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韓 따라 잡으려다 가랑이 찢어진 '뱁새' 日 JOLED..낮은 수율로 시장 신뢰 치명타

윤진우 기자 2022. 8.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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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별화 '잉크젯 프린팅' 수율 확보 실패
수 년째 영업손실에 투자비 상환 부담
렉서스와 진행한 車 OLED 개발도 무산
당장 회복 불가능, 中 업체가 기술 흡수 가능성
일본 JOLED 로고. /JOLED 제공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꼽히는 JOLED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 시장 선두업체인 삼성·LG디스플레이를 추격하기 위해 내놓은 잉크젯 프린팅 방식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낮은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로 수익성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조원에 달하는 시설 투자 비용도 경영 정상화를 막고 있다.

6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JOLED는 수 년째 이어오고 있는 영업손실에 시설 투자 비용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부터 사실상의 파산 상태에 빠졌다. 주력으로 밀고 있는 32인치 이하 모니터용 중형 OLED 패널은 낮은 수율로 양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본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와 4년간 진행한 자동차용 10인치 OLED 개발은 지난해 실패로 끝났다. 중국 인터넷 언론 소후닷컴은 “세계 최대 잉크젯 OLED 공장을 보유 중인 JOLED가 금융 위기에 빠져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라며 “모니터용 OLED는 낮은 수율로 고객사 납품 주기를 맞출 수 없고, 렉서스와의 자동차용 OLED 프로젝트도 진행 지연으로 결국 무산된 게 원인이다”라고 최근 보도했다.

JOLED가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만든 4K 해상도 모니터용 OLED 모습. /JOLED 제공

JOLED는 OLED 시장을 선점한 한국 기업을 추격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소니, 재팬디스플레이(JDI),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과 민관공동투자펀드(INCJ)가 합작해 만든 법인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와의 기술 차별을 위해 OLED 소자를 진공 상태에서 뿌려 입히는 증착 방식이 아닌 잉크젯 프린터처럼 인쇄하는 슈퍼 하이브리드 프린팅 방식을 개발했다.

JOLED가 개발한 슈퍼 하이브리드 프린팅 기술은 OLED 소자 중 녹색(G)과 적색(R)은 잉크젯으로 프린팅하고 청색(B)은 증착하는 방식이다. 청색 OLED 소자는 녹색과 적색에 비해 더 밝은 빛을 내지만, 수명이 짧아 잉크젯이 아닌 증착을 통해 소자를 두껍게 쌓는 것이다.

잉크젯 프린팅은 기판에 OLED 소자를 직접 인쇄하기 때문에 삼성·LG디스플레이의 증착 방식과 비교해 공정이 간편하고 소자를 절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증착 방식 OLED 패널 대비 20~30% 저렴하게 같은 품질의 OLED 패널을 잉크젯으로 만들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도입한 잉크젯 프린팅 OLED 개념도.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다만 증착 방식보다 OLED 소자를 전체 기판에 균일하게 입히는 게 더 까다롭다. 인쇄 노즐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삼성·LG디스플레이가 여전히 증착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다. 또 기판의 크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JOLED는 비교적 작은 원판인 5.5세대(1300×1500㎜)에 잉크젯 프린팅을 적용 중이다. 6세대(1500×1800㎜) 원판이 주력인 삼성·LG디스플레이 대비 생산성이 30% 떨어진다.

명확한 한계가 있음에도 JOLED는 연구개발(R&D)를 거쳐 지난 2018년부터 모니터용 OLED 패널을 잉크젯 프린팅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JOLED의 모니터용 OLED는 LG전자와 에이수스, 뷰소닉 등에 납품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5월 출시한 32인치 OLED 모니터에도 JOLED의 패널이 사용됐다.

JOLED는 지난 2020년부터는 자동차용 OLED 패널도 양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자금력 부족 등으로 계획은 1년 연기됐다. 그해 6월 중국 TCL이 JOLED 지분 10.76%를 300억엔(약 295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재정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극복했지만, 다시 1년 만에 파산 위기에 처했다. OLED 패널 수율이 예상을 밑돌면서 생산성이 개선되지 못한 탓이다.

일본 이시카와현에 있는 JOLED 5.5세대 생산라인 모습. /JOLED 제공

업계는 JOLED가 OLED 패널 양산 경험이 부족한 만큼 단기간에 수율을 끌어올려 경영을 정상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JOLED는 전체 생산능력이 제한되는 만큼 수율을 높이지 못하면 잉크젯 프린팅 방식의 저비용 이점을 살릴 수 없다”라며 “소량 주문은 물론이고 납품 주기도 맞출 수 없는 상태로 알고 있다”라고 했다.

오히려 JOLED 지분을 확보한 중국 TCL이 JOLED의 기술을 발판 삼아 잉크젯 프린팅 OLED 패널 양산에 나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 JOLED를 살리는 대신 TCL이 핵심 기술을 흡수해 OLED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인 CSOT(차이나스타)는 지난해 11월 JOLED와 공동 개발한 TV용 65인치 8K(7680×4320) OLED 패널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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