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권토중래 할 수 있을까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

장박원 2022. 8. 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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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한주형 기자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11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윤핵관들과는 달리 윤석열 대통령만은 이 대표를 포용할 것으로 믿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죠. 윤 대통령은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이 대표를 저격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징계 이후 전국을 떠돌며 복귀를 준비하고 있던 이 대표로서는 난감한 일입니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추진하는 등 그의 복귀를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권토중래할 수 있을까요?

중국 전국시대 말 원교근공(遠交近攻) 전략으로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기틀을 마련했던 범수 이야기는 벼랑에 몰린 이 대표에게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범수는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갔다가 초인적인 인내와 능력으로 권토중래에 성공한 인물입니다. 그를 무고하고 죽음으로 내몰았던 이들에 대해서도 통쾌하게 복수했습니다. '합종연횡'으로 유명한 소진과 장의처럼 그도 빈천한 유세가 출신이었습니다. 그는 위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진나라에서 인정받고 공을 세웠습니다. 위나라가 그를 중용했다면 중국 역사는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그가 처음부터 진나라를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먼저 위나라 중대부인 수가의 문하에 들어갔습니다. 조국인 위나라에 충성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위나라는 골치 아픈 일이 생겼습니다. 연나라를 도와 제나라를 공격한 일로 궁지에 몰렸던 겁니다. 연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제나라는 적대 행위를 했던 위나라를 칠 수도 있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위왕은 수가를 제나라 사신으로 파견했습니다. 이때 수가는 범수를 대동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제왕은 위나라가 신의를 저버리고 연나라를 지원한 책임을 매섭게 물었습니다. 제왕의 강한 추궁에 수가가 제대로 답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자 범수가 변론에 나섰습니다. "송나라를 정벌할 때 제나라도 신의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송나라를 공평하게 나누자고 위나라와 약속해 놓고 모두 차지하지 않았습니까? 더욱이 위나라는 제나라를 심하게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또 지금 수가를 사신으로 보내 우호를 청하고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남을 질책할 줄만 아시고 스스로 돌아볼 줄은 모르십니까? 민왕의 전철을 또다시 보는 듯하여 두렵습니다."

제왕은 무명의 유세객 범수의 정연한 논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초나라에 잡혀 비참한 종말을 맞았던 제나라 민왕의 패착을 예로 들며 따지자 즉각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더 나아가 범수 같은 인재를 옆에 두고 싶어 은밀하게 제나라에 머물 것을 요청합니다. 술과 음식을 극진하게 대접하고 황금까지 주려고 했습니다. 범수는 제왕이 하사한 음식은 먹었지만 황금은 다시 돌려주었습니다. 위나라를 배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나라는 그의 충성심을 짓밟았습니다. 수가는 귀국해 범수가 제나라와 내통한 정황을 보고했습니다. 위나라 재상인 위제는 범수를 잡아 문초했습니다. 범수는 늑골이 부러지고 이빨이 빠질 정도로 모진 매질을 당했습니다. 거의 시체가 된 그의 몸은 측간 옆에 버려졌습니다.

이렇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와중에도 범수는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그를 감시하던 간수를 매수해 사지에서 벗어났습니다. 만신창이가 돼 집에 돌아온 범수는 의형제를 맺을 만큼 친했던 정안평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가 사라진 것을 알면 위제가 그의 집을 수색할 수도 있어 정안평이 사는 곳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이름도 장록으로 바꿨습니다. 반 년이 지나 정안평은 범수가 위나라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위나라 사신으로 온 진나라 왕계에게 범수를 맡길 수 있었습니다. 왕계는 장록이라는 이름의 범수를 보자마자 곧바로 비상한 인재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진왕에게 그를 천거했습니다.

하지만 진나라에서도 범수 앞엔 두 개의 큰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진왕의 모친인 선태후를 비롯한 외척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권력을 사유화하며 진나라 발전을 막았습니다. 그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한 진왕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또 다른 난관은 유세객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었습니다. 왕계가 범수를 천거하려 하자 진왕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입니다. "유세객은 아무 때나 위기라고 떠들면서 호언장담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그를 잠시 객사에 묵게 하시오." 범수는 1년 동안 진왕의 부름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태후의 동생이자 승상인 양후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제나라를 치려고 하는 것을 보고 진왕에게 급히 상소문을 올렸습니다. 겨우 면담이 성사됐고 범수는 이때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먼저 궁에 들어가 환관이 왕이 오고 있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도발합니다. "진나라에는 태후와 양후가 있을 뿐이오. 어디에 왕이 있단 말인가?" 환관은 이 말을 진왕에게 전했습니다. 왕은 범수의 의중을 눈치채고 좌우 측근들을 모두 물립니다. 그런 다음 가르침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범수는 말을 얼버무렸습니다.

진왕이 다시 간곡하게 요청하자 비로소 범수는 속내를 떨어놓았습니다. 바로 이때 그를 유명하게 만든 '원교근공' 전략이 나옵니다. "진나라와 먼 곳에 있는 제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실익이 없습니다. 옛날 위나라가 조나라를 지나 중산국을 정벌하여 그 땅을 함락시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나라가 그곳을 차지했습니다. 중산 땅이 조나라와 가깝고 위나라와는 멀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나라를 정벌해도 인접국인 한나라와 조나라만 좋을 뿐 제나라에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지금은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가까운 나라를 치는 것은 우리 영토를 넓히는 것이고 먼 나라와 친교를 맺는 것은 다른 나라의 우호관계를 이간하는 계책입니다." 범수의 말에 진왕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그 후 진나라 정치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양후 등 외척들은 모두 권력을 잃었습니다. 범수가 승상의 자리에 올라 국정을 맡았습니다. 이 무렵 위나라는 왕이 바뀌었습니다. 진나라가 범수의 전략에 따라 가까운 위나라를 공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전쟁을 막기 위해 위나라는 진나라에 사신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도 수가를 파견했습니다. 사신 일행이 진나라에 도착했을 때 범수는 하인 옷으로 갈아입고 수가 앞에 나타났습니다. 범수를 보자 수가는 놀랐습니다. 죽었을 것으로 알았던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죠. 범수가 추운 날씨에도 얇고 허름한 옷만 입고 있는 것을 본 수가는 동정심이 일었습니다. 그는 비단 솜옷 한 벌을 범수에게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진나라 승상인 장록에게 안내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장록이 범수인지 몰랐던 것이지요. 범수는 장록이 있는 승상 관저로 안내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범수는 수가를 찾아 직접 수레를 몰고 승상 관저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뒤 범수는 수가를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승상 관저로 들어갔습니다. 그러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범저가 나오지 않자 수가가 문지기에게 물었습니다. "조금 전에 범수라는 사람이 승상께 나를 소개한다며 들어갔는데 나오지 않고 있네. 혹시 그 사람을 불러줄 수 있겠는가?" 문지기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습니다. "수레를 몰던 분이 바로 장 승상이십니다. 그분이 무슨 범수라고 그러시오?" 수가는 뒤통수를 세게 한 방 맞은 사람처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윽고 범수가 자신을 속이고 연기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수가는 이제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관저에 들어가 도포와 관을 벗고 맨발로 꿇어 엎드려 죄를 청했습니다. 범수는 높은 자리에 앉아 수가를 준엄하게 꾸짖었습니다. "너는 내가 제나라와 내통했다고 망언을 서슴지 않고 내가 모진 매를 맞고 있는 데도 말리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내 몸에 오줌을 누게 했다. 본래 네 목을 자르려고 했지만 비단 솜옷으로 내게 인정을 베풀며 옛 친구의 마음을 보여주었기에 살려주는 것이다." 수가는 머리를 조아리고 감사하다고 말하며 엉금엉금 기어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후 범수는 수가를 연회에 초대해 빈객들이 보는 앞에서 크게 망신을 주었습니다. 죽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하게 복수를 한 것입니다. 그는 위제를 죽이는 일도 잊지 않았습니다. 위나라가 위제의 목을 베어 진나라로 보내지 않으면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소식을 먼저 전해 들은 위제는 다른 나라로 달아났지만 범수의 핍박을 견디지 못해 결국 자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범수는 이렇게 위나라보다 강한 진나라의 승상에 올라 권토중래에 성공했고 뼈에 사무친 복수도 완수했습니다. 적기에 승부수를 던진 용기와 탁월한 능력이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일입니다. 궁지에 몰린 이준석 대표도 범수와 같은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면 그는 멋지게 권토중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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