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직 관료 "尹, 펠로시 만나지 않은 것은 실수"

김명일 기자 2022. 8. 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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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장이 지난 3일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미국 국무부 전직 관료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을 모욕한 것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VOA(미국의소리)는 6일 ‘미중갈등 촉발한 펠로시 타이완 방문…미국 핵심 동맹 한국 역할은?’이라는 주제로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과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와 대담을 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과 관련 “한국은 한반도를 넘는 국제적 역할에 대해 항상 이야기 한다. 하지만 상황이 다급해지면 한국은 중국을 불쾌하게 할 어떤 행동에도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한다”라며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 한국은 과거 중국이 자신들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일에서 거리를 두려고 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일본은 매우 다른 태도를 보인다. 일본은 국제적 역할을 맡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며 “(일본은) 중국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했다.

리스 전 실장은 “(펠로시 의장이) 한국 지도자(윤 대통령)를 만나지 못한 건 매우 우려된다. 실수였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측이) 중국을 달래려는 계획이었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을 모욕한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리스 전 실장은 “한국이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세계에 보냈다. 그런 가치는 동맹과 서방을 규정하는 것인데도 말이다”라며 “그것은 우리가 (중국·러시아 등과) 어떤 면에서 다른지, 21세기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리스 전 실장의 모든 의견에 동의한다”며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모욕적이었다”고 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한국의 결정이) 중국을 달래려는 시도였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중국에 한국을 괴롭혀도 된다는 인식만 줄 것이다. 한국을 압박할 수 있고, 한국은 중국의 의지에 굴복할 것이라는 인식을 줄 것이다. 정말로 안타까운 인식을 심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또다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어떻게든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한국 외교정책의 오랜 집착”이라면서도 “한국은 자신들의 안보와 역할이 미국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균형을 잡으려고 해도 한국은 결국 미국 편에 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공동언론발표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리스 전 실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오는 8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 모호성이 없기를 바란다”며 “한국은 미국과 함께 서 있다. 우리가 공유한 가치를 지지하면서. 중국과 이견이 있다면 물밑에서 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을 위해서도, 외교를 하는데 있어서도 그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한국에 이어 방문한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조찬 회담을 했다. ‘왜 한국과 일본에서 펠로시 의장에 대한 응대가 달랐을까’라는 질문에는 “중국에 대한 존중이 잘못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수라고 본다”고 답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도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은 열망하는 만큼 국제적 역할을 맡는 수준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중국의 생각을 살피며 자꾸 뒤돌아보고 안전하게 가려고만 한다”며 “반면 일본은 세계 속에서의 역할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우크라이나 위기 속에서 일본은 러시아를 즉각 제재한 나라 중 하나였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은 (러시아 제재를) 며칠 기다렸다. 언제나 부차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이어질지 모르지만, 조금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 방한한 펠로시 의장을 윤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의 압박도 없었고, 미국 측에 윤 대통령이 하계 휴가 중이라는 점을 알려 양해를 구했고, 미국도 충분히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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