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도 반할 '오래된 숲'..세월 이기는 나무들 이야기 들어볼까[주말엔]

강현석 기자 2022. 8. 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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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소덕동 팽나무’ 이야기 이후 ‘오래된 숲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고향 마을 입구 늠름한 팽나무와 느티나무는 한여름 당당하다. 세월을 이기고 서 있는 수백 년 된 나무들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찬찬히 걸으며 귀를 기울이면 나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문화재청은 ‘소덕동 팽나무’로 알려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의 ‘팽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6일 전라남도에 따르면 전남 함평군 대동면 향교리에는 느티나무, 팽나무, 개서어나무숲이 있다. 1962년 천연기념물 제108호로 지정된 이 숲에는 느티나무, 팽나무, 개서어나무 숲이 ‘줄 나무’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줄 나무는 길가나 도로변에 줄처럼 길게 심어져 가로수 역할을 하는 나무들을 말한다. 한국에서 줄 나무 군락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은 함평 향교리와 무안 청천리, 두 곳 뿐이다.

향교리 줄 나무 군락 면적은 1만4917㎡에 달한다. 이 곳에는 팽나무 10그루, 느티나무 15그루, 개서어나무 52그루와 푸조나무, 곰솔나무, 회화나무도 있다. 나무들의 나이는 대략 350살쯤으로 추정되고 있다. 향교리 느티나무, 팽나무, 개서어나무숲은 향교 유림이 주축이 되어 조성해‘향교 숲길’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이 곳은 주변이 넓은 벌판이고 서해와도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등 환경적 여건으로 볼 때 강한 바닷바람으로부터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방풍림의 기능을 하고 있다. 이 숲은 입소문이 나면서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선조들이 자연을 이겨낸 지혜가 담겨 있는 매우 중요한 문화적 자료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변에 만든 화순 ‘연둔리 숲정이’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든 전남 화군 동복면 연둔리 숲정이. 화순군 제공

‘숲정이’는 마을 근처의 숲을 가리키는 우리말이다. 전남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 동복천 변에는 1600년 전에 마을이 들어섰다. 주민들은 물을 다스리기 위해 둔동보를 만들었는데 혹시 보가 감당하지 못한 물로 마을이 피해를 볼까 염려해 인공림(人工林)을 만들었다.

강물이 범람해 마을을 덮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방수림(防水林)일 조성한 것이다. 섬마을이나 바닷가마을에 거친 바람을 막아 마을을 보호하는 방품림이 있듯 육지 강변마을엔 방수림이 있다.

1㎞ 남짓 이어진 연둔리 숲정이엔 227그루의 나무가 어울려 살고 있다. 주로 느티나무, 서어나무, 검팽나무, 왕버들나무다. 나이 많은 나무는 수령 200년을 웃돌고, 젊은 나무는 50년 안팎의 세월을 이기고 있다.

주민들은 숲정이에 어울리는 종을 골라 요즘도 때때로 나무를 심고 있다. 나무는 이렇게 한 세대를 또 이어간다.

‘앞으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도초도’ 팽나무길
전국 각지에서 온 팽나무 716그루가 서 있는 전남 신안 도초도 팽나무길.

‘앞으로 읽어도 우영우,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처럼 신안군 도초도도 ‘앞으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도초도’다.

도초도에는 2020년 도시숲 분야 대상을 수상한 명품 팽나무 716그루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팽나무 10리길’이 있다. ‘팽’ 당할 처지의 나무들이 모여 명품 숲을 이뤘다. 도초도 팽나무는 전국 각지의 산과 강에서 살다 바다를 건너왔다. 나무마다 출신 지역을 적은 팻말이 걸려 있다. 멀게는 충남 홍성과 경남 진주에서 온 나무도 있고, 고흥, 해남. 장흥 등 전남 해안 지역이 고향인 나무도 있다.

팽나무 숲길 조성은 2020년 시작했다. 군에서 오래된 팽나무를 모은다는 소문이 퍼지자 직접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신안군에는 도초도 팽나무10리길 뿐만 아니라 14개 읍면 곳곳에 수령 300년 이상 된 팽나무 96그루(전라남도 지정 보호수)가 잘 보존돼 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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