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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열대야 기승..사망 치솟는 지금보다 두 배 더운 재앙 온다

강찬수 입력 2022. 08. 06. 11:00 수정 2022. 08. 0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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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열대야를 피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무더위가 기세를 올리고 있는 요즘 더위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26일 이후 11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한낮 폭염에 대해서는 일사병·열사병 걱정을 많이 하지만, 어두워진 후에도 식지 않는 밤 열기가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은 지나치기 쉽다.

밤 기온이 높으면 심부 체온이 낮아지지 않아 정상적인 잠을 자기 어렵다. 수면 부족은 면역체계 손상, 심혈관 질환 증가, 만성 질환, 전신 염증, 인지 능력 손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21세기 말까지 야간 더위에 노출되는 총인구가 북반구에서 2010년대에 비해 4~8배 증가할 것이란 예상도 있고 보면 더운 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동아시아 한·중·일 세 나라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지금보다 더 더워진다면 21세기 말에는 더운 밤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중국 상하이 푸단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은 5일 '랜싯 지구 보건(Lancet Planet Health)'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한·중·일 3국의 28개 도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1세기 말에는 더운 밤 기온이 사망에 미치는 기여율이 6.3%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도 논문 제2 저자로 연구에 참여했다.


서울 등 국내 7개 도시도 분석


서울 지역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어서는 등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나타난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열대야를 이겨내고 있다. 뉴스1
연구팀이 분석을 한 28개 도시. 한국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7개 도시가 포함됐다. [자료: Lancet Planet Health, 2022]
연구팀은 서울 등 한국의 7대 도시와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 28개 도시를 대상으로 1981~2021년 사이 사망률 자료를 분석했다.

도시별로 5~9월에 밤 더위 강도를 나타내는 야간 초과 기온(Hot Night Excess, HNE)도 산출했다. 하루 최저 기온을 높은 순서대로 나열해 상위 5%에 해당하는 온도를 기준 온도로 삼고, 이보다 최저 기온이 높은 날을 골라 밤사이 시간대별 기온에서 기준 온도를 빼고, 이 차이를 누적한 것이 HNE 값이다.

이에 따라 논문에서 정의한 '더운 밤'과 보통 사용하는 열대야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열대야는 오전 9시까지 야간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할 때를 말한다.
논문에서 서울·대전의 경우 '더운 밤'을 정하는 최저기온 기준은 23.7℃, 부산·울산은 24.9℃, 대구 23.5℃, 인천·광주 24.1℃였다.

지난달 29일 오후 열대야를 피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물빛무대에서 열린 한강썸머뮤직피크닉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5개월 동안 더운 밤 발생 빈도는 서울·대전이 44.1%로 가장 많았고, 울산이 24.3%로 가장 낮았다. 5개월 평균 HNE는 서울이 6.8℃, 부산 6.4℃, 인천 6.3℃, 광주 6.2℃, 대전 6℃, 울산 5.8℃, 대구 5℃였다.

베이징과 도쿄의 기준온도는 각각 24.4℃와 25.1℃였고, 더운 밤 발생 빈도는 71.1%와 27%, 평균 HNE는 5.6℃와 5.4℃였다.

연구팀은 도시별로 HNE와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고, 이를 국가별 혹은 동아시아 전체로 확대했다. 사망은 최대 8일까지 지연돼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했다.

분석 결과, HNE와 사망률 위험 증가 사이에 관련성이 뚜렷했다. 날짜별로 구한 HNE 값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상위 1%인 날에는 상대 위험도가 나라별로 1.3~1.5였다. 덥지 않은 밤보다 더운 밤에는 높은 기온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30~50% 더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과 중국 북부처럼 연평균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는 더운 밤으로 인한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더운 밤 사망률 기여 6.3%로 늘어나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진 4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시내. 사진 속 높은 온도는 붉은색,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나타난다. 해가 진 다음에도 도심의 열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온실가스를 강하게 줄이는 사회경제적 공유 경로(SSP1-2.6)와 중간 수준으로 감축하는 경로(SSP2-4.5) 등 두 가지 시나리오를 기후모델에 적용했고, 미래의 HNE와 사망률을 전망했다.

기후 예측 모델 분석 결과,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현재(1980~2015년)와 비교해서 앞으로 40년 동안은 더운 밤의 발생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한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대 이후 더운 밤 증가 속도가 느려지다 정체됐다. 중간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대 이후에도 더운 밤이 지속해서 늘었다.

강한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더운 밤의 연간 빈도가 2090년대까지 최대 67.4%, 중간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75.6%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더운 날의 연평균 HNE 값을 보면, 강한 감축 시나리오 하에서는 2010년대 20.4°C에서 2090년대에는 31.7°C로, 중간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39·7°C로 상승할 전망이다.

HNE 증가로 인해 사망 기여율도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강한 감축 시나리오에서 HNE와 관련된 사망률의 기여 비율은 2090년대 4.2%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간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사망 기여 비율이 6.3%로 증가할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야간 초과기온과 일평균 기온 상승의 사망률 기여.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는 시나리오(SSP5-8.5)에서는 HNE로 인한 사망률 연간 기여 비율이 8.81%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야간 냉방 못하는 취약계층 고려해야


더운 날씨를 보인 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다. 연합뉴스
중간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더운 밤으로 인한 사망률 기여가 일평균기온 상승으로 인한 사망률 기여보다 1% 이상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강한 감축 시나리오에서도 HNE 사망 기여율이 일평균기온으로 인한 기여보다 더 클 것으로 예측됐다. 낮 기온 이상으로 밤 기온 상승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엄격히 규제하는 시나리오에서도 더운 밤의 빈도와 강도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90년대까지 더운 밤의 평균 강도는 거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질병 부담이 거의 6배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을 방문해 폭염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호 교수는 "폭염 경보 시스템을 설계할 때 야간의 더위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야간에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 열섬 효과 탓에 야간 열 노출 문제가 악화할 수도 있다는 점, 저소득층 거주자들은 냉방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 더운 밤에도 범죄 때문에 창문을 제대로 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붕이 받는 열을 차단하고 녹지 확충을 통해 도시의 열기가 밤에 잘 빠져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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