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말뿐인 ‘과학 방역’

안영 기자 2022. 8. 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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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표 되는 방역, 지원금 주는 방역은 하지 않습니다.”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 여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 ‘K방역’을 저격하면서 한 말이다. 윤석열 정부 인사들은 총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을 뿌리고, 대선을 앞두고 거리 두기를 완화했던 문 정부 행태를 ‘정치 방역’이라 규정하면서 “전 정부처럼 관료·정치인 정무적 판단에 따라 정책을 움직이지 않겠다” “전문가의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과학 방역’으로 포장했다.

7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 '반복되는 팬데믹 시대의 과학적 방역과 백신주권'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런데 집권 석 달이 다 되도록 윤석열 정부는 ‘과학 방역’이란 구호에 걸맞은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롱코비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를 과학 방역 첫 작품으로 홍보하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로 인한 장기 후유증에 대해 분석한 첫 사례”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주요 내용이었던 “백신 접종이 심혈관계 질환 후유증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는 것은 그즈음 시작했던 50대 4차 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었을 뿐, 이를 토대로 어떤 ‘과학 방역’ 대책을 내놓을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근거’보다 ‘의도’를 앞세운 셈이다.

두 번째 과학 방역 성과물로 내세운 ‘전 국민 항체 양성률 조사’는 윤 정부 출범 직후 금방이라도 나올 것처럼 자신했지만 결과 발표가 9월로 늦춰졌다. 그사이 코로나 재유행은 점점 심각해져 8월 말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 끝난 다음 과학 방역 연구물을 내놓으면 효용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0일엔 전국에 1435개 코로나 병상을 확보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일선 병원에선 아직 구체적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이 쏟아지고, “예측 불가능한 희생만 강요한다”는 뒷말이 나온다. 과학을 근거로 ‘자율 방역’을 천명했지만 항간에선 우스갯소리로 ‘질병관람청’ ‘국가 도주 방역’이란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21대 후반기 국회가 열리자마자 여야 가릴 것 없이 맹공이 시작됐다. 주로 “문재인 정부와 다른 게 대체 뭐냐”는 비판이었다. 윤 정부는 정치화한 K방역을 공격하기 위해 ‘과학 방역’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지만 아직 그 과학 방역이 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는 키워드만 있고 구체적 이행 계획·실천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추상적인 단어만 내세우지 말고 실행의지·능력·주체를 명확히 하라는 권고다.

지난 3일 정부는 “국민께 일상을 돌려드리면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곳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표적 방역을 추진하겠다”며 ‘표적 방역’이라는 새 키워드를 내놨다. 문 정부가 밑도 끝도 없이 ‘K방역’이란 키워드로 부실한 방역 정책을 무마하려 했던 것과, 이번 정부가 ‘과학 방역’ ‘표적 방역’이란 말뿐인 구호를 내세우는 것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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