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공항의 눈물.. 그 속에 우리가 있다
[전병호 기자]
"안녕~하스요?"
키르기스스탄의 촐폰아타 근처 이식쿨 호수가 보이는 '악 베르멧' 노천온천에서 있었던 일이다. 분명 한국어인데 그 말이 수염 달린 이방인 입에서 나온 줄은 꿈에도 몰랐다. 두리번거리는데 다시 한번 우리 일행을 향해 "한국 사람 맞아요?"이런다.
"나 한국 3년 있었어요. 창녕, 양파, 3년 있었어요."
▲ 영업 중인 유목민의 후예들 제티오구즈 계곡 초원 트레킹 중에 만난 승마체험 영업 중인 유목민의 후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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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따라 도시로 간 유목민의 후예들
1991년 소련연방 해체 이후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던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들도 2000년대 들어오면서 서서히 외국 자본이 들어오고 석유 등 매장 자원을 개발하면서 시장경제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 농지나 기타 자원이 별로 없는 키르기스스탄 사람들도 돈을 벌기 위해 해외로 나아갔다.
많은 젊은이들은 유목의 삶을 접고 구소련 시절 최대 도시인 모스크바나 인접 국가인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알마티(카자흐스탄) 등 대도시로 돈을 따라 떠나갔다. 실제 키르기스스탄 경제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송금경제이다.
▲ 환전소 거리 키르기스스탄 곳곳에서는 길거리 환전소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송금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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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의 화폐단위는 솜(KGS)이다. 1 솜을 현재의(2022년 7월 기준) 환율로 환산하면 1 솜=17원 정도이다. 키르기스스탄 대형마트에서 맥주 1병이 50~80 솜(한화 850원~약 1200원, 수입맥주는 가격이 더 비쌌음) 안팎이었다. 이 나라 물가에 비하면 싸다고 할 수 없으나 술꾼인 나에겐 우리나라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전체적으로 제조업이 열악한 나라이다 보니 공산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농산물과 특히 축산물, 유가공품 등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 대형마트 과일 판매대 위에 가격표는 1kg당 가격이다. 가늠을 못하고 체리 1kg을 샀는데 양이 얼마나 많던지 내내 끌고 다니다가 버려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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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슬릭 거의 매 끼니 먹었던 양고기 샤슬릭, 키르기스스탄 대표 음식 중 하나로 고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샤슬릭 맛 하나로도 키르기스스탄을 다시 찾을 명분으로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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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고기 음식들 양고기와 감자, 토마토 등을 함께 볶은 쿠르닥과 쿠르닥 위에 얇은 만두피 같은 것을 얹은 양고기 요리: 우리 입맛에 딱 맞아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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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청년들의 코리안 드림
키르기스스탄은 우리나라와 고용허가제 근로자 도입 협정을 맺은 국가 중 하나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자료에 의하면 2007년에 협약을 맺어 2022년 5월까지 누적 5193명의 키르기스스탄 인력이 한국에 취업했으며 현재 국내 취업 중인 인력은 773명(2022년 5월 기준)이라고 한다.
▲ 키르기스스탄 산업연수생들 지난 7월 12일 입국하는 90여 명의 키르기스스탄 산업연수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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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이별... 눈물의 이별 속에 우리가 있었다
출국 비행기가 연착되어 현지 시간 밤 12시가 다 되어 출국 수속을 시작했다. 출국장으로 막 들어가는데 게이트 근처에 한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임신한 젊은 여성이 울고 있었고 그를 위로하는 듯한 한 남자 그리고 또 한 청년이 뒤돌아서서 울고 있었다.
게이트 건너편에 여권과 항공권을 손에 쥔 젊은 남자가 연신 손을 흔들고 있었다. 돈 벌러 한국으로 떠나는 가장을 배웅하는 모습 같았다. 남의 가족 슬픈 이별을 빤히 쳐다볼 수가 없어 못 본 척 지나쳐 가다 힐끗 뒤돌아보았다. 젊은 임신부는 연신 눈물을 찍어 내고 있었고 청년도 여전히 울고 있었다. 어떤 이별이든 슬프지 않은 이별은 없고, 어떤 이별이든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 키르기스 산업연수생 코로나 19로 입국이 지연 되었던 키르기스스탄 산업연수생 90여 명이 귀국 비행기에 동승하였다. 2022년 7월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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