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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금리인하 수용률만 따져선 억울"..'그럼 뭣이 중한디?'

류정현 기자 입력 2022. 08. 06. 08:30 수정 2022. 08. 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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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갑니다. 물건을 살 때마다 상점 주인과 가격 흥정이 이뤄집니다. 제값을 받으려는 주인과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는 어머니 사이에 불꽃이 튑니다.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사 창구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흥정은 좀 더 체계적으로 이뤄지는데요. '금리인하 요구권'을 통해서입니다. 대출을 받을 때보다 지금 신용 상태가 더 나으면 그에 맞는 수준으로 이자를 깎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격차 큰 카드사별 금리인하 수용률…"접수 많이 하면 불리" 항변도
금융권에서는 이번 주 금리인하 요구권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금융사들의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을 공개해선데요. 쉽게 말하면 고객 10명이 금리인하를 요구했을 때 해당 금융사가 이를 얼마나 받아들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논란은 카드사별 수용률이 천차만별인 데서 발생했습니다. 당연히 어떤 회사는 높고 어떤 회사는 낮을 텐데요. 수치가 높게 나온 우리카드(85%)와 KB국민카드(80.5%)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겁니다. 반면 수용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신한카드(48.5%), 현대카드(47.1%), 하나카드(46%)는 울상을 지었을 겁니다.
 

저조한 성적표가 드러난 카드사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접수건수가 많을수록 분모가 늘어 수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해명이 대표적인데요. 카드사가 홍보를 다양하게 했거나 신청을 적극적으로 받아줘 접수한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수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 비대면으로 신청이 가능하게 하는 등 신청 절차를 편하게 만들면 그만큼 요청 건수도 많아진다고 설명도 있습니다. 결국 당장 실적을 올려야 하는 카드사 입장에서 수용률에만 관심이 쏠리면 수용건수를 늘리기보다 신청을 까다롭게 만들거나 홍보를 줄여 수용률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회사별로 접수건수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른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문의만 하는 경우도 금리인하 요구권 접수로 포함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신청서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는 회사도 있습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상담만 이뤄져도 접수됐다고 보는 곳도 있는 등 기준이 제각각이었다"며 "그 때문에 지금 나오는 수용률이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요약하면 카드사의 금리인하 요구권 성적표를 수용률 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수용률과 같은 상대적 지표뿐 아니라 실제 수용건수와 같은 절대적 지표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죠.

수용률은 죄가 없다…"통계 기준 정교하게 다듬어야" 
카드사들의 하소연, 이해가 갑니다. 마냥 틀린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고개가 끄덕여지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카드사들이 항변한 접수건수 왜곡을 줄이거나 접수 기준을 통일해 수용률 혼선을 줄이는 게 어떨까요. 수용률이야말로 금융소비자의 금리인하 요구가 얼마나 받아들여지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직관적인 지표니까요.

그런데 과연 카드사들은 수용률 산출 기준이 표준화되는 것을 바랄까요. 기준이 표준화되더라도 회사마다의 심사 체계에 따라 수용률은 갈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면 어떤 회사는 높을 테고 또 다른 회사는 낮을 텐데요. 이러한 수치가 공시된다면 수용률이 낮은 카드사의 상품을 이용한 소비자는 갈아탈 유인이 생기지 않을까요.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시가 되면) 소비자들은 수용률에 당연히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며 "수용률이 높은 금융회사를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다"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이번 소동의 원인은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데 있습니다. 모든 금융사가 표준화된 기준으로 금리인하 신청을 접수하고 집계했다면 이런 볼멘소리도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지난 2002년 각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도입했고 지난 2019년 12월 법적 권리로 인정받았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도입 이후 20년 간, 법제화 이후에도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큰 개선 없이 사각지대에 머물렀던 셈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이런 점을 보완해 통일된 통계 산출기준과 공통의 신청요건 표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곧 나올 공시에는 해당 기준이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8개월 넘는 숙고를 거쳐 나오는 셈인 만큼 금융사들을 만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방안이 되지 않을까 미뤄 짐작해 봅니다.

김대종 교수는 "금리인하 요구권 운영 실적 공시를 통해 소비자 후생이 더 올라가게 됐다"며 "소비자는 더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고 금융사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도가 손질돼 앞으로 수용률 공시가 제대로 이뤄지면 이번 같은 하소연 대신 개선을 위한 반성이 앞서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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