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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새벽이에게도 새로운 새벽을

한겨레21 입력 2022. 08. 0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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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비긴]3년 전 활동가들이 종돈장에서 구해낸 새벽이, '훔쳐온 돼지' 새벽이는 '새벽이생추어리'에서 3살 생일 맞아
3살 생일을 맞은 새벽이가 생일상에 놓은 감자케이크를 먹고 있다. 김소민

2022년 7월8일 밤 10시, 세 사람이 ‘새벽이생추어리’에 모였다. 이튿날은 한국에서 처음 공개 구조된 돼지 ‘새벽이’의 세 번째 생일이다. 이들은 그 새벽을 새벽이와 함께 맞을 예정이다. 산책(활동명)은 새벽이에게 줄 블루베리, 복숭아 따위를 싸왔다. 그는 1년간 매주 한 번씩 새벽이를 돌본 ‘보듬이’다. 생추어리에서는 일방적 시혜를 내포한 자원봉사자라는 말 대신 ‘보듬이’라 부른다. 그는 아직도 새벽이가 무섭다. 입 양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엄니를 보면 겁난다. 새벽이는 배를 긁어달라고 하다가도 기분이 상하면 입질할 것처럼 위협했다. 그런데 산책은 이 관계가 좋다. 그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이곳에서 비인간 동물과 관계 맺고 있다. “새벽이를 존중하며 눈빛이나 표정을 살피게 돼요.”

DxE 활동가가 종돈장에서 생후 2주 된 새벽이를 구조하는 모습. DxE 제공

폭력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새벽이에게로

산책은 일주일에 한 번은 삼겹살을 먹던 사람이었다. 돼지고기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지 않았다. 3년 전, 한승태 작가가 종돈장, 육계농장 등에서 일하고 쓴 책 <고기로 태어나서>에 등장하는 엄마돼지를 만나고 “인생이 바뀌었다”. 엄마돼지들은 몸을 돌릴 수도 없는 스톨(번식틀)에 갇혀 강제임신과 강제출산을 반복하다 사산율이 높아지면 도축됐다.

50살인 산책은 중학생 아들을 키운다. 그는 1년 동안 도살장을 찾아다니며 목격자가 되는 ‘비질’(Vigil)을 했다. “거기(도살장) 가면 안 변할 수 없어요. 아우슈비츠가 따로 없어요. 그걸 보고 집에 오면 가족들이 치킨을 뜯고 있어요. 미칠 거 같아요. 무서운 건, 그렇게 충격받아도 몇 번 가지 않으면 그 폭력을 잊고 기존 관습에 휩쓸려버린다는 거예요. 너무 쉽게. 그러지 않으려고 새벽이에게 와요.”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돼지로서 세 살까지 살아낸 새벽이는 그 존재만으로, 인간이 다른 새벽이들에게 무엇을 빼앗았는지 증언한다.

새벽이생추어리의 시작은 도살장이다. 2019년 4월, 노무사 2차 시험을 앞둔 은영(동물해방공동체 직접행동 DxE(Direct Action Everywhere) 활동가)은 태어나 처음 도살장 앞에 섰다. 쓰레기와 철골이 쌓인 산업단지였다. 도살장은 여느 공장 같았다. 운송트럭들이 들고 났다. 처음에 그는 ‘그것’이 돼지인 줄 몰랐다. 트럭에 움직일 수 없도록 빽빽하게 적재돼 있었다. 그 압축된 몸들에서 소리가 났다. 똥오줌을 뒤집어쓰고 상처와 염증으로 부풀어오른 몸이 보였다. 스프레이로 상품 가치를 나타내는 표식이 휘갈겨져 있었다. 그날 그 도살장에서만 돼지 2천 명(마리 대신에 목숨이라는 뜻의 ‘명’(命)을 사용한다)이 죽는다고 했다. 도살장은 곧바로 도소매업장으로 이어졌다. 갓 잡은 돼지 피부를 벗겨냈다. 바닥에 피고름이 흥건했다. 은영의 운동화는 피투성이가 됐다. 그 핏빛 운동화로 다시 밟은 도시는 깔끔했다. 식당엔 해맑게 웃는 아기돼지 사진이 붙어 있다. “너무 낯설고 이상했어요. 사람들이 이걸 아무도 모른다는 게. 이 체제에 대한 분노가 엄청 강해졌어요. 사람들을 속이고 있으니까요. 이건 누가 봐도 잘못된 거니까, 알기만 하면, 마주만 보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은영은 매주 도살장 앞에 섰다. 두 살 정도 되는 얼룩소를 잊지 못한다. 반복된 착유로 피골이 상접했다. 인간이 우유를 짜내려고 강제로 임신, 출산시킨 몸에선 칼슘이 다 빠져나갔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다우너’는 도축한다. 그 ‘다우너’ 얼룩소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은영에게 다가와 은영이 뻗은 손에 이마를 포갰다. 트럭이 움직였다.

은영은 주저앉아 맨손으로 바닥을 치며 울었다. “저에게 분명한 뭔가를 말하고 있었어요.” 은영은 그 소에게서 가정폭력 피해자였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남존여비 질서가 지배하는 집에서 그는 “비천한 존재”였다. “저는 인간으로 도살장 안에 끌려 들어가지 않고 그 앞에 서 있지만, 여기에 온 동물들과 제가 본질적으로 같다고 여겨졌어요. 그때 누군가 같이 싸워주길 감히 바라지도 못했지만 누군가 싸워줬다면 엄청나게 달랐을 거 같거든요. 그럼 이제는 내가 나서면 되겠다, 얼마나 힘이 될까. 경계를 적극적으로 허무는 게 변화의 시작이라는 자각을 도살장 앞에서 많이 했어요.”

경계의 붕괴를 섬나리(DxE 코리아 활동가)도 도살장 앞에서 경험했다. “폭력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그지만 이전엔 동물권운동은 부차적이라고 생각했다. “영상이나 책으로 보는 거랑은 달라요. 눈빛이 마주치거든요. 그 애들이 지금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져요. 만나고 나면 내 존재가 이상하게 느껴져요. 왜 똑같은 동물인데 나는 편하게 살고 얘들은 이렇게 죽으러 가는 게 당연한가.” 그는 2019년 4월 첫 비질을 가기 일주일 전 세월호 선체를 봤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그는 스무 살이었다. “비명을 질러도 들리지 않는 그 도살장 앞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세월호 모습과 겹치더라고요. 이렇게 무시되는 비명이 많구나.”

종돈장의 스톨에 갇힌 엄마돼지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DxE 제공

도살장과 ‘가만히 있으라’

그들은 그 들리지 않는 비명의 목격자였다.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위협이 됐는지 비질에 나설 때마다 도살장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다. 직면하면 바뀔 거라는 은영의 말은 맞았다. 목격자는 늘었다. 2019년부터 비질을 멈춘 2022년 초까지 1500명이 목격했다.

2019년 10월4일 ‘세계 동물의 날’에 활동가 네 명이 팔을 결박하고 도계장 앞 바닥에 누웠다. 짐짝처럼 실린 닭들은 4시간을 더 살았다. 업무방해 혐의로 활동가 네 명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이 떨어졌다. 2020년 7월16일 재판이 열린 수원지방법원 형사법정 303호에서 기소된 활동가들은 비질로 목격한 폭력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틀었다. 울음바다가 됐다. 그 법정에 앉아 미래에 ‘새벽이생추어리’의 보듬이가 될 산책도 울었고, 목격자가 되기로 했다.

첫 비질을 하고 석 달 뒤 섬나리, 은영, 향기 등은 ‘농장 침입’과 ‘절도’를 공모했다. 도살장에서 죽어간 존재들이 누려야 했던 ‘고기 아닌 삶’의 가능성을 보여줄 존재를 구조하기로 했다. 2019년 7월 새벽, ‘친환경 우수’하다는 종돈장 앞에 섰다. 숲으로 둘러싸인 목가적 풍경 속에 종돈장이 있었다. 분만사를 찾아 문을 열었다. 악취와 함께 지옥도가 펼쳐졌다. “눈동자들, 눈동자가 너무 많은 거예요. 스톨에 갇힌 엄마돼지와 아기돼지들이 일제히 저를 쳐다봤어요.”(은영) “한밤중인데 불이 다 켜져 있었어요. 밤낮 구분 없이 돼지들 살을 찌우려고 노란 조명을 켜놔요. 공상과학영화 속에 들어온 거 같았어요.”(섬나리)

꼬리와 이빨을 잘리고 고환을 뜯기고

스톨에 갇힌 엄마돼지들은 고개만 살짝 돌릴 수 있었다. 그 옆 모돈 현황판엔 이들이 언제부터 몇 명의 아이를 낳았고 얼마나 유산했는지 적혀 있었다. ‘도태’, 어떤 엄마돼지 몸에 스프레이로 쓰여 있었다. 향기는 생후 2주 된 새벽이를 안았다. 현황판을 보니, 새벽이는 태어나자마자 꼬리와 이빨을 잘렸다. 고환을 뜯겼다. 다리를 쓰지 못해 바닥에 엎드린 아기돼지도 안았다. 이 돼지가 새벽이와 함께 구조된 ‘노을이’다.

책 <고기로 태어나서>를 보면, 빨리 살이 오르지 못하거나 다친 아기돼지들은 사룟값을 아끼려고 패대기쳐 죽인다. 육질이 맛있으라고 고환을 뜯어낸다. 그냥 손으로 뜯어낸다. 좁은 공간에 밀어 넣어진 돼지들이 서로를 물어뜯지 못하도록 아기돼지들 입을 강제로 벌려 니퍼로 이를 잘라낸다. “비명을 고통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작업을 할 수 없었다.”(<고기로 태어나서>) 사산된 아기돼지들이 쌓여 있었다. ‘별이’는 그중 하나였다. 엄마돼지가 몸을 돌려 태아막을 수습할 수 없어 아기돼지들이 질식사하기도 했다. 별이 엄마는 사산의 고통 탓에 서 있지도 못했고 살아남은 아기돼지 두 명이 그 젖을 빨았다. 엄마돼지 옆에는 항생제, 분만유도제 등 온갖 약품이 즐비했다.

활동가들은 노을이, 별이, 새벽이를 안고 분만사를 나왔다. 노을이는 아파서 말이 없었고 새벽이는 소리를 지르며 발로 찼다. 종돈장엔 구조되지 못한 돼지 5천 명이 남아 있었다. “엄마돼지를 구하지 못해 끔찍했어요. 죄책감이 들었어요.”(은영) 농장주는 그들을 신고하지 않았다. 새벽이, 노을이, 별이는 어차피 패대기쳐 죽일 상품 가치가 없는 돼지들이었다. 활동가들은 앞으로도 ‘업무방해’ ‘절도’ ‘무단침입’ 할 결심이 서 있다. “그 업무 자체가 불법이니까요. 공개 구조가 불법이라고 하는 사회가 저희를 가두면 더 많은 활동가가 조직될 거예요. 결국 딜레마에 빠지는 건 축산업이지 저희가 아니에요.”(은영)

별이의 장례식은 2019년 8월 첫 주에 열렸다. 화장한 별이의 유골을 들고 활동가들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를 방문한 뒤 서울 서초구 양재 시민의숲으로 향했다. 비가 내렸다. 별이의 분골을 흙에 뿌리고 국화꽃을 놓았다. 공원 관리자가 ‘쓰레기’ 무단투기로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아픈 노을이는 곧 알 수 없는 이유로 숨졌다. 새벽이를 맡기로 한 곳을 믿을 수 없게 됐다.

새벽이와 함께 구조된 별이의 장례식 모습. DxE 제공

새벽이는 아무거나 먹는 돼지다?

새벽이는 향기 집에서 무섭게 자랐다. 원래 갈색이어야 할 돼지의 피부는 분홍색으로 품종 개변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새벽이는 곰팡이성 피부염을 앓았다. 그가 새벽이답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농장 근처는 안 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면 돼지들은 ‘예방 전략’으로 살처분된다. 도심 외곽에서 도살장과 농장을 피하려니 땅을 찾는 데 애먹었다.

활동가들이 발품을 팔아 어렵게 얻은 땅, 한국의 첫 생크추어리가 들어설 곳을 파보니 쓰레기 밭이었다. 돈 못 버는 노동인데 사람들이 모였다. 활동가 향기는 새벽이의 입장에서 보기 위해 그 땅에 네 발로 서보았다. 2020년 5월 생크추어리에 입주한 첫날, 새벽이는 진흙목욕을 했다. 2021년 2월엔 실험용이었다 안락사당할 뻔한 것으로 추정되는 잔디도 입주했다.

돌봄은 반복 노동이다. 이 노동의 동력은 돈이 아니라 사랑이다. ‘새생이’라 부르는 생크추어리 활동가뿐 아니라 보듬이들이 돌봄의 책임을 나눠지고 있다. 하루에 두 번, 그들이 가지 않으면 새벽이와 잔디는 굶는다. 활동가들은 외국 생크추어리 자료를 찾아 식단을 짰다. 돼지는 아무거나 먹는다? 새벽이는 찐감자를 좋아하고 체리나 케일은 위험하다. 돼지는 더럽다? 새벽이는 자기 맘에 드는 진흙에서만 목욕하고 생활과 배변 공간을 스스로 분리한다. 돼지는 게으르다? 새벽이는 호기심이 많고, 산책을 좋아하며 재빠르다.

일주일에 세 번 생추어리에 가는 활동가 무모는 지난 겨울밤, 갑자기 새벽이와 잔디가 잘 자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밤길을 홀로 걸었다. “새벽이가 잘 때 보니 발바닥이 갈라져 있더라고요. 하루에 두 번 약을 발라줘야 했어요. 새벽이가 발은 잘 안 보여주니까 잘 때 가서 발라야 해요.” 그 겨울, 그는 잔디와 함께 생추어리에서 자기도 했다. “잔디가 추위를 잘 타는데 얼마나 추울까 체감해보려고요.”

지치지 않을까? 새벽이생추어리 활동가 누리가 새벽이 사진을 올리면 “맛있겠다”는 악플이 달리기도 한다. “새벽이 생일을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제 곁에 많잖아요. 축산업의 심각성을 일상에서는 잊어버리게 되는데 새벽이, 잔디를 만나면 더 열심히 뭔가를 계속하게 돼요.”(누리) 새벽이가 찐감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감자를 쪄서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다른 새벽이들에게 먹였다.

당신은 이 사회에서 ‘상품’이 아니라 확신하나?

2022년 7월9일 새벽이 세 번째 생일날, 산책은 새벽 5시에 깼다. 다른 보듬이 두 명과 함께 찐감자를 으깨 케이크를 만들었다. 그 위에 블루베리로 숫자 3을 썼다. 작가인 그는 새벽이를 위한 시도 썼다. 새벽이는 찐감자 케이크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산책은 생추어리에 오는 것이 “나만의 사치”라고 했다. “현실에선 만날 ‘돈돈돈’ 하고 자본주의가 심어준 욕심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잖아요. 자연에서 살다 자연으로 가는 새벽이를 보면, 무해하게 살고 싶어져요.”

동물권 활동가들은 새벽이를 돕고 있는 게 아니다. 새벽이와 함께 싸우고 있다. 책 <고기로 태어나서>를 보면, 축산농장에서 노동을 감당하는 사람들은 대개 “월 150만원을 받고 농장에 마련된 컨테이너에 사는 캄보디아, 중국, 베트남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다. ‘물건’으로 다뤄지는 건 비인간 동물뿐일까? 당신은 이 사회에서 ‘상품’이 아니라 확신할 수 있나? 동물의 위치로 이동한 활동가들은 곳곳에서 연대한다. 장애인운동에선 장애인으로, 여성운동에선 여성으로 위치를 이동한다. 너의 해방이 곧 나의 해방이니까. “인간이 동물이니 동물해방에 인간해방도 포함되는 거죠. 이 사회에서 사람들도 고통받으며 버텨내고 있어요. 저는 이 운동이 공장식 농장 철폐만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끝내자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용기 내어 하나둘 선을 넘으면 변화할 거예요.”(섬나리)

김소민 자유기고가·<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저자

참고 문헌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향기·은영·섬나리 지음, 호밀밭 펴냄, 2021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지음, 시대의창 펴냄, 2018
동물해방공동체 직접행동(DxE-Korea) https://linktr.ee/dxekorea
새벽이생추어리 https://blog.naver.com/dawnsanctuarykr

구조 영상

https://youtu.be/5PR3JCnJZ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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