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방귀를 줄여야 한다

김규원 기자 입력 2022. 8. 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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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비긴]축산업 규모 줄이고 채식하면 온실가스 70%까지
감축할 수 있어
지나친 육식과 축산은 현재 인류가 당면한 과제인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준다. 2022년 7월17일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 배핀만(灣)으로 쏟아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소가 일으키는 탄소의 양이 자동차에 맞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소의 방귀나 트림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소고기를 적게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주장은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2021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세단 승용차는 현대자동차 그랜저(1위)와 아반떼(2위)다. 그랜저와 아반떼의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각각 평균 162g, 116g이다. 그런데 2021년 한국 승용차의 평균 주행거리는 1만4454㎞이다. 따라서 그랜저와 아반떼의 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각각 2342㎏, 1677㎏ 정도다.

소 한 마리가 아반떼 수준의 탄소배출

그런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제시한 북미산 어른소 한 마리의 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00㎏이다. 다시 말해 소 한 마리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아반떼와 비슷하고, 그랜저보다 조금 적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를 완화하려면 축산 부문의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축산은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등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를 보면 온실가스 배출 분야 가운데 축산이 18%로 가장 비중이 컸다. 그다음으로 산업 16%, 교통 14%, 에너지 13%, 농업 10%, 주택 10%였다. 특히 축산은 온실가스 중에서도 악영향이 큰 메탄의 30~37%, 아산화질소의 64%를 배출한다.

온실가스 외에도 축산업의 악영향은 숲 파괴, 흙과 물 오염, 물 부족. 식량 부족 등 많은 영역에 걸쳐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아마존 숲은 수만 년 동안 탄소 흡수원이었는데 점점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매년 1.1만㎢(남한 면적의 11%)가 농지로 개간되기 때문이다. 농지 대부분은 가축 사료용 콩이나 옥수수를 재배하기 위한 것이다.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소장은 “축산이 생산이 쉽고 이익이 많이 남다보니 아마존 같은 숲을 파괴해 가축 사료작물을 심고 있다. 이 이윤은 다국적기업이 대부분 가져가고, 피해는 전세계 사람이 함께 본다”고 말했다.

경작지에 뿌려지는 비료와 분뇨로 인한 흙과 물의 오염도 심각하다. 세계적으로 부영양화 원인의 78%가 농업이고, 농업 가운데 57%가 축산에서 비롯한다.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질소비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도 가축 사료용 곡물 농지다. 특히 이렇게 논밭에 들어간 지나친 영양물질은 비가 오면 강과 호수로 옮겨져 녹조 등을 일으키며, 지하수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숲 파괴, 흙과 물 오염, 식량 부족

미래에 역시 중대한 문제가 될 물 부족 사태에도 축산은 부정적이다. 농축산물 1t을 생산하는 데 드는 물의 양을 비교해보면 소가 1만6730㎥로 압도적으로 1위다. 또 돼지가 5500㎥, 치즈 5300㎥, 가금(닭·오리) 3800㎥, 달걀 3500㎥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곡물은 쌀과 콩이 2500㎥, 밀 1400㎥, 옥수수 1천㎥였고 우유 740㎥, 감자 130㎥였다. 곡물이 물을 훨씬 적게 쓴다.

또 하나는 식량 부족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기르는 소는 16억 마리, 돼지와 양은 각각 10억 마리 남짓, 닭은 200억 마리에 이른다. 이들 가축에게 먹이기 위해 인간이 생산하는 곡물의 37%가 사용된다. 그런데 2021년에도 세계 인구의 10.5%인 8억2800만 명이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박일진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업분과 위원(아이쿱생협 건강한 사료 대표이사)은 “인간이 생산하는 식량이 적절히 분배되지 않고, 부자들의 육식을 위해 가축에게 너무 많이 간다. 육식은 식량 불평등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기 먹는 양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2019년 한국인의 육류 소비량은 1년에 64.3㎏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평균과 같고, 유럽연합(EU)의 65㎏과 비슷하다. 한국인의 육류 소비량은 미국인(92.8㎏)보다는 적지만 영국인(38.9㎏)의 1.7배에 이른다. 1980년의 11.3㎏보다 5.7배나 늘어났다.

고기를 줄이거나 채식하면 온실가스 감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FAO는 식품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2007년 76억t이며, 2050년 온실가스는 114억t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세계인이 건강식 가이드라인을 지키면 온실가스를 81억t으로, 달걀·우유 먹는 채식(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을 하면 42억t으로, 완전 채식(비건)을 하면 34억t으로 줄일 수 있다. 채식만으로도 70%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이근행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은 “고기 먹는 양을 지금의 절반 수준(1년 25~30㎏)으로 줄여야 한다. 그래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모범 식단은 통곡물과 채소, 과일

이에 따라 먹거리 전환과 관련해 많은 제안이 나왔다. 가장 유명한 것은 2019년 세계 16개국의 전문가 37명이 참여해 만든 ‘인류세의 음식’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지구 건강 음식’이라는 하루 모범 식단을 제시했다. 식단은 통곡물(232g)과 채소(300g), 과일(200g), 유제품(250g) 중심이다. 소고기와 양고기, 돼지고기 등은 14g, 가금(닭·오리) 29g, 달걀 13g, 생선 28g 등으로 최소화했다.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전남대 명예교수)는 “학교나 기업에서 채식선택권을 주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모두에게 채식을 제공해야 한다. 채식만으로도 건강을 지키고, 의료비나 기후위기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채식은 탄소배출을 줄일 뿐 아니라 땅이나 숲을 회복해 탄소흡수를 늘린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참고 문헌

박일진,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환경친화적 축산업의 과제’, 2022

윤지로, <탄소로운 식탁>, 세종, 2022

조길예, ’국제사회에서 축산업이 기후환경에 미치는 영향’,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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