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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화려한 변신..국내 최장 금강보행교 '이응다리' 가보셨나요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최현태 입력 2022. 08. 06. 12:07 수정 2022. 08. 0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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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한글 반포 연도와 같은 1446m 국내 최장 보행교 /한글 자음 ‘ㅇ’으로 금강 가로 지르는 독특한 디자인 완성/밤이면 화려한 조명과 낙하 분수쇼 펼쳐져/국립세종수목원에선 ‘뉴턴의 사과나무’ 무럭무럭 자라
드론 촬영 금강보행교 이응다리.
이글거리던 한여름 뜨거운 태양은 유유히 흐르는 금강이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해가 지기 무섭게 몰려드는 땅거미와 이를 놓칠세라, 하나둘 켜지는 화려한 조명들. 그제야 낮에 본 다리는 매혹적인 옷을 갈아입고 팜므파탈처럼 유혹한다. 어서 오라고. 강 위를 내달리며 완벽한 동그라미를 그리는 우리나라 최장 보행교 ‘이응다리’. 낮보다 더 특별한 밤을 즐기려 판타지 세상으로 달려간다.
금강보행교 이응다리 드론 촬영.
이응다리 야경.
 
◆‘이응다리’ 금강보행교 가보셨나요

푸른 하늘에 둥실 떠다니는 하얀구름처럼 드론이 둥실 날아오른다. 날이 맑아 고도를 높일수록 또렷하게 보이는 완벽한 동그라미. 하늘에서 보니 왜 세종시 세종동 금강보행교를 ‘이응다리’라 부르는지 잘 알겠다. 어떻게 금강 위에 그림을 그리듯, 이토록 독특한 디자인으로 다리를 놓을 생각을 했을까. 마치 외계인이 수백만년 전에 숨겨놓은 비행접시 선착장이 드러난 것처럼 대단히 기발한 아이디어다. 

이응다리는 이곳이 세종특별자치시라는 점에 착안해 지어졌다. 도시이름을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에게서 가져온 만큼, 다리 디자인도 세종대왕과 연결 짓기 쉽게 한글 자음 ‘ㅇ’자를 활용했다. 뿐만 아니다. 이응다리 둘레가 1446m인데 이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연도이니 매우 치밀한 기획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2018년에 착공해 3년4개월여 공사 끝에 지난 3월 개통된 금강보행교는 이런 디자인과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의 강소형 잠재 관광지로 선정되며 순식간에 세종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징검다리.
빛의 시소.
산수국.
세종시청 쪽 남쪽 진입로에서 시계방향으로 이응다리를 걷는다. 하늘을 향해 운치 있게 가지를 뻗은 소나무가 여행자를 반긴다. 화단 앞 벤치에 앉으니 날이 맑아 파란 하늘색을 잔뜩 품은 금강을 가로지르는 이응다리가 한눈에 펼쳐져 가슴도 탁 트인다. 화단의 주인공들은 백리향, 붓꽃, 펜스테몬(상록홍엽), 수크령, 홍가시나무, 휴케라, 참억새, 왕상록패랭이, 사철채송화로 다양한 녹색 식물이 편안한 휴식을 안긴다. 보행교 곳곳에 이런 화단을 만들어 마치 잘 꾸며놓은 정원을 걷는 듯하다.
연인들은 ‘흔들흔들 징검다리’를 건너며 알콩달콩 사랑의 언어를 나눈다. 투명난간에는 ‘7시’로 적혀 있는데 이응다리 둘레 난간에는 시계처럼 12개의 숫자가 적혀 방향을 가늠하게 해준다. 바로 옆은 ‘빛의 시소’. 밤이면 시소 아래에 LED 조명의 켜지면서 흔들리는 금강의 배에 올라탄 느낌을 선사한다. 밧줄로 얽혀진 흔들다리를 건너는 정글짐에 연인들이 나란히 앉으면 금강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얻는다.
정글짐.
사랑의 약속나무 전망대.
빛의 해먹.
‘9시 사랑나무’는 두 그루 소나무가 하나로 합쳐진 연리지를 배경으로 키오스크를 통해 사진촬영하며 소중한 시간을 저장하는 공간. 바로 앞 ‘금강보행교’ 글자가 설치된 포토존에는 투명유리로 바닥이 설치돼 금강을 아찔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밤이 되면 낙하분수쇼가 시작되는데 금강으로 빛을 내며 떨어지는 분수 물줄기가 장관이다. 하얀 산수국이 활짝 핀 화단을 지나면 ‘10시 빛의 해먹’. 도넛 모양 하얀 해먹은 낮에도 예쁘지만 밤이면 LED가 켜지고 그네처럼 앞뒤로 움직여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11시 황혼의 쉼터’에서는 저물녘 그네에 앉아 금강 위로 떨어지는 붉은 노을을 즐길 수 있다.
금강보행교 전망대.
금강보행교 전망대 야경.
12시 방향인 북쪽 출입로에 설치된 구조물은 이응다리의 하이라이트인 높이 15m 아치형 전망대. 가파른 계단을 헉헉거리며 올라 전망대에 서자 이응다리와 세종 도심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광각렌즈가 아니면 도저히 한 컷에 담을 수 없는 엄청난 크기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갈대습지 너머로 광활한 국립세종수목원과 세종호수공원이 펼쳐지고 전월산이 금강과 어우러지는 풍경도 그림 같다. 신선한 공기를 폐속 깊숙하게 불어넣으니 일상의 스트레스는 한방에 날아간다. 
밤에 전망대에 오르면 더욱 잊지 못할 선물을 받는다. 이응다리 전체를 수놓은 환상적인 LED 조명과 저 멀리 아파트단지의 불빛이 어우러지는 매혹적인 야경에 흠뻑 취하고 만다. 전망대 앞은 ‘12시 뿌리깊은나무’. 용비어천가의 한 구절로 꾸민 나무 조형물 그늘 아래서 쉬어가기 좋다.
눈꽃정원.
눈꽃정원 야경.
한글나무 야경.
‘1시 눈꽃 정원’은 민들레홀씨 모양으로 LED 조형물을 꾸몄다. 바닥 낙엽무늬를 밟으며 풀벌레 소리가 나오는 ‘2시 가을이 오는 소리’를 지나면 ‘3시 행복한 한글나무’에 도착한다. 하얀색 나무에 우정, 만남, 행복, 휴식, 사랑, 열정 등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한글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이곳에서도 투명유리 바닥을 통해 낙하분수를 즐길 수 있다. ‘4시 숲속 작은 연주회’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 나무에 매달린 실로폰을 시계방향으로 두드리며 지나가면 동요가 연주돼 눈과 귀가 즐거워진다. 이응다리 2층은 보행 전용, 1층은 자전거 전용으로 시원한 강바람을 즐기며 달리기 좋다.
세종수목원 사계절전시온실.
◆‘뉴턴 사과나무’ 만나러 국립세종수목원에 갑니다 

금강보행교 전망대에선 붓꽃의 3수성(꽃잎) 모양으로 만든 독특한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우리나라 최초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의 사계절전시온실이다. 지중해식물과 열대식물을 일 년 내내 만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온실로 방학 때 아이들 손을 잡고 가기 좋다.

축구장 90개 규모(65㏊)의 수목원은 전통정원과 현대정원을 모두 즐기는 20개의 다양한 전시원에서 2453종 161만 그루의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워낙 규모가 광활해 하루에 다 둘러보기 쉽지 않은데 사계절전시온실, 한국정통정원, 분재원, 희귀특산식물전시온실은 꼭 가봐야 한다. 
청류지원.
뉴턴의 사과나무.
수목원은 2020년 10월 개장했는데 1년여 만에 다시 가본 수목원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 사이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좀 썰렁했던 개장 때와는 달리 드디어 수목원의 면모를 제대로 갖췄다. 특히 후계목정원 나무들이 많이 성장했다. 그중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뉴턴의 사과나무’에는 어른 주먹만 한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의 영국 켄싱턴 집 뜰에 있던 사과나무는 뉴턴이 타계한 뒤 전세계 대학, 식물원, 연구센터의 요청으로 후계목이 만들어졌다. 나무는 접목을 통해서만 품종이 그대로 유지되는데 우리나라에는 1978년 원목의 3대손 3그루가 들어왔다. 현재 이곳의 사과나무는 3대손에서 접목한 4대손 나무. 뉴턴 나무뿐 아니라 아산 해암리 형제송 등 다양한 후계목이 이곳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생활정원 먹거리정원.
분재원.
생활정원의 먹거리 정원에는 식탁에 오르는 대파가 꽃을 피웠고 어른 머리보다 큰 제철 수박이 밭을 가득 채운 풍경이 정겹다. 파프리카, 토마토, 딸기, 카밀러, 오레가노, 고려엉겅퀴, 참취 등이 자라며 채소 씨앗을 직접 뿌려서 키우고 수확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블루베리·유실수·산나물정원도 조성됐다. 분재원에는 곰솔과 소사나무 등 다양한 분재 200여점이 전통한옥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고즈넉한 한옥 툇마루에 앉아 상념에 젖는다. 소박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기품이 더해가는 분재처럼 그렇게 나이 들어야겠다.
석가산.
궁궐정원.
별서정원.
분재원 옆은 진경산수를 축소한 석가산. 기암괴석들 사이로 난 오솔길에 서면 근사한 사진을 얻는다. 한국전통정원도 고풍스러운 멋이 가득하다. 창덕궁 주합루와 부용정을 실제 크기로 조성한 궁궐정원, 담양 소쇄원을 주제로 연출한 별서정원, 옛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정자목과 돌담 등으로 꾸민 민가정원을 만난다. 
수생식물전시회 특별전시실.
열대온실.
사계절전시온실 앞 수련지는 요즘 인기 있는 포토존. ‘생명을 잇다’를 주제로 수생식물전시회가 오는 10월 말까지 열리고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잎을 가진 아마존빅토리아수련, 크루지아나빅토리아수련과 파리지옥, 끈끈이귀개 등 다양한 식충식물이 아이들 호기심을 자극한다. 32m 높이의 전망대가 설치된 지중해식물 전시원에는 물병나무, 올리브, 대추야자, 부겐빌레아 등 228종 1960본이 자라며 열대식물전시원은 5.5.m 높이의 관람자 데크길을 따라 나무고사리, 알스토니아, 보리수나무 등 437종 6724본을 관찰할 수 있다. 오는 27일까지 매주 금, 토는 오후 9시까지 야간개장하며 반려식물 나눔,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행사도 펼쳐진다. 

세종=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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