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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나토 가입 서명한 핀란드 외무장관, 그도 대체복무 출신이다 [대체복무리포트④]

이영근, 여성국 입력 2022. 08. 06. 05:01 수정 2022. 08. 0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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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벌인가 공정인가 - 대체복무 심층리포트

「 〈목차〉
1화 "아빠는 교도소에서 산다"
2화 머나먼 길 - 대체복무자 심사에서 입소까지
3화 러시아 위협에 놓인 핀란드의 대체복무제는?
4화 핀란드 보수·진보가 바라보는 대체복무제
5화 대체복무제 이대로 좋은가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위한 ‘마라톤 회의’가 이어진 지난 6월 28일 중앙일보는 핀란드 헬싱키 국방부 청사에서 사미 누르미 준장을, 다음날에는 헬싱키 시청에서 대체복무자 출신 진보 정치인 파보 아르힌마키 헬싱키 부시장을 만났다. 핀란드의 안보 상황에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대체복무제도를 둘러싼 핀란드 좌·우의 입장을 들었다.

인터뷰에서 누르미 준장은 “평시의 대체복무자도 전시에는 총을 쥘 수도 있다”고 말했고, 아르힌마키 부시장은 “여전히 유럽 다른 국가 대비 징벌적”이라며 대체복무제에 대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대체복무제도는 병역 기피의 수단이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핀 국방부 “대체복무제 병역기피 우려 없다”


사미 누르미 핀란드 국방부 준장은 "핀란드 군은 대체복무로 인한 병역기피 우려가 전혀 없다"고 했다. 여성국·이영근 기자
1992년 임관한 사미 누르미(55) 준장은 핀란드 국방부의 국방정책담당자다. 국방부 커뮤니케이션 국장, 국방교육과정(국방대) 학과장을 거쳐 직전까지 국방과장을 지냈다. 다음은 누르미 준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핀란드의 안보 상황은 어떤가
A : 핀란드는 전쟁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상황이 변하고 있다. 국방 관련 예산과 인력도 확충할 계획이다. 나토 가입 여론도 높다. 핀란드인은 한번 결심하면 결코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 러시아와 국경을 1340km 맞대고 있는 현실이 변화의 주요 이유다.
핀란드에서는 대체복무제로 인한 병역기피 우려가 없나
A : 지금까지 징병 자원 부족을 느낀 적이 없다. 징집 대상 남성(만18~30세) 70% 이상은 군 복무를 한다. 연간 군 복무를 수행하는 남성 수가 2만1000명, 여성 1500명이다. 예비역 90만명, 이중 즉시 전력감 예비역은 28만명이다. 대체복무자는 1000명대 수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핀란드는 군 복무 만족도가 높은 나라다. 매년 일정한 비율로 현역 수가 유지되고 있어 걱정 없다.

지난 5월 핀란드 로바야르비에서 열린 '전광석화22' 훈련에서 핀란드 육군 병사가 AMOS 박격포를 엄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체복무자, 전시 총들 수도 있다”

Q : 현역병의 대체복무 중도 편입이 가능하다. 국방부는 이런 상황이 불편하지 않은가
A : 내가 지휘관 시절 대체복무하고 싶다는 병사들을 묻지도 않고 보내줬다. 이곳에선 “왜 대체복무하냐”고 묻지 않는다. 최근 청년들은 다양한 신념, 사고방식,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들에게 가능하다면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Q : 최근 대체복무를 택하는 예비군이 늘고 있다. 전시에는 어떻게 되나
A : 핀란드 법에 따르면 현행 대체복무제는 평시 기준으로 전시에는 대체복무자도 총을 들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비군에서 대체복무로 전환하는 숫자가 늘어나도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니라고 본다. 대체복무 관할은 고용경제부로 국방부는 주무부처가 아니지만 군 복무 조건과 개선점 논의에도 관여하고 있다. 형평성 등을 고민한다.

핀란드 헬싱키 시에 있는 국방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군인 모양의 조각상. 여성국·이영근 기자

“군인, 대체복무자 둘 다 중요한 자원”

Q : 대체복무 도입 당시, 국방부 입장과 현재 입장은
A : 그때(1931년)는 평화로운 시기가 아니라 많은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평등, 차별 금지 같은 가치가 중요한 사회다. 국방부도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의미가 아닐까.

Q : 한국 대체복무제는 현역 대비 2배, 교도소 합숙 복무 형태다. 여전히 일각에선 병역 기피 우려도 있다.
A : 조심스럽지만 핀란드에선 한국과 같은 시스템을 도입할 수 없다. 우리도 전쟁 위협으로 한국과 비슷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기꺼이 참전하겠다는 시민들이 많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80%의 국민이 전쟁이 나면 총을 쥐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핀란드 국방부는 오랜 기간 대체복무와 공존했다. 제도 도입 초기인 한국에 조언을 한다면
위기 상황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복무자가 필요하다. 총 든 사람 외에 돌보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군인이든, 대체복무자든 훈련받은 임무에 대한 역량이 있다. 물론 핀란드와 한국은 안보, 역사, 환경이 달라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두 국가의 정상이 나토 정상회의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우리는 한배를 탄 비슷한 상황이다.


“강도 높은 대체복무 경험, 정치 활동 큰 자산”


대체복무자 출신 파보 아르힌마키 헬싱키시 부시장은 "나토 가입에 서명한 외무장관도 대체복무자"라고 전했다. 여성국·이영근 기자
파보 아르힌마키(46) 헬싱키 부시장은 핀란드의 진보정당 ‘좌파동맹’의 정치인이다. 2007~2021년까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핀란드 역대 최연소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뒤 낙선했다. 2021년 헬싱키의 문화·체육 부시장으로 선출돼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축구 연습을 갈 정도로 축구 팬인 그는 손흥민의 군 면제 여부를 질문하기도 했다. 다음은 아르힌마키 부시장과의 일문일답.

Q : 대체복무를 선택한 계기는
A : 어릴 땐 남자로서 당연히 군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분위기였다. 언젠가부터 총기로 살상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껴 대체복무를 택했다. 자유로운 도시인 헬싱키에서 자라 친구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소련과 전쟁을 치른 조부모님은 충격을 받으셨을 거다.

2012년 핀란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파보 아르힌마키 헬싱키 부시장(맨 오른쪽)의 선거 포스터. 사진 위키피디아 캡처

Q : 대체복무 수행 당시 어떤 일을 했나
1996년에 입소해 13개월간 장애인 학교 보조 교사로 복무했다. 장애 학생의 활동을 보조하고 농구나 수영을 함께 하기도 했다. 강도가 만만치 않아 고생했지만, 정치인으로 성장하는데 큰 자산이 됐다.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노동 환경, 장애인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었다. 관련 정책을 만드는 데도 그때 경험이 도움된다.


“한국 대체복무제 개선 필요해 보여”

Q : 대체복무가 정치인으로서 대중의 지지받는 데 걸림돌이 되진 않았나
A : 핀란드에서 대체 복무는 특별한 선택이 아니다. 군 복무를 안 해도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여성인 할로넨 전 대통령이 12년간 국군통수권자로 활동하지 않았나. 어제 나토 가입 양해 각서에 서명한 외무장관 페카 하비스토도 대체복무자 출신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좌)과 악수를 나누는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우)도 대체복무자 출신이다. 로이터=연합뉴스

Q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예비역의 대체복무 편입 신청이 증가했는데 병역기피 아닌가
핀란드는 대체역 신청만 하면 편입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청년 대부분이 여전히 군 복무를 한다. 대체복무가 병역기피 통로가 아니라는 증거다. 예비역의 대체복무 편입 증가는 병역 기피가 아니라 전쟁 반대 표시로 봐야 한다. 원래 핀란드는 나토 가입 반대 여론이 강했다. 전쟁과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예비역들이 대거 대체역으로 편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Q : 한국의 대체복무제는 기간은 2배, 합숙형태다
A : 한국의 대체복무제 조건을 듣고 놀랐다. 나는 핀란드의 제도도 유럽 기준으로 징벌적이라고 본다. 물론 핀란드처럼 한국도 북한과 대치 중이고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어 징벌적 요소가 있는 점도 이해한다. 하지만 복무지가 다양해지면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한국도 제도 개선 고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핀란드어 통역 = 한희영)

파보 아르힌마키 헬싱키 부시장과 인터뷰가 이뤄진 헬싱키 시청 정면. 여성국·이영근 기자

■ 해외 대체복무제와 비교해보니

「 대체복무 조건에 대해 명확히 합의한 국제 기준은 없지만 UN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3년 “군복무 기간의 2배 또는 1.7배에 달하는 대체복무는 징벌적”이라는 입장이다. 내년 1월 UN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 정기검토’에서 군 복무 기간의 2배를 교정시설에서 합숙 복무하는 한국의 대체복무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인권이사회는 수 차례 한국 정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제도를 참고한 독일·대만과 비교할 때 국내 대체복무제는 까다로운 편이다. 두 나라는 각각 2011, 2018년 모병제로 전환해 대체복무제가 폐지됐다.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스위스의 대체복무제는 군 복무 기간의 1.5배, 보건·복지 등 공익시설에서 출퇴근 형태다. 스위스는 엄격한 심사제를 유지하다 2009년부터 신청제로 변경했다. 다만 신청제 변경 이후 대체복무 신청자 수가 급증해 정부와 의회 간 논쟁이 오갔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현역 대비 1.5배, 청소·건설노동 또는 보건기관에서 출퇴근 형태다. 종교적 사유만 인정된다. 여호와의증인 유럽협회는 “우크라이나 병역거부자는 전시 대체복무를 수행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발적으로 지역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나루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전문위원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대체역 심사위 1주년 토론회’에서 “군사 긴장도가 높은 한국의 대체복무제는 타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대체복무제가 징벌적 성격을 띠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논의가 계속 필요하다”고 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헬싱키=이영근·여성국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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