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의 배신?..깎아준 '똘똘한 한 채' 종부세, 내년에 2배 뛴다[뒷북경제]
반포자이 84㎡ 종부세, 473만→843만원으로
뜻밖의 종부세 폭탄에 '똘똘한 한 채' '부글'
문재인 정부에서 지나치게 올린 부동산 세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윤석열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율을 대거 내리는 내용을 담은 2022년 세제 개편안을 지난달 통과시켰습니다. 다주택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기본공제금액도 상향할 뿐 아니라 전체적인 세율을 하향하는 내용의 개편안은 그간 엄청난 보유세에 신음하던 집주인들에게 위안이 돼 줄 전망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60%로 낮춰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내년부터 다시 80% 수준으로 올린다는 방침입니다. 일종의 ‘할인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세 부담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겠죠. 다만 다주택 중과세율이 폐지되면서 다주택자 종부세는 여전히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입니다. 정부는 앞서 올해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100%가 적용 예정이던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낮춰주는 조치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1세대 1주택자입니다. 서울경제가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에 의뢰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의 내년도 종부세 부담은 843만 원(공정시장가액비율 80% 가정)에 달할 전망입니다. 올해 납부할 종부세 예정치 473만원의 2배 가량에 달합니다. 종부세 폭탄 논란이 일었던 2021년 납부액(893만 원)과도 맞먹습니다. ‘반포자이’ 전용 84㎡의 2020년 종부세액이 443만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률 또한 비슷합니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5㎡의 종부세 부담 또한 올해 2980만 원 수준에서 내년 4909만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등 ‘똘똘한 한 채’의 수난이 예고되는 상황입니다.
다주택자 부담액은 대신 크게 낮아집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대전 유성구 ‘죽동푸르지오’ 전용 84㎡를 보유한 3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적용하더라도 3141만 원으로 올해 부담액(1억 3280만 원)보다 대폭 줄어듭니다.
이처럼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는 이번 세제 개편에서 1세대 1주택자에 부여한 혜택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종부세 세율을 0.5~2.7%로 낮췄지만 1세대 1주택자에는 중과세율이 적용되지 않아 이전에도 세율 수준이 0.6~3.0%였습니다. 다주택자는 세율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지만 1세대 1주택자의 세율 감면 혜택은 0.1~0.3%포인트에 그친 것입니다.
80%로 도로 오른 공정시장가액비율뿐 아니라 기본공제금액도 문제입니다. 전반적인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세제 개편안에서 기존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려줬지만 단순히 올해와 내년을 비교하자면 14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2억 원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 셈입니다.
뜻밖의 ‘종부세 폭탄’에 1세대 1주택자의 불만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새정부경제정책방향’ 등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14억 원으로 늘린다는 내용은 2022년 한시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 60% 인하 부분에는 이 같은 단서 조항이 없었습니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내년에도 당연히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가 적용될 것이라 봤지만 갑자기 정부에서 입장을 변경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종부세 폐지까지 내걸었던 만큼 배신감은 더욱 크게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내년도 종부세 부담은 ‘공시가격’에 달려있습니다. 국토부와 기재부는 현재 문 정부에서 세운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대거 뜯어고쳐 오는 11월에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세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공시가격이 낮아지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오르더라도 세 부담이 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시가격을 대거 내리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공시가격이 세금 외에도 분양가 산정, 기초노령연금·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선정 등 부동산·사회 제도와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근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공시가 하락에 대한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종=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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