 해도 제품 침수로 인한 AS 접수가 5월보다 45% 늘어났다”며 “여름 휴가철 피해가 잦다”고 했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침수는 고객 책임”이라며 무상 보증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제품 매뉴얼에 따르면, 최신 스마트폰·워치에 적용된 IP68 방수 등급은 “수심1.5m 담수(淡水·염분이 없는 물)에, 30분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둔 상태”를 뜻한다. 여기엔 “규격 외 조건에서 사용 시 방수 성능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달렸다. 애플 아이폰 역시 사용 설명서에 “액체로 손상을 입힌 경우 보증 서비스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아이폰을 가지고 수영 또는 목욕하기, 의도적으로 물속에 담그기” 등을 피하라는 조항이 담겨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4′는 수영 측정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제품 홈페이지에도 시계를 차고 수영하는 홍보 사진을 올려놨다. 하지만 매뉴얼에는 “깨끗하지 않은 물(수영장 물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라” “노출된 경우 즉시 씻어서 말리지 않으면 제품 성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앞뒤 안 맞는 설명을 적어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호주 연방법원에서 ‘방수 과장 광고’로 126억원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삼성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수영장, 바닷물 등에서 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광고했는데, “물에 노출된 이후 스마트폰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수백 건의 소비자 피해가 접수되자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가 소송을 제기해 이긴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 기기의 방수 성능은 사실상 비 올 때 제품을 잠깐 사용하고, 세수하면서 물이 좀 튀는 걸 견디는 수준의 생활방수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침수에 대비해 미리 스마트폰 속 연락처나 사진·음악 등을 백업해 놓고, 혹시 물에 빠졌다면 바로 전원을 끄고 마른 수건이나 자연 건조 등으로 말린 다음 서비스센터로 가져오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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