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선일보

탈법과 불법도 모자라 사기까지 치는 인간, 직업은 변호사 [왓칭]

박은주 에디터 겸 에버그린콘텐츠부장 입력 2022. 08. 06. 14:01 수정 2022. 08. 0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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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의 변호사 이야기 '베터 콜 사울'
한번 보면 재미, 두번 보면 '철학적'
에미상 후보 오른 가장 성공한 번외편 #왓칭

여기 변호사 하나가 있다. 승소를 위해 탈법과 불법을 저지르고, 그냥 심심해도 사기를 친다. 법 무서운 줄 모르다 결국 범죄집단과 얽혀 목숨까지 위태로워진다. 역대급 사기꾼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 ‘베터 콜 사울(Better Call Saul)’은 사기와 악행을 저지르는 이들에 관한 작은 백과사전이다. 수록 인물과 사건은 다채롭고, 서술은 꼼꼼하다.

◇명작 ‘브레이킹 배드’의 스핀오프, ‘베터 콜 사울’

높은 완성도의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마약왕이 된 고교 화학교사의 이야기다. /넷플릭스

마약왕이 된 화학 교사 스토리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는 명작 반열에 오른 미국드라마다. 화학식에 충실한 고품질 약물로 ‘자생적 마약왕’이 되는 고교 화학 교사와 그의 제자, 모사드 만큼 유능한 전직경찰, 자애로운 치킨집 사장 겸 마약상, 멕시코의 잔인한 마약 조직원 등 흥미로운 캐릭터가 가득하다.

브레이킹 배드의 여러 캐릭터 중 변호사 사울을 쏙 꺼내 드라마 ‘베터 콜 사울’로 만들었다. 이 형식을 스핀 오프(Spin-off, 파생)’라 부르는데, 베터 콜 사울은 매우 성공한 스핀오프로 꼽힌다.

2015년 시작해 8월 말 시즌 6이 완성된다. 드라마는 ‘법’보다 ‘불법’과 친한 변호사 사울 굿맨이 본명 ‘지미 맥길’로 살던 과거 시절을 다룬다.

◇위선적 양심가 vs. 인간적 사기꾼, 누가 악인?

미국 드라마 시리즈 중 가장 성공한 스핀오프로 평가 받는 '베터 콜 사울'. /넷플릭스

지미 맥길 (밥 오든커크)은 시카고 인근 소도시, 편의점 집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불쌍한 사람을 보면 척척 돈을 내줬다. 동네 호구로 소문났다. 지미는 깨달았다. ‘착한 건 바보, 속는 쪽이 바보’다. 형 척 맥길은 반대로 엄격한 원칙주의자로 성장했다. 명문대 로스쿨을 나와 뉴멕시코주 대형 로펌 HHM의 파트너가 됐다.

형 덕에 로펌 복사실에서 일하게 된 지미는 아메리칸 사모아 대학 온라인 강의를 듣고 변호사 자격증을 딴다. ”우리는 형제 변호사”라며 지미는 들떴다. 잡다한 사건을 취급하는 국선 변호사로 살면서도 지미는 형을 극진히 돌본다. 척은 ‘말하는 법률 사전’이지만 큰 병을 앓고 있었다. 이혼 후 찾아온 전자파 과민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전등조차 없는 집에 홀로 사는 형을 위해 지미는 모텔 얼음까지 훔쳐온다.

지미는 그런 사람이다. 누구건 친구가 된다. 그런 미덕을 살려 지미가 점점 큰 사건을 맡게 되자, 형은 감취뒀던 적개심을 꺼내기 시작한다. 동생을 경멸해왔기 때문이다. “법은 너무 소중해서, 너 같은 사람이 다뤄선 안된다.” 마침내 척은 지미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려고 한다. “자격 정지로는 안돼. 걔는 법을 다뤄서는 안되는 사람이야.” 동정할 수 있지만, 동등할 수는 없다. 동생을 향한 형의 마음은 그랬다.

동생 지미는 극심한 전자파과민증을 앓는 형을 헌신적으로 돌본다. 형이 바란 건 바로 그런 동생이었다. 드라마 '베터 콜 사울'. /넷플릭스

◇엘리트가 양아치를 질투한다고?

사실 척이 지적한 지미의 문제는 모두 사실이었다. 지미는 태생도, 지향도 사기꾼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는 형을 더 혐오스럽게 바라본다. 드라마가 ‘진실한 위선자’가 유발하는 압도적 혐오감을 생생하게 그리기 때문이다.

밉살 맞은 ‘진실의 수호자’와 인간미 넘치는 사기꾼을 시청자에게 던져 놓고, 드라마는 이렇게 묻는 듯하다. 진실과 거짓, 감정과 이성의 불규칙한 경계선에 선 당신, 당신은 누구 편인가? 그 확신, 흔들리지 않을 자신있나?

'베터 콜 사울'의 주인공 지미와 킴. 둘은 연인으로 시작해 동지가 된다. 전형을 벗어난 여주인공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넷플릭스

◇악역을 상상하라, 여기 다 있다

‘베터 콜 사울’의 나머지 절반은 악당 성형(成型) 해설서라고 봐도 좋겠다. 착한 범법자, 나쁜 범죄자, 줏대 없는 악질 등 다양한 캐릭터를 현란한 기술로 뽑아낸다.

강직한 경찰 아들에게 “살기 위해 부패에 가담하라”고 했지만 결국 아들을 죽게 만든 전직 경찰. 부패한 경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해당한 아들의 부인과 자식을 위해, 그는 마약 보스의 보디가드가 된다. 그의 삶에서는 걱정이 죽음을 잉태하고, 책임감이 범죄를 낳았다.

폭력, 고문, 가족 살해, 살인을 일삼는 멕시코 마약왕이 궁금하다면 드라마 속 살라만카 형제와 그 부하들을 보면 된다. 아이스크림 통을 마약으로 채워 전국에 유통시키는 프랜차이즈 사업가 구스타보 거스는 절제력 강한 악당의 표본이다.

프랜차이즈 사업가 구스는 '엘리트 사업자'의 탈을 쓴 마약 카르텔 보스다. 드라마 '베터 콜 사울'. /넷플릭스

◇인간이 궁금하세요? 꼭 두번 보세요

감정의 밀당이 주를 이루는 오밀조밀한 로맨스물, 활극이 펼쳐지는 대서사나 액션물을 좋아한다면 이 드라마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오자크’ ‘브레이킹 배드’처럼 호흡 긴 범죄물로 단련된 이들이 즐겁게 볼 시리즈다. 시즌 3, 4에서 다소 늘어지지만, 시즌 6에서는 다시 긴장감이 폭발한다.

‘베터 콜 사울’은 ‘오징어게임’ ‘오자크’ ‘석세션’과 함께 에미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의 후보에 올랐다. 미국 대중문화전문 버라이어티는 작품상에서 ‘석세션’, 남우주연상은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먼의 수상을 예측하고 있다. 물론 ‘베터 콜 사울’의 밥 오든커크,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도 간단치 않은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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