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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깜깜이' 대통령실 직원 명단, 우리만 비공개 왜?

전준홍 입력 2022. 08. 0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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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강기훈과 함께”라고 적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파장이 일었습니다. 이후 강 씨가 강경우파 정당인 '자유의새벽당' 출신이며, 현재 대통령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것이 밝혀지자 ‘사적채용’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대통령실의 이런 논란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의 아들, 김건희 여사의 지인, 권성동 여당 대표 대행의 지인까지. 여기에 김건희 여사와 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함께 다닌 전직 이벤트 대행회사 대표가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론 보도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번번이 채용 적합성 논란을 빚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공정하고 적법하게 채용했다면서, 채용 과정과 직위, 직책 등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직원 신분이 깜깜이 관행인 것을 두고,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대통령실 직원들의 신상은 국민들이 알아선 안 되는 비밀이여야 하는지, 주요 선진국들과 우리나라와의 차별점은 없는지 비교·분석해봤습니다.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하는건 위법?

<알고보니>팀은 지난달 21일, 현재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 행정관(3~5급 공무원)과 행정요원(6~9급 공무원)의 ‘이름·소속·직책·임명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왔는데, 사유를 밝혀왔습니다. 근거는 해당 정보가 대통령실 경호.보안, 인사관리,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이므로 비공개 대상이라는 겁니다. 이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 제5호, 제6호에 의거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 정보공개 청구 답변

해당 법령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국가안전보장, 통일, 외교관계 등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즉 ‘안보’와 관련된 내용일 경우 비공개 대상이라고 명시돼 있었습니다. 또 검사, 입찰 같은 업무의 공정성 훼손을 비공개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직원 신상이 밝혀질 경우, 이익단체 로비와 청탁, 유무형의 압력이 작용해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한 겁니다. 덧붙여 개인사생활 보호도 이유로 들었습니다. 다만 비서관급 이상 명단의 경우 국민의 알권리 등 공익이 우선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1급 이상은 어차피 ‘공직자윤리법’에 의해 수시 재산공개 대상입니다. 결국 비서관급 밑으로 근무하고 있는 약 300명의 대통령실 직원이 누구인지 확인할 길은 없는 셈입니다.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하면 '로비 창구' 된다?

정부의 다른 부처들은 어떨까요. 18개 중앙부처 가운데 안보와 직결된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는 직원 명단 전체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반면 나머지 15개 부처는 소속 공무원의 부서·성명·직급·담당업무·전화번호 등을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의 로비, 청탁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 부처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취재 과정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강성국 활동가는 “업무의 공정성은 공개를 통한 감시와 견제로 지켜야 할 원칙이지, 직원 명단을 숨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실) 공무원에게 익명성을 주어서 로비나 로비 압력으로부터 오히려 보호해주는 작용을 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미국 백악관-영국 총리실, 직원 명단·연봉 공개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주요 선진국들을 기준으로 확인해봤습니다. 먼저 미국의 백악관은 소속 직원의 이름과 부서, 직책, 채용 형태는 물론 심지어 연봉 액수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이 해마다 의회에 제출하는 직원 보고서(2022 Annual Report to Congress on White House Staff)에서 볼 수 있는데,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이트에 이 보고서가 매년 업로드됩니다. 미국의 이러한 관행은 1995년, 의회가 전 직원의 연봉을 공개하라고 백악관에 요구한 뒤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는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에게 공개됐습니다.

영국 또한 미국과 동일하게 총리실 소속 직원들의 이름, 부서, 연봉 등의 내용을 기재한 파일을 총리실 사이트에 올리고 있습니다. 해당 문서는 3~6개월 단위로 갱신되는데, 앞서 살펴본 미국보다 더 자주 정보가 공개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일도 연방정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연방총리청 조직도를 통해 직원의 이름과 성별, 담당 부서, 업무 내용을 세세하게 밝혀놓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2001년 총리부, 경제기획청, 오키나와개발청을 통합하여 내각부를 신설했습니다. 따라서 총리부가 포함된 내각부 직원들의 명단을 확인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내각부 간부 명단과 직책을 공개해놨는데, ‘내각정보조사실’ 같은 정보기관을 제외하고는 안보와 관련 없는 부서의 경우, 8개 직급 중 6급 직원의 이름과 직책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서구 국가들보다는 자세하지 않지만, 한국의 대통령실에선 1급 직원들까지만 명단이 공개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내보다 더 투명한 명단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주한일본대사관은 <알고보니>팀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총리실을 포함한 내각(관방)부에서 근무하는 과장급 이상의 직원의 이동에 관한 정보는 관보를 통해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 "보안, 대통령실 업무 특수성 고려"

지난 28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기훈 행정관이 어떻게 대통령실에 들어오게 됐는지’ 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부 방침에 따라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행정관과 행정요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여러 보안상 문제, 대통령실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달라”고 설명했습니다. <알고보니>가 정보공개 청구 과정에서 받은 비서실의 답변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해명입니다. 대통령실과 달리 국내 18개 중앙부처는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를 제외한 15개 부처의 직원 명단을 공개합니다. 이 중에는 로비, 청탁 가능성이 높은 경제 부처들도 포함됩니다. 업무의 공정성은 공개를 통한 감시와 견제로 지켜야 할 원칙이지, 직원 명단을 숨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직원 명단 숨기면 업무 공정해질까

물론 대통령실 직원 비공개 결정이 윤석열 정부에서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무원이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주권자이자 그들의 급여인 세금을 내는 국민의 알권리와 관계된 일입니다. 민주주의 성숙도, 국제적 추세에 비춰 이제는 풀 수 있는 규제는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글/구성 : 박호수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전준홍jjh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395659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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