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고난을 받아들이면 의외로 해결하기 쉬워져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2. 8.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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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큰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그 어려운 상황을 똑바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번째 단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마침내 코로나19에 걸리고 말았다. 약 2주 간 헤롱헤롱 거리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주변에 비슷한 시기에 걸린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또 증상들에 대해 미리 예상해 둔 탓에 정신적인 충격은 크지 않았다. 놀랍고 두렵기보다는 되려 언젠가는 치러야 할 통과의례를 치른 듯한 후련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물론 영원히 걸리지 않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올 게 왔다며, 미리 구비해둔 자가 검사 키트로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바로 약을 처방 받았다. 높은 확률로 겪을 수 밖에 없는 불행이라면 평소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는 것이 대처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른 얘기지만 최근 자녀가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지인이 있다. 첫 한 달 동안 충격을 삼켰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바로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다녔다고 했다. 생각보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내 불행한 마음보다 자신이 이런 교육을 시켜 줄 수 있는 부모라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더 커졌다고 했다. 교육을 다니면서 치료사 분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보통 자녀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수 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데 이렇게 바로 사실을 받아들이고 치료에 나서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좋은 부모를 만나서 아이가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안타깝지만 삶에 큰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모든 사람들이 적절한 대처 방법을 보이고 어려움을 적절하게 극복, 성장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들의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으로 인한 힘듦 못지 않게 그 어려움이 닥쳐왔다는 사실 자체에 충격을 받고 힘들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개인차가 나타나서 어떤 사람들은 비교적 빨리 문제를 받아들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을 보이는 반면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이렇게 나쁜 일이 생겼을 리 없다며 문제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행동을 보인다. 

하지만 살면서 겪는 많은 문제들은 멀리서 봤을 때는 깊은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무릎 까지만 올라오는 물처럼, 막상 발을 담가보면 생각보다 건널 만할 때가 더 많다. 그럼에도 지레 겁을 먹으면 얕은 물에도 그만 주저 앉아 버리게 된다. 물에 발을 담가 보기만 하면 금세 두려움이 사라지고 건널 방법이 보일텐데, 발을 담그지 않음으로써 더 눈 앞의 어려움이 심해처럼 어둡게 느껴지는 것이다. 

원치 않던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그제서야 이 일이 정말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나쁜 일인지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등 일의 성격을 재평가 하면서 대처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을 하거나 도움을 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일들이 일어나며 '감사'하는 마음 또한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어려움을 계기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하는 이야기들이 탄생한다. 실제 연구들에 의하면 많은 스트레스 후 성장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나의 코로나 경험기가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힘들지 않았던 것이나 나의 지인이 일련의 어려움을 통해 감사함을 느꼈던 것 또한, 어려움을 직면하고 재평가 하고 대처하고 관계를 돈독히 쌓아가며 감사함을 느끼는 흔한 성장 과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과 식물의 공통점은 빛을 향해 자라나는 것이라는 말처럼, 어둠이 드리워져도 우리는 새어 나오는 빛을 찾아 자라나기 마련인가보다. 

어려움은 삶의 도처에서 나타나며 매 순간 우리와 함께 한다. 하지만 우리 마음은 빛을 찾아 자라나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도록 하자. 

※참고자료
Jayawickreme, E., Infurna, F. J., Alajak, K., Blackie, L. E., Chopik, W. J., Chung, J. M., ... & Zonneveld, R. (2021). Post‐traumatic growth as positive personality change: Challenges, opportunities, and recommendations. Journal of personality, 89(1), 145-165.

※필자소개

박진영 《열등감을 묻는 십대에게》,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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