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왁 커피 표준화의 모순 [박영순의 커피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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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미 표현이 어려운 커피를 고르라면, 단연 동물 배설물 커피이다.
흔히 코피 루왁이나 시벳 커피라고 불리는데, 긴꼬리 사향고양이가 배설한 커피 씨앗을 정제해 만든 커피만을 일컫는다.
동물 배설 커피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다 보니 대량 생산을 위해 태국, 인도, 베트남에서는 코끼리까지 동원된다.
실험실에서 동물 소화기관과 같은 환경을 꾸며 배설물 커피를 만드는 것도 유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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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미 표현이 어려운 커피를 고르라면, 단연 동물 배설물 커피이다. 흔히 코피 루왁이나 시벳 커피라고 불리는데, 긴꼬리 사향고양이가 배설한 커피 씨앗을 정제해 만든 커피만을 일컫는다. 어떤 동물을 활용했냐에 따라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진다.
베트남은 재빠르게 족제비 배설물에서 골라낸 ‘위즐 커피’와 다람쥐에게 커피 열매를 먹여 받아낸 ‘다람쥐똥 커피’를 만든다. 예멘에서는 ‘원숭이똥 커피’가, 필리핀에서는 토종 사향고양이에게서 받아내는 ‘알라미드 커피’가 팔린다. 동물 배설 커피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다 보니 대량 생산을 위해 태국, 인도, 베트남에서는 코끼리까지 동원된다.
이런 커피가 시쳇말로 돈이 되자, ‘에티오피아의 염소 커피’ ‘베트남의 당나귀 커피’ ‘브라질의 자쿠버드 커피’ ‘서인도제도의 박쥐 커피’까지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되는 커피양이 늘어나 오소리에게 열매를 먹이고 받아내는 커피가 특허 등록을 하기도 했다. 실험실에서 동물 소화기관과 같은 환경을 꾸며 배설물 커피를 만드는 것도 유행하고 있다. 인공소화액을 만들어 커피 원두를 처리하는 아이디어도 나왔고, 커피 원두에 엿기름을 뿌려 재발효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수록 찜찜하다. “왜 자연이 주는 고귀한 선물을 이렇게 마구 만져 대며 마셔야 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더 의아한 것은 인공적으로 만든 이들 커피에 ‘루왁 커피 재현 성공’이라는 평가를 붙이는 현상이다. “루왁 커피는 맛과 성분이 이래야 한다”는 식의 표준이 없다. 일본의 연구팀이 성분분석을 했지만 자연 채집한 루왁 커피를 구별해내는 지표를 찾지 못했다. 사실 그 때문에 가짜 루왁 커피가 판을 친다. 포유동물 내장을 통과하면 루왁 커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도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구수한 향과 부드러운 맛, 독특하고 상큼한 산미, 풍부한 과일향이 있어 매력적”이라고 동물 배설 커피에 억지 찬사를 보내는 것은 상술이다. 이 정도 표현은 좋은 커피라면 다 지니고 있는 속성들이다. 독특한 향이 났다면 묵은 원두의 맛을 가리기 위해 가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산 루왁 커피의 맛은 변수가 너무 많다. 동물의 건강상태, 열매를 먹은 날의 기온, 배설지의 환경, 배설 후 방치 시간 등 자연의 것이므로 매번 상황이 다르다. 이를 표준화한다면, 그것은 이미 ‘자연의 선물’이 아니다. 루왁 커피의 가치는 그리움에 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깊은 야생의 한 구석에서 살포시 맺은 커피 열매를 사향고양이를 통해서나마 만나고 싶은 야생에 대한 그리움이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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