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밀착형 치안 '성과'..예산·인사권 없어 독립은 '한계' [심층기획]
지방분권 강화·경찰권 분산 목표로 출범
1인가구 안전망·아동학대 대응 강화 호응
국가경찰과 업무분리 모호.. 현장선 혼선
예산 들쭉날쭉해 신규 사업 '언감생심'
"자치경찰 정체성 혼란.. 사명감 떨어져"
명확한 이원화·인지도 끌어올리기 시급
자치경찰제가 시행 1년을 맞았다. 자치경찰제는 지난해 7월1일 지방분권과 주민밀착형 치안 서비스 강화, 경찰권 분산을 목표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국가경찰사무는 경찰청장 △자치경찰사무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수사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이 각각 지휘하는 체계가 구축됐다.
특히 정부가 최근 행정안전부에 경찰국 신설하면서, 국가경찰 통제 중심의 중앙집권화에 무게가 쏠려 자칫 자치경찰제가 설 땅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방 분권을 바탕으로 하는 자치경찰제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이원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치경찰제 도입 1년의 성과
지난 1년간 전국 자치경찰위원회의 성과는 뚜렷하다.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는 공동체 치안 구현을 위해 시민 삶의 현장 중심으로 치안 문제를 정의하고, 최적의 개선안을 도출해 정책으로 환원하는 플랫폼인 ‘치안리빙랩’을 추진했다.
또 범죄예방을 위한 CPTED(범죄예방 환경설계) 사업을 위해 구·군 CPTED 사업에 범죄예방 진단팀을 참여시키고, 등산로 등 281곳에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인천시자치경찰위원회는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점검 지자체 역할 분담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강화, 탄력적 주·정차 허용 구간 확대 등을 성과로 꼽았다.
충북도자치경찰위원회는 지역맞춤형 농산물 도난예방 대책과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마련, 범죄 없는 안전한 마을 만들기를 시행했다.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자치경찰과 국가경찰 간 업무 분장이 모호한 데다, 정책 목표가 불명확해 지역사회 특성을 고려한 주민맞춤형 치안시책 발굴이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자치경찰 사무가 지방자치법에 규정되지 않아 지방자치 사무에 대한 비용 지원 등 다양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주민 맞춤형 치안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반드시 예산이 수반돼야 하지만, 시·도마다 예산 규모가 달라 자치경찰 예산이 들쭉날쭉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산부족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는 등 자치경찰제 도입 의미가 퇴색되고, 당초 기대와는 달리 무늬만 자치경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치경찰에 대한 인사권도 문제다. 현재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구분돼 있어 자치경찰 인사의 주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자치경찰에 대한 지휘와 감독권만 분리돼 있고, 승진 등 인사권은 기존 경찰조직에서 가지고 있다. 자치경찰위원회가 독립적인 기관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인사권의 완전한 독립이 전제돼야 한다.
현행법상 경찰공무원은 모두 국가공무원 신분이지만, 경찰청 내부 분류상 임의적으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구분하고 있다. 문제는 파출소·지구대 경찰관은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면서도 국가경찰로 편재돼 있다는 점이다.
업무는 자치경찰업무 위주로 수행하면서 국가경찰로 분류돼 있다 보니 해당 경찰관들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거나 자치경찰에 대한 사명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전히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것도 숙제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자치경찰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서울 자치경찰은 지난 5월부터 교통순찰차량의 표기명을 ‘경찰(POLICE)’에서 ‘서울경찰(SEOUL POLICE)’로 변경했다.‘
이형규 전북도자치경찰위원장은 “국가경찰이 자치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현행 제도에서 자치경찰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며 “정부에서 자치경찰권 강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한 만큼, 자치경찰위원회의 법적 성격과 역할, 사무 등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늬만 자치경찰' 안되려면… "지자체 참여 확대"
자치경찰제가 출범 1년 만에 각종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 광역자치단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치경찰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재인정부에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할 당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양립하는 애매한 성격으로 출발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일원화되다 보니 자치경찰의 개념, 목표, 기능, 성격 등을 중심으로 경찰 실무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혼선까지 발생하고 있다.
분권적 경찰제를 도입한 미국은 해당 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자치경찰제를 운영한다. 주정부가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자치경찰에 대한 주정부의 관여가 있을 수 있으나, 자치경찰사무가 고유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주정부가 자치경찰사무에 관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영국은 수도경찰청 창설 이후 각 지역의 사정과 현황에 따라 경찰조직이 형성됐기 때문에 ‘내무부장관-지역치안위원장-지역치안평의회-지방경찰청장’이라는 4원 체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자치경찰이 수사를 비롯한 방범, 교통, 경비, 생활안전 등 모든 경찰업무를 수행하고, 예산도 ‘경찰기금’이라는 독립 재원으로 운영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국가경찰체제를 유지해 왔으나, 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1948년 공안위원회 제도와 함께 미국식 자치경찰제를 도입했다. 이후 자치경찰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1954년 ‘광역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서 현재 국가경찰제도와 통합 운영하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따로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조직 내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동시에 존재하는 특이한 형태다.
외국의 자치경찰제 운영사례를 보더라도 국가별·지역별 특성에 맞는 고유의 자치경찰제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우리나라 자치경찰제는 도입 초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모호한 업무분장과 불명확한 정책 목표 등으로 완전한 자치경찰제로 출범하지 못한 것이 연착륙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자치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하기 위해선 실질적인 예산 편성권과 독립적인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
함혜현 부경대 공공안전경찰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 도입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고, 문제점을 중심으로 법적인 미비점이나 제도적인 문제점을 보완해나가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직이나 예산, 인사권 조정을 통해 현재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정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살 한국 여성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에 올랐다
- 박명수 “주는대로 받아! 빨리 꺼져”…치킨집 알바생 대학 가라고 밀어준 사연 감동
- 선우은숙·유영재 초고속 혼인신고 이유?…재혼 전까지 양다리 의혹 “속옷까지 챙겨주던 사실
- 속옷조차 가리기 어렵다… 美여자 육상팀 의상 논란
- 나체로 발견된 피투성이 20대 여성…범인은 9년 전에도 성범죄, 전자발찌 부착은 피해
- 국밥집서 계속 힐끗거리던 女손님, 자리서 ‘벌떡’…무슨 일이
- 여친 성폭행 막던 남친 ‘11살 지능’ 영구장애…가해男 “징역 50년 과해”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